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죽은 다음 어떻게 될까. 사람들은 상(喪)을 당하면 가입한 상조회사에 전화하기 바쁘다. 그 다음은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3일장-화장시설(혹은 매장지)-봉안…. 이 틈에 다른 상상력이 끼어들기 어렵다. 노동 현장을 치열하게 취재해온 작가 희정이 직접 장례지도사가 되어 장례현장을 탐구한 책 '죽은 다음'(한겨레출판 펴냄)이 출간됐다. 이 책은 장례인에 대한 강한 존경심을 드러내면서 동시에 ‘다른 장례’를 꿈꾼다. 상조·장례업계 종사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는 책, '죽은 다음'의 작가 희정을 만나 직접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편집자주>
-희정 작가님의 책 '죽은 다음' 은 장례 분야의 백과사전처럼 방대하면서 수준이 높습니다. 염습실에서 출발해 시신복원 명장, 수의 제작자, 공영장례 등 장례 분야를 꼼꼼히 살피는 태도가 책의 끝까지 이어지고요. 무엇보다 작가님이 직접 장례지도사에 도전한 건 관찰자로서 장인의 태도를 연상케 하는데요. 어떻게 이 책을 쓰시게 됐는지 궁금합니다.(이하 상조장례뉴스)
"저는 인터뷰하고 취재하고 글을 쓰는 게 업이라서 이 분야가 엄청 막 장벽이 높은 일일 거야라고 생각을 못했어요. 돌이켜 보니 ‘어려운 일이야’라고 얘기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그렇구나’라고 생각했고요. ‘일단 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더 컸어요. 그런데 장례가 무서운 게, 뭘 어떻게 해야 될 지 모르겠는 거예요. 그런데도 늘 마음속으로 준비는 해야 될 것 같았어요. 젊었을 때는 장례식에 가는 일도 별로 없으니 회피하고 살면 그만인데 날이 갈수록 그럴 수 없다라는 걸 확인하면서 일단 ‘너무 두렵지만 얘를 알아야겠다’라고 생각했어요." (이하 희정 작가)
-또 다른 계기는요?
"저는 계속 죽음에 관련된 취재를 해 왔어요. 산업재해, 직업병 등 노동 현장이 죽음과 가까운 곳이고요. 또 세월호를 기점,으로 사회적 참사에 대해서 민감성이 더 커지고, 애도해야 된다는 말은 많은데 애도가 뭔지 잘 몰라서 장례든 애도든 막막했죠. 내 가까운 이들의 죽음도 언젠가는 올 거고 나의 죽음도 필연적인 거니까 짚고 넘어가 가야겠다라고 생각했어요. 어떻게 자료 조사를 하고 공부를 할까 찾다 보니 자격증을 주는 교육원(장례지도사 양성기관)이 있어요. 자료 찾기도 힘든데 공부를 시켜주는 곳이 있다니, 하면서 등록하러 갔어요. 교육원에서 첫날부터 “당신 염습해야 돼” 이랬다면 못 했을 수도 있는데 (이론 수업으로) 죽음이 뭔지, 남은 사람들의 태도가 뭔지부터 접근하게 하잖아요. 차근차근 스며들고 죽는 일이라는 게 그 전에 알았던 것처럼 무섭거나 감당 못할 게 아니라 사실 내 삶의 일부라는 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교육원을) 졸업했어요."
-'죽은 다음' 의 목차가 인상적입니다. 전통 장례문화에 익숙지 않은 사람들은 생소한 용어들로 목차를 구성했는데요. ‘고복-반함-성복-발인-반곡-우제-졸곡’으로 진행되는 책의 구조가 독자들의 인상에 강하게 남을 것 같습니다. 목차를 구성한 건 작가님의 아이디어였나요? 공부를 많이 하신 것 같습니다.
"기대를 꺾어서 죄송하지만(웃음) 저는 (장례지도사) 자격증 공부를 해서 지식이 딱 그 정도고 가르쳐주신 거 열심히 공부했죠. 교육원에서 수업을 들을 때 그 부분이 신선했어요. 옛날 사람들이 어떻게 장례를 치렀는지, 전통 상장례라는 것이 무엇인지, 상례랑 장례는 뭐가 다른지 이런 것들을 하나하나 알려줘요. 실제로 장례지도사들의 배움을 최대한 책에다가 좀 담아내고 싶었고 그분들의 태도와 자기 공부라고 하는 것들을 담아내고 싶었어요."
