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STV】이호근 기자 = 서울 영훈국제중학교와 대원국제중학교가 신입생 선발 과정에서 성적을 조작하는 등의 방법으로 입시비리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아들 이 모 군이 국제영훈중학교에 부정입학한 사실이 알려지며 입시비리를 엄격히 다스려야 한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이에 검찰이 입학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영훈국제중학교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함에 따라 관련자들의 사법처리 여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영훈국제중의 입학 비리 수사를 맡고 있는 서울북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신성식)는 지난 28일 오후 3시 30분부터 영훈국제중을 비롯해 영훈초등학교와 영훈고, 학교법인, 이사장 자택 등 관련 기관 16곳에 검사와 수사관 40여 명을 보내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입학 관련 전산자료, 서류 등을 확보했다. 검찰 관계자는 “서울시교육청의 고발 내용 중 영훈초와 영훈고도 각각 연결된 혐의가 있어 함께 압수수색했지만, 16곳 중 학부모와 관련된 장소는 없다”고 말했다.
이는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수사를 의뢰받은 지 9일 만에 압수수색을 단행한 것으로, 이번 사건이 국민적 관심을 사고 있는데다 민감한 사안인 것을 감안해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압수수색과 함께 영훈국제중 관련자들을 불러 조사에 착수했다.
검찰에서는 29일 영훈국제중 행정실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 중이며,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한 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를 벌이는 등 지난 20일 서울시 교육청의 고발 이후 지금까지 수 명을 조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학교 관계자 등에 대한 비리 협의가 구체적으로 드러나게 되면 어떤 처벌을 받게 되는지 사회적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점수조작에 가담한 학교 관계자, 업무방해‧업무상 횡령 혐의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20일 영훈국제중과 대원국제중의 신입생 선발과정에 관한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영훈국제중에서는 2013학년도 입학전형 지원자에 대해 교감과 입학관리부장, 교무부장이 조직적으로 성적 조작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학교 입맛에 맞는 학생을 뽑기 위해 성적을 조작한 정황도 확인됐다.
앞서 서울시교육청은 영훈국제중이 신입생 선발과정에서 성적을 조작해 다수 지원자를 부당하게 탈락시키거나 합격하도록 한 사실이 적발된 것이 31건이라고 발표했다. 이들은 초등학교 6학년을 대상으로 매년 실시하는 여름 영어캠프 참가자 평가 자료와 사회적배려대상자를 대상의 학부모 사전 면담 자료를 토대로 성적을 조작해 일부 학생들을 합격시켰다.
교과 성적 등 객관적 영역 77점과 주관적 영역 23점으로 나뉘는 1차 서류전형에서 객관적 영역 점수 순위가 525~620위에 있던 학생 중 6명이 주관적 영역에서 만점을 받아 합격권인 384위 내로 진입하는 등 이들이 성적을 조작한 사실이 증명됐다. 이들은 경제적 배려 대상자의 경우, 학부모 면담 시 입학 부적격 대상자로 분류된 학생들이 합격권에 들자, 이들의 주관적 채점 영역을 최하점인 1점으로 하향해 탈락시키기도 했다. 또한 비경제적 배려대상자에 미리 합격시키기로 내정된 학생들을 합격시키기 위해 다른 지원자들의 주관적 영역 점수를 깎은 정황도 포착됐다.
시교육청은 학교 차원에서 3년간의 채점표를 폐기해 정황밖에 잡아낼 수 없었다는 입장을 밝히며, 성적 조작에 가담한 관계자들을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이 이들의 혐의를 입증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이 내려진다.
이 밖에 학교회계예산을 목적 이외의 용도로 사용하거나 시설공사에 대한 부당계약 및 공사비 과다지급, 임대보증금 횡령, 명예퇴직금 부당 수령 등으로 23억 2,700여만 원을 빼돌린 관계자 11명도 업무상 횡령 혐의로 시교육청에 의해 검찰에 고발됐다.
검찰에서 이들의 혐의가 입증되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며, 한 사람의 횡령 금액이 5억 원 이상으로 드러나게 되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횡령 혐의가 적용되어 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일 경우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을 받게 된다. 검찰은 조사가 이뤄진 영훈국제중 행정실장 조사결과를 토대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돈 건네고 받은 학교 관계자와 학부모, 배임수‧증재 혐의
검찰은 최근, 지난 3월 2,000만 원의 뒷돈을 내고 자녀를 합격시켰다고 밝힌 학부모를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했다. 영훈국제중 교감 등 학교 관계자들의 줄소환과 대질 심문이 이뤄질 가능성도 열려있다.
이 과정에서 학교 관계자와 학부모 간에 입학 등을 빌미로 ‘뒷돈’을 주고받은 증거를 포착하면, 이들은 각각 배임수재와 배임증재 혐의가 적용된다.
돈을 받은 학교 관계자가 배임수재 혐의로 기소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며, 돈을 건넨 학부모는 배임증재 혐의가 적용되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선고받는다.
학교 관계자가 업무방해와 횡령, 배임수재 혐의가 동시에 드러날 가능성이 있는데, 이 경우 형량은 크게 늘게 된다. 배임수재와 횡령혐의가 동시에 밝혀지면 최대 7년 6월의 징역에 처하고, 횡령금액이 5억 원 이상으로 드러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횡령 혐의가 더해지면 사실상 수 년 이상의 징역형을 피할 길이 없다.
논란의 씨앗, 이재용 부회장은?
‘입학 비리’ 사건이 불거지도록 불씨를 지른 장본인은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다. 이 부회장은 영훈국제중에 사배자 전형으로 입학하며 논란이 됐고, 이에 따라 시교육청 감사에서 이 부회장 아들의 입학에 부정행위가 있었는지 여부에 관한 관심이 집중되며 수사가 확대됐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과 검찰은 “확정적으로 특정인에 대해 말할 수 없다”며 확인을 거부했고,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 문제에 대해 답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답을 피했다.
그러나 이재용 부회장 아들의 부정입학 가능성을 제기했던 김형태 서울시의회 교육의원은 29일 오후 서울시의회 의원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부회장의 아들은 합격생 16명 중 15위였으며, 주관적 영역인 자기개발계획서와 추천서 부분에서 각각 15점과 30점의 만점을 받아냈다고 밝혀 본인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김 의원은 이군의 교과성적은 30점 만점에 45.848점으로 주로 49점대 안팎을 받은 다른 합격생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았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군은 자기개발계획서와 추천서는 물론 출석 및 봉사 부분에서도 모두 만점을 받아 합산 점수 95.848점으로 합격권인 16위권 안에 든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의원은 이 정도까지 정황이 드러났으면 시교육청이 공개하고 밝혀야 한다고 말하며, 검찰의 수사를 지켜보겠다고 하는 삼성 역시 솔직하게 고백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소리를 높였다.
결국 향후 이 부회장 아들의 사회적배려대상자 입학 전형 합격과정의 의혹을 규명하는 것이 검찰 수사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예상된다.
root2-kr@hanmail.net
www.stv.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