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로 고인 80대 후반~90대…상주도 60~70대
급격한 고령화의 영향으로 장례식 풍속도가 변하고 있다.
빈소에서 영정에 절을 하고도 상주와는 맞절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상주의 나이가 60~70대에 달해 조문객들과 맞절하기가 신체적·체력적인 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고인(故人) 또한 80대 후반~90대인 경우가 많다. 고령화가 만들어낸 새로운 장례 풍속도다.
또한 빈소를 차리지 않고 바로 화장터로 직행하는 '직장(直葬)'도 늘고 있다. 빈소를 차리고 조문객을 받는 것도 신체적으로나 감정적으로 힘든 행위이다. 고령의 상주들은 이마저도 부담스러워 한다.
직장에서 은퇴한지 오래돼 부고를 알려도 조문객이 적은 경우도 많다. 이 때문에 무리해서 빈소를 차릴 필요가 없는 것이다.
한 장례식장 관계자는 "장례식이 경제적으로 부담돼 빈소 없이 화장터나 장지로 직행하는 경우도 많다"고 귀띔했다.
밤새서 조문을 받거나 조문객들이 고스톱 등 도박으로 장례식장을 밝히는 경우는 드물어졌다. 이제 큰 소리로 고스톱을 치는 조문객들에게 "자제해달라"거나 "돌아가달라"고 요구하는 상주와 유족이 많아졌다.
빈소에서 도박행위를 하며 떠들썩하게 떠들면 이들을 위해 신경써야할 것이 적지 않다. 술이나 안주 등 찬거리를 준비해줘야 하고, 옆에서 한 마디라도 거들어야 하기 때문에 부담스럽다.
이때문에 아예 장례식장 자체에서 유족을 보호하기 위해 새벽 조문을 받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는 한국 장례문화보다 20년 정도 앞선 것으로 평가받는 일본에서는 이미 흔해진 풍경이다. 일본은 평균수명이 길기로 유명한 국가이며, 이것이 고령화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은퇴 후 장례식을 치러도 조문객이 현저히 줄어들어 떠들썩한 장례식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빈소를 차리지 않고 시신을 화장하거나 매장하는 풍습은 이미 광범위하게 퍼져있다. 누구도 이를 두고 예의에 어긋난다고 지적하지 않는다.
최근에는 인터넷으로 장례식에 참석하거나 드라이브 스루 조문(弔問)까지 등장해 화제가 됐다. 고령자들은 거동이 불편하기 때문에 패스트푸드점에서 많이 쓰이는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조문을 하는 것이다. 전자 방명록을 작성하고, 조의금을 낸다. 그리고 가볍게 합장한 후 돌아가는 것이다.
아직 한국정서에는 맞지 않지만 고령화가 더욱 진행되면 우리나라에도 들어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한 장례식장 관계자는 "유족들 연령대가 높아 이런저런 방식(드라이브 스루) 도입을 고려했지만 아직 정서상 거부감이 많아 실행하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일본에서는 고령화로 장례건수는 늘어나고 있지만 조문객이 대폭 감소하면서 건당 수익률은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이 조문간 한국에도 나타날 것이기 때문에 장례업계의 시급한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김충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