-이런 구조로 목차를 구성한 이유는요?
"저희 세대(40대)만 해도 전통을 조금 경시하는 세대잖아요. 국가가 ‘허례허식을 자제시킨다’라고 하면서 가정의례준칙을 계속 만들어 온 것도 있고요. (장례지도사) 공부를 좀 하게 되면서 마냥 전통 아니면 허례허식이라고 단순하게 볼 것이 아니라 장례의 절차와 역사가 현재의 장례에 어떤 의미를 전달하고 있는지를 좀 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독자들한테도 그것들을 알려드리고 싶었고 그래서 목차를 그렇게 짰어요."
인터뷰이에 존경심, 인터뷰 원고 보여주고 수정사항 최대한 반영
-'죽은 다음' 에는 장례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이 시종일관 묻어납니다. 희정 작가님은 전작인 '두 번째 글쓰기'에서 "기록 작업을 하는 동안 인터뷰이는 나의 동료이자, 공동저자이며, 첫 번째 독자이다. 그에 따른 동등한 존중과 배려가 필요하다.”(p.76) 라고 썼는데, 바로 이런 태도로 장례 분야 노동자들에게 애정과 존중의 시선을 보낸 것 같습니다. 일관성 있게 애정을 보내는 게 쉽지 않은 일이잖아요. 기록자로서의 희정 작가님의 태도는 어떠한가요.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인터뷰이의 (인터뷰 원고) 사전 검토를 거쳐요. 또 인터뷰의 수정 요청을 최대한 반영하고요. 의료가 영리화되듯 장례도 산업화 되는 측면이 있는데 그 사이에서 변화를 겪는 사람들이 가진 고충도 있어요. 기술직이지만 ‘태도와 마음 씀’으로 직업 윤리가 존재해야 되는 직업이죠. 이 두 가지 측면을 어떻게 균형있게 가져갈 것인가를 고민했어요."
-힘들었던 점은요?
"늘 모든 것에 진심이어야 되는 거예요. 아까 ‘늘 그렇게 (일관성 있는) 태도를 해야 되는 게 어렵잖아요’라고 말씀하신 것처럼요. 진심이 아닌 순간 (일이) 틀어지는 게 눈에 보여요. 그래서 모든 순간에 진심을 쏟아야 하는데, 그러면 힘이 드니까 나를 되게 소진시킨다라고 생각했던 게 많았어요. 그런데 장례인들이 자기 방식대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기를 지켜나가는 방식, 그런 경험들을 보면서 저도 기운을 많이 받았어요."
-인류학자 파스칼 보이어가 “죽은 사람에 대해서도 사람에 대한 직관적 기대는 오래 유지된다”라고 했거든요. 이 말을 증명하는 분이 작가님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고인을 굉장히 배려하는 태도를 염습실에서 보이시잖아요. 그런데 저는 그에 대한 장례지도사들의 반응이 반반으로 갈렸을 것 같습니다. 장례지도사들이 희정 님의 고인을 대하는 태도를 봤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이셨나요.
"‘손은 느리지만 마음씀이 예쁜 애네’ 뭐 이런 정도만 생각하셨고, 대단하게 생각하지는 않았을 거예요. 질문하신 배려의 태도는 제가 그 선생님들한테 본 태도예요. 오히려 저는 실습 전에 학원에서 마네킹 갖고 연습할 때는 수의를 한 번 더 입히는 걸 배우고 싶어서 마네킹을 그냥 휘뚜루마뚜루 대했거든요. 이건 책 작업이랑 같이 하는 작업이니까 마네킹마저 진심을 다해서 고인처럼 대해야지, 라고 한다면 이 작업이 저한테 너무 무거울 것 같고 그렇게 무겁게는 독자들한테도 안 가닿을 것 같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현장에서는 고인을 뵙고 어떤 느낌이 들었나요?
