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김충현 기자】“장례식에 오시는 분 중 절반이 무빈소이고, 무연고 사망자도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서울 시내의 한 장례식장 운영실장의 말이다.
경제 위기가 심화되면서 무빈소 장례를 치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같은 이유로 무연고 사망자도 늘어나는 추세이다.
친인척이 많아도 고인을 제대로 애도하기가 쉽지 않은 세상이다. 우리 장례문화는 3일장이 기본인데, 3일차 새벽에 발인을 한다.
이때 발인에서 고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가 쉽지 않다. 어서 빈소를 정리하고 화장시설로 넘어갈 생각이 앞서기 때문이다.
3일간 끊임없이 밀려든 조문객을 상대하느라 사별자들은 파김치가 되기 일쑤다. 대부분 조상객(고인과 연이 있는 경우)이 아니라 문상객(사별자와 연이 있는 경우)이기에 사별자들은 접대에 신경을 써야 한다.
그렇게 되면 고인에 대한 애도 작업은 후순위로 밀린다. 정신없이 발인 후 화장(매장)시설에서 화장(매장)하고 봉안 혹은 자연장을 하고 나면 모든 일이 끝나게 된다.
정신없이 3일장이 끝나고 일상에 복귀하려 하지만, 고인에 대한 묵은 감정은 여전히 남아있다. 제대로 애도하지 못한 사람들은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복합애도’ 상태로 빠져든다. 마치 고인의 죽음이 트라우마처럼 남는 셈이다.
친인척이 많아도 애도에 어려움을 겪지만, 무빈소나 무연고사망자 등을 보내는 사람들도 애도가 어렵다. 경제적 여유가 없으니 심리적 여유도 없다.
전문가들은 상조·장례업계에서 이러한 “제대로 된 애도를 도와줘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발인식에 친인척 및 고인의 지인과 허심탄회한 감정과 기억을 나눠야 제대로 된 애도작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애도작업을 상조·장례업계가 도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장례업계 전문가는 “발인식을 제대로 진행해서 고인에 대한 추억을 나누는 게 좋다”면서 “고인에 대한 감정을 터놓으면서 사람들은 제대로 애도를 하게 되고, 고인을 마음 속에 ‘재조정(Reposition)’ 하게 된다”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