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아동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은 지난해 체벌 미화 표현물에 대해 23건의 시민 제보를 받아 25곳에 시정을 요구했다고 8일 밝혔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지난해 체벌 미화 표현을 담은 방송, 광고물 등 미디어에 대해 시민 제보를 받는 '매의 눈을 빌립니다' 캠페인을 벌였다"며 "이를 통해 9곳에서 문제된 표현을 바로잡거나 재발방지를 약속했다"고 전했다.
캠페인 결과물을 담은 '2017년 시민이 매의 눈으로 찾은 체벌 옹호 표현' 보고서에 따르면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는 지난해 회초리를 쓰는 훈장과 겁을 먹은 아이들을 비추며 '회초리 하나로 완벽정리'라는 자막을 내보냈다.
SBS '미운 오리 새끼'에서 가수 김건모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내보내며 '매를 통해 전해지는 엄마의 사랑'이라는 자막을 단 점도 지적됐다.
'탈락한 사람 사랑의 매 한번 갑니까?'라고 자막을 띄운 JTBC '아는 형님'과, 출연자가 자녀에게 회초리를 든다고 발언할 때마다 '사랑의 매'라고 자막을 내보낸 tvN '인생술집' 등도 지적을 받았다.
정치권에서 민심을 '자식 잘 되라고 회초리를 든 어머니', '부모의 회초리' 등이라고 표현한 점도 "정치인의 한 마디는 기록, 전파되고 재생산되기 때문에 무게가 더욱 무겁다"며 지적받았다.
포털사이트 네이버는 지식 백과에서 '우리 아이 나쁜 버릇 바로잡기'라는 책을 소개했다. 이 책은 '체벌은 최후의 수단'이라는 목차 제목 등이 체벌을 미화한다며 시정 요청을 받아 현재 해당 페이지는 삭제됐다고 단체는 전했다.
보고서는 "한국 아동복지법에 따르면 보호자가 아동에게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는 것은 위법"이라며 "어느 미디어에서도 가정 폭력을 '집안 싸움'이라고 부르지 않듯 공공연하게 체벌을 '사랑의 매'로 그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김은정 세이브더칠드런 권리옹호팀장은 "체벌은 아이를 사랑해야 할 바로 그 사람이 아이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폭력은 괜찮다'라는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며 "사랑의 매와 같은 표현은 체벌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유포, 강화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