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베 수의는 일제시대의 잔재이며, 뿌리 뽑아야 하는 악습입니다.”
언론의 장례문화 보도에 대해 살펴보면 위처럼 단호하게 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삼베 수의는 일제시대에 일제가 강요한 것이기 때문에 뿌리뽑아야 할 악습이라는 것이다.
언뜻 듣기에 합리적으로 들리는 단호한 저 문장은, 그러나 꼼꼼이 따져볼 필요가 있다. 장례 전문가들은 “삼베 수의는 시대의 산물이며, 일제가 강요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서민들이 유교식 의례에 따르기 위해 수의를 입으려고 하는데 살림에 부담이 되기 때문에 입기 시작한 무명, 삼베 수의가 대중적으로 정착이 됐다는 것이다.
결국 일제시대의 잔재라고 불리는 삼베 수의는 오히려 우리의 전통 문화로 발전한 우리 전통 상례 중 하나라 볼 수 있다.
그런데 일부 역사를 잘 알지 못하는 이들이 “삼베 수의는 일제 잔재”라고 주장하며 삼베 수의 퇴출을 읊어댄다.
이렇게 생각해보자. 화장(火葬)은 일제 잔재인가?
복지부에 따르면 한국의 화장률은 90%에 육박하고 있다. 사망자 10명 중 9명은 화장을 한다. 그런데 역사를 따져보면 화장 문화도 일제 잔재라고 할 수 있을까?
일본은 상징적 권력자인 천황(天皇)이 아닌, 실질적 권력자인 쇼군(將軍)은 전통적으로 화장을 했다. 그래서 쇼군의 무덤은 찾아보기 힘들다.
일본에서 일찌감치 대세 장법으로 자리잡은 화장은 불교식 장례방법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한국에 화장을 도입한 것은 일제이며, 그러므로 화장이 일제 잔재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화장률 90%에 육박하는 이 시대에 ‘화장은 일제 잔재’라고 무리한 주장을 펴더라도 실익이 없다. 이미 ‘환경 보호·국토의 효율적 이용’이라는 목적 아래 시대의 대세로 자리 잡은 장법을 정면으로 비판하기도 어렵다. 어떤 현상을 비판할 때는 역사적 근거와 함께, 현실성을 감안해야 한다. 이는 장례문화에 대한 비판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