【stv 정치팀】= 제2차 남북 고위급접촉이 대북전단 살포에 관한 첨예한 입장차 탓에 2일 사실상 무산됐다. 이 과정에서 결정타 역할을 한 것은 다름 아닌 '최고존엄'을 둘러싼 양측의 설전이었다.
최고존엄에 대한 공격 문제를 먼저 제기한 쪽은 북한이었다. 북한 대남기구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전날 성명에서 "우리의 최고 존엄을 악랄하게 훼손하는 삐라살포 망동을 중단하지 않는 한 그 어떤 북남대화도, 북남관계 개선도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밝혔다.
조평통은 이어 "우리의 최고 존엄을 모독하는 삐라살포 망동을 제지하기는커녕 비호·두둔·조장하는 자들과 그 무슨 대화를 하고 북남관계개선을 논의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다"며 "남조선당국은 삐라살포망동이 계속되는 한 우리와 마주앉아 대화할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북한은 그러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며 비난공세를 폈다.
조평통은 성명에서 "제반 사실은 남조선 삐라살포놀음의 주범은 괴뢰당국이며 그 배후주모자는 박근혜라는 것을 똑똑히 보여주고 있다"며 "박근혜는 지난 시기 반공화국심리전에 이용해오던 애기봉 등탑을 아랫것들이 철거한 데 대해서도 뒤늦게 알고 야단법석함으로써 자기의 대결적 심보를 여지없이 드러냈다"고 꼬집었다.
그러자 우리정부의 입장도 강경대응 쪽으로 급선회했다. 북한의 대북전단 살포 저지 요구에 헌법상 이유를 거론하며 나름 논리적인 대응을 해오던 정부는 박 대통령 실명 비난을 계기로 돌변해 '고위급접촉 무산'을 선언했다.
통일부 임병철 대변인은 휴일인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공식 브리핑을 통해 "북한이 우리 대통령을 실명 비난하고 국민에 대해 처단 운운하는 것은 남북합의와 국제규범 상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언동"이라며 "그들의 최고존엄만을 생각하는 비이성적 행태가 국제사회에 어떻게 비춰질 것인지 깊이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 대변인은 '최고존엄을 언급한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는 "북한이 이렇게 그들의 최고존엄만을 생각한다면 우리 대통령의 지위도 상호 존중해야 된다"고 답했다.
남북관계 개선의 계기가 될 것으로 여겨졌던 고위급접촉이 이처럼 남북 최고권력자간 자존심 싸움 끝에 무산되면서 양측의 관계개선 의지와 그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