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가족 "소방대원 과실" VS 소방서 "문 열고 뛰어내려"
【stv 김충현 기자】= 119구급대에 탄 환자가 이송 중 구급차에서 떨어져 크게 다쳐 뇌사 상태에 빠졌다. 사고 과정에서 피해자 가족과 소방서 측의 말이 엇갈리고 있어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가족들 "명백한 소방서 대원 과실"
A씨(44, 여)는 15일 새벽 12시께 인천시 계양구 동양동의 한 호프집에서 맥주를 마시다가 지갑이 없어진 것을 알았다. A씨가 없어진 지갑을 찾으려다 소동이 일어났고 이 과정에서 신고가 들어가 경찰이 출동했다. 경찰은 사건 조사 과정에서 A씨의 발에서 피가 나는 것을 발견하고 A씨에 119구급차로 병원에 이동하라고 요청했다. A씨는 이 말을 듣고 119구급차에 올랐다. 이 구급차에는 운전자 소방대원과 여성 소방대원이 동승하고 있었다.
사고는 여기서 발생했다. 구급차가 출발하고 난 후 A씨는 구급차에서 떨어져 도로에 뒷머리를 바닥에 찧는 등 크게 다쳤고,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뇌사판정을 받고 이날 오전 다시 중환자실로 옮겨진 것이다.
사고 과정 중 119 구급차가 출발한 후의 상황에 대해서 피해자 가족들과 소방서 측의 말은 크게 엇갈리고 있다. 소방서 측은 A씨가 문을 열고 뛰어내렸다고 주장하고 있고, 피해자 가족들은 이것이 명백한 거짓말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A씨의 남편 B씨는 "처음 병원에 도착했을 때 여성 소방대원이 '부인이 머리 뒷쪽을 조금 다쳤다'면서 '혹시 부인이 우울증 약을 복용한 적이 있냐'고 물어봤다"며 "우울증 약은 전혀 복용한 적이 없는데도 우울증 때문에 구급차에서 뛰어내렸다고 주장하려고 단서를 잡으려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소방서 측이 병원에 '뛰어내렸다'고 말해 보험처리가 안 된다. 중환자실로 옮겨져 병원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데 어떻게 조치를 할 수가 없다. 한 집안이 파탄상태다"라고 토로했다.
B씨는 A씨의 동생 2명과 함께 16일 오전 10시께 사건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인천 계양경찰서를 방문하여 구급차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했다. B씨는 블랙박스 영상을 보고 기가 막혔다. B씨는 "구급차 맨 안쪽에는 소방대원이 앉아있었고, 입구 앞쪽에는 몸을 지탱할 수 없는 환자 혼자 앉아있었다. 구급차의 이동속도를 환자 혼자 견디다가 결국 버티지 못하고 문 밖으로 쓰러진 것이다. 소방대원이 환자를 방치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B씨는 "구급차 내부에 잠금장치가 있는데 이걸 안 걸어놔서 환자가 밖으로 떨어진 것 아니냐"며 "'명백한 소방대원의 과실'이고 책임을 회피하려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B씨는 "눈을 감아도 블랙박스의 끔찍한 사고영상이 떠오르고, 눈물이 계속 난다. 잠을 잘 수도 없다. 아들만 없다면 살고 싶은 마음도 없다"며 눈물을 흘렸다.
A씨의 가족들은 A씨가 구급차에서 뛰어내릴 사람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평소 A씨는 다리를 다쳐 입원해 있는 고등학교 3학년인 아들을 위해 날마다 문병 왔다가, 집에 갈때가 되면 "오늘 퇴근해요. 내일 다시 올게요"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또한 거동이 불편한 아들이 퇴원 후 등하교 하는 것을 돕기 위해 최근 중고차까지 구입한 상태였다.
