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협동조합형 상조회사, 자본금 15억 기준 못 채운다?
자본금 채울 여력 안돼 문 닫을 판…공정위 “특정 상황 고려 어려워”
부실·먹튀 상조업체를 퇴출하고 상조 시장을 안정시킬 목적으로 적용되는 ‘자본금 15억원’ 기준이 자칫 영세 상조업체를 모두 퇴출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소규모로 운영되는 협동조합형 상조회사는 15억원까지 자본금을 증액할 여력이 안 되기 때문에 꼼짝없이 문을 닫을 판이다. 하지만 상조 전문가들은 자본금 증액 유예 조항 적용이 불과 6개월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은 만시지탄이라며, 법 적용 후에 문제점이나 부작용에 대한 의견을 공정위에 전달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소규모 협동조합형 회사 중 하나인 한겨레두레협동조합(이하 한두레) 또한 2019년 1월까지 자본금을 15억 원으로 증액해야 한다.
한두레는 지난 2009년 극도로 상업화한 장례문화를 개선하고, 장례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고취할 목적으로 시작됐다. 한두레는 조합원이 공동으로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자발적 경제조직이며, 공동체의 힘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고자 만들어진 협동조합이다. 적거래와 공동구매를 통해 장례용품의 가격을 낮추고, ‘리베이트’ 없는 방식으로 조합원들을 장례지도사와 접객관리사로 쓰는 신선한 방식을 고집해왔다.
그러나 할부거래법 개정안이 지난 2016년 1월 시행되면서 한두레는 하루 아침에 거리에 나앉게 생겼다. 할부법 개정안은 ‘기존 상조업체들이 2019년 1월까지 자본금을 15억원으로 증액하고, 재등록해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만일 자본금 15억원을 마련하지 못하고, 재등록을 하지 못하면 무허가업체로 전락하게 된다. 할부거래업 자체를 못하게 되는 것이다.
한두레는 소규모로 내실있게 경영되는 협동조합으로,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는 대형 상조업체와는 달리 자본금을 15억원까지 증액할 여력이 없는 상황이라 이대로 가면 꼼짝 없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상황을 의식한 듯 서울협동조합협의회는 지난 5월 “한두레에 대한 할부법 적용은 부당하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서울협동조합협의회는 “공정위는 불량한 상조회사를 잡으려다가 우수한 협동조합을 죽이는 우를 범하지 말고, 시급히 사회적 경제에 부합하는 새로운 기준과 방법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두레는 앞서 김근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리영희 교수 등 사회저명인사의 사회장을 치렀으며, 현재는 서울시가 진행중인 저소득층 장례지원 시범사업 등에 참여해 활동하고 있다.
공정위는 특정 상황을 고려해서 법 적용을 하기는 어렵다며 난색을 표했다.
공정위 할부거래과 홍정석 과장은 <상조장례뉴스>와의 통화에서 “특정 기업이나 상황을 고려해서 예외조항을 만들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홍 과장은 “저희(공정위)가 업종을 관리하는 부처라면 개별상황을 파악하고 조치할 수 있겠지만, 업종 관리를 하는 부처가 아니기 때문에 특정 상황을 고려하기는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할부법 유예조항의 적용이 불과 반년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급작스럽게 예외조항을 만들기는 힘들다는 의미다.
사실 이 같은 문제제기는 법 개정 이전에 이뤄졌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2016년 당시 할부법 개정 이전에는 아무말 없다가 법이 적용되기 반년 전에 이러한 움직임을 보여도 속수무책이라는 것이다.
상조업계 전문가들은 “일단 할부법 적용 이후 상황을 지켜보고, 부작용이나 문제점에 대해서 한목소리로 공정위에 전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