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정치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항공모함 칼빈슨호 한반도 재배치는 무력과시 이면에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에 사용할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주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진행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핵·미사일 개발과 관련해 강력한 대북 압박을 주문한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에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화학무기를 사용한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을 응징하는 차원에서 시리아 공군기지에 59개의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을 발사했다. 그러나 한반도에 재배치된 항공모항의 전투기를 출격시켜 북한 핵시설을 파괴할 경우 한반도에서 전면전이 벌어지는 것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사안이다.
미 국방부 내에서도 이를 우려하고 있다. 데릭 촐레 미 국방부 국제안보 담당 전 차관보는 "한반도에서 미군 전력 증강이 억제력 확보 차원에서 도움이 되지만 무력 충돌 가능성을 높이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시 주석이 협조하지 않는다면 단독으로 북한에 대해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과의 만찬 도중 전격적으로 시리아를 공격한 데 대해 중국이 앞으로 어떤 반응을 보일지 해석이 엇갈렸다.
미국 관리들은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의 제의에 응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만찬 도중 시리아 폭격을 감행한 것은 오히려 중국 당국에 트럼프 대통령은 예측할 수 없고 '괴짜'라는 인상만 심어줬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부에서는 미국이 군사력을 과시하는 것만으로는 북한 김정은 정권의 추가 핵 실험과 탄도 미사일 시험 발사를 막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이 나왔다.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 때 김정일 정권을 압박하기 위해 2차례에 걸쳐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를 한반도에 전개했지만 효과는 없었다는 것이다.
중국 전문가로 오바마 1기 행정부에서 백악관 안보담당 특별보좌관을 지낸 제프리 베이더 브루킹스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항공모함 칼빈슨호 한반도 재출동에 대해 "이미 과거에 여러번 사용했던 방법"이라며 "그들(트럼프 정부)은 이것이 새로운 접근법이라고 생각할 지 모르나 특별히 매력적인 전략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과 기관을 직접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중국 정부가 이같은 미국 정부의 계획에 응할지 여부이며 중국이 반대할 경우 미중 관계 훼손을 감수하면서까지 일방적으로 이를 밀어붙일지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9일 시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위협이 이미 위험한 수준을 넘어서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베이더는 "중국 엘리트 사이에서 북한에 더 강경하게 나가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졌다. 그러나 이런 논리가 중국 정부의 정책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