A씨의 아들은 "제가 많이 다쳐서 당분간 걸을 수가 없어서 차까지 구입하셨다. 그정도로 열정적으로 사는 분이 차에서 뛰어내리셨을리가 없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피해자 가족들 "언론이 왜곡된 기사 써서 화난다"
A씨 가족들은 이 사고에 대해 왜곡된 기사를 쓴 일부 매체에 대한 분노를 드러냈다. 한 매체가 쓴 기사에 따르면 A씨는 주점에서 술을 마시다가 난동을 부렸으며, 출입문을 발로 가격하다 부상을 입은 것으로 나와있다.
또 다른 매체도 A씨가 주점에서 난동을 부리다가 부상을 당한 뒤 구급차에서 갑자기 뛰어내린 것으로 보도했고, 심지어 2년 전에도 경찰서에서 소란을 피워 부상을 입고 119구급차로 이송 중 뛰어내렸다고 썼다.
하지만 피해자 가족들은 이 같은 보도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며 펄쩍 뛰었다. A씨의 동생은 "경찰서에 간적도 없고, 발이 부상을 당한 것은 사고 바로 전날 호프집에 가기 전에 아들 병문안을 왔다가 식당을 갔는데 다른 손님이 문을 잘못 열어 거기에 발을 다친 것"이라고 말했다. A씨의 동생은 "언론의 자유를 외치더니..(기사를 왜곡해서 쓴다)"며 분노를 드러냈다. 가족들은 이 같은 보도에 대해 큰 상처를 입었으며, 앞으로 더이상의 왜곡된 기사가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현재 A씨의 상태는 절망적이다. 뒷머리 부분을 바닥에 찧으며 크게 다쳐 뇌사 상태에 빠졌다. A씨의 아들은 "팔도 부러지고, 얼굴에 턱, 손, 손가락 등에 (바닥에) 쓸린 자국이 있다"며 "독한 약을 써서 생명을 연명중이긴 한데 의사 말로는 가망이 없다고 한다"고 괴로운 심경을 전했다.
A씨의 제부는 "경찰이 언론에 말하지 말라는 뉘앙스로 말했다. 알려지면 조사하는 데 방해가 된다고 했다"고 말해 경찰이 일찌감치 언론통제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소방서 측 "문 열고 나간 것은 확인돼...여 소방대원 공황장애로 입원중"
계양소방서 관계자는 사고 상황에 대해 "A씨가 구급차 뒷문을 열고 나간 것은 확인됐다"며 "그외 부분은 경찰조사 중이므로 입장을 밝히기가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시 같이 동승했던 여성 소방대원도 A씨의 돌발행동을 막으려다 차가 급정거하면서 타박상을 입었고, 사고를 보고 공황장애가 왔다. 현재 큰 충격을 받고 병원에 입원중이다"며 "이 소방대원이 공황장애가 심해 경찰조사도 받지 못 한 것으로 안다. 현재 저희하고도 얘기를 나누지 못 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라고 밝혔다.
또한 "A씨가 술을 얼마나 마셨는지는 모르나, 술에 취한 것처럼 보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내부 잠금장치를 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내부 잠금 장치를 해도 안에서 열 수 있다. 갑자기 열고 내리면 막을 수가 없다"고 해명했다.
여성 소방대원이 '우울증이 있냐'는 질문을 한 것에 대해서는 "원래 알콜 섭취를 많이 하시는 분들이 우울증 증세가 있어서 그러는 경우가 있다"며 "원래 하는 질문"이라고 강조했다.
사건을 조사 중인 계양경찰서 관계자는 "운전을 했던 소방관을 조사했고, 사고 목격자를 대상으로 조사중이다"라며 "구급대원의 과실 여부가 확인되면 입건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또한 "여성 구급대원은 입원중이라 아직 조사하지 못 했다"며 "출석요구를 해놓았다"고 말했다.
피해자 가족이 제기한 언론 통제 의혹에 대해서는 "언론에 말하지 말라고 한 적도 없고, 설사 그런 말을 했다 하더라도 이미 언론에 알려져 기사가 나갔지 않느냐"며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