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하지는 않지만 따스한 봄날은 언제였을까? 당신과 나, 우리는 인생의 따뜻한 봄날을 꿈꾼다.
지루한 하루 혹은 어떻게 지나간 지도 모른 바쁜 하루를 보내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나는 제대로 살고 있는 것일까? 살아가기 급급해 잊고 있었던 삶을 돌아보며 내 인생에도 따스한 봄날이 찾아오길 바란다.
하지만 저자는 인생의 봄날이 찾아오길 기다리지 않는다. 그녀 스스로가 봄이 되어간다. <내일은 괜찮을 거야 라온하제>를 통해 삶을 대하는 자세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일상을 통해 시를 쓰듯, 소설을 쓰듯 저자 특유의 감성적인 문체로 그려낸다. 저자는 삶에 대한 애착과 자유로운 사유의 공간을 유랑하며 따스한 봄볕으로 물들고 있는 삶을 들여다본다.
아침 언저리에는 희망이 산다. 말간, 좋은, 푸르른, 찬란한, 눈부신, 순결한, 생생한, 깨끗한, 즐거운, 사랑스런 등등의 형용사, 부사가 아침이라는 시간 곁을 스치며 희망과 부피와 너비를 사색하게 만든다. 인간의 심리적인 불안요소를 치유하는 아침 색을 지닌 투명한 언어다. 순백의 배경색에 풀빛, 연지 빛으로 사랑을 채우는 아침. 오늘이 어제인 양 또 어제가 내일인 양 쏟아져 내리는 지리한 세상사를 하릴없이 내 안으로 끌어들인다. -<아침앓이> 중에서
오늘 아침 눈을 떴을 때, 바라본 아침은 무슨 색이었을까? 이불 속에서 꾸물꾸물 빠져나와 간신히 화장실에 도착해 세안하고, 옷을 입고 집을 나선다. 아침을 챙겨 먹었던 때가 언제였을까 기억조차 가물가물하다. 5분이라도 눈을 감고 있는 게 더 좋고 지하철 입구에 파는 김밥 아주머니의 손맛에 익숙해진 나에게 아침은 무슨 색으로 기억될까? 저자의 아침은 투명하다. 날마다 새로운 아침을 맞이하지만 아내로서, 엄마로서, 주부로서 맞이하는 아침은 늘 정해진 순서대로 흐른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그녀의 아침은 희망이란 이름으로 다양하게 빛난다.
삶의 여운은 그윽한 향기처럼 남는다. 사춘기. 육체적, 정신적으로 어른이 되는 시기. 인생에 단 한 번뿐일 것 같았던 사춘기는 20대, 30대에 또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10대 때 겪었던 사춘기가 지극히 반항적이고 도전적이었다면 20대에 겪는 사춘기는 삶에 대한 불안과 불안정이다. 이렇게 나이의 앞자리가 변할 때마다 새로운 성장통을 앓으며 살아가는 게 인생이다.
여러 번 삶의 성장통을 겪었을 저자는 자신의 수필을 통해 흘러간 시간을 관조한다. 모든 순간이 지나고 나서 잘 헤쳐 나온 자신의 삶을 보듬고 쓰다듬는다. 그리고 남겨진 잔향 같은 삶의 여운을 여유롭게 바라본다.
나무그늘, 사람 그늘, 인연의 자리 그늘, 그늘은 아늑하고 사랑스럽다. 그곳은 무모할 수도 있는 생각을 이끌며 정돈한다. 그들은 내 그림자를 아름다운 색으로 정돈시키는 힘을 내어주고 슬며시 세상 밖을 내다보라 한다. 그늘은 이렇게 나를 쉼 없이 껴안고 고른 숨을 내쉰 후, 세상 밖으로 밀어내는 강한 힘을 모아준다. -<영상 에세이> 중에서
누구나 고단한 인생에 그늘이 필요하다. 뜨거운 볕을 피할 수 있는 나무그늘이 필요하고, 고단한 삶에 잠시 기대고 쉴 수 있는 사람 그늘이 필요하다. 우리는 그 그늘에서 다시 걸어갈 힘과 용기를 얻고 그늘 밖으로 발을 딛는다.
저자의 글에는 즐거운 삶이 숨어 있다. 그녀의 매일은 화사하고 따스한 빛이 가득하다. 가족과 그녀의 주변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이 보내주는 건강한 에너지 때문일 지도 모른다. 그들이 만든 그늘과 삶을 잘 헤쳐 나온 연륜이 만들어낸 그녀의 세계, 그 속에서 그려진 그녀의 글 역시 희망적이고 아름답다.
저자는 <내일은 괜찮을 거야 라온하제>를 통해 높이 날아올라야 성공한 인생이라고 생각하며 남들보다 한발 앞서 걸어야 하고, 그래서 하루를 바쁘게 달리고 있는 사람에게 한 번쯤 그늘에 앉아 쉬어 가라고, 열심히 달리기만 하는 삶에 비친 자신의 그림자를 바라봐 줄 여유를 가지라고 말한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이 책을 읽고 있을 독자들에게 매일매일 즐거운 세상을 살길 바라며 툭툭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한다.
【임창용 기자 news@stv.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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