"실제로 현장에 딱 들어가서 누워 계시는 분을 본 순간 그런 태도는 더 이상 취할 수가 없어요. 왜냐하면 어제까지 살아있던 사람이었고 나랑 되게 동등한 사람으로서의 존재가 거기에 살아 있는 것처럼 누워 있으니까. 그리고 제가 학원에서 실습했던 이유가 전에는 장례 노동에 대해 전혀 모르니까 어떤 장례인들이 어떤 태도로 일하는 게 좋은 태도인지 나쁜 태도인지 좋은 노동인지 아닌지가 전혀 구분이 되지 않은 거예요. 그래서 그분들이 일하시는 걸 보고 어떤 게 좋고 나쁜 기준을 좀 잡아봐야겠다라고 생각을 하니까 이제 되게 매일 집중해서 그분들 태도를 보게 되는 거죠. 그렇게 (제) 태도를 정돈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인터뷰이는 직업의식이 강한 생활인 위주로 선정
-이 책의 장점은 술술 읽힌다는 것입니다. 책장을 넘길 때 ‘다음에 무슨 이야기가 나올까’ 기대하면서 읽게 됩니다. 목차와 마찬가지로 인터뷰이도 신중하게 선정하셨을텐데, 인터뷰이를 선정하는 기준은 어떻게 정하셨나요?
"너무 장인이라 불리거나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분들은 제외했어요. 먹고사는 일로 얘기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을 좀 만나려고 했어요. 직업 의식의 자부심, 균형감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좀 만나려고 했죠. 또 하나는 성별, 연령대, 직업군도 다양하게 만나자 였어요."
-책을 준비하면서 놀랐던 부분이 있나요.
"책을 읽은 분들도 많이 이야기 하시는데, 장례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손과 발이 들어간다는 점이에요. 장례가 단지 한두 명의 또는 지켜보는 사람들의 눈물과 일어나는 게 아니라 온갖 사람들이 다 손발을 움직여야 돼요. 예전에 전통 장례에서는 그 손발(작업)이 마을 단위에서 이루어졌다면 그게 점점 타인의 손을 빌리고 외주화하는 과정들이 있죠. 그렇다면 손과 발에 대해서 좀 두루 다루고 싶었던 게 있어요."
-'죽은 다음'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다르게’입니다. 다르게 죽기, 다른 사람(여자 장례지도사, 여자 상여꾼), 다른 형태(생전 장례식) 등 다른 것 혹은 대안을 모색하는 시도가 끊이지 않습니다. 이는 과도하게 상업화되는 장례에 대한 비판적 시선인 동시에 성차별 이슈에 대한 문제 제기이기도 합니다. 장례 분야는 보수적이고 변화가 느린데 작가님이 끊임없이 ‘다른 것’을 찾는 시도를 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오히려 저한테는 그런 측면이 다른 것이 아니었어요. 제 주변의 (실제) 욕구들이죠. ‘수의 입기 싫어’, ‘나 여자인데 상주하고 싶어’ 등 이런 욕구는 아마 제 또래(40대)에게 강한 욕망인 것 같아요. 그렇다고 제가 기존 장례를 싹 다 무시하고 아무런 정보도 없는데 ‘나 다른 거 해보고 싶어’라고 해서 되는 게 아니죠. 그래서 다른 걸 해보고 싶다는 욕망이 올라오는 상황에서 장례 현장에 들어갔어요. 여자 장례지도사나 화장기사, 협동조합 같은 형식으로 장례를 치른다던가 아니면 생전 장례식을 하는 사람들 등 실제로 다른 것들을 좀 해보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이 책을 좀 확장시켰어요. 장례 분야가 되게 보수적이고 변화가 느리다고 하는데 장례업의 변화가 사회적 사회의 변화랑 맞닿아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의외로 변화가 빠르기도 하다 생각이 들어요. 다른 것들을 추구한다는 건 사실 이 사회가 좀 달라지고 싶다라고 하는 욕망을 분출하는 거라고 봐요."
상조·장례업계에 대한 편견을 불식하기 위해 다른 장례 가능성 고려해야
-'죽은 다음' 에는 작가님이 ‘장례 분야를 취재한다고 가족들에게 말하지 못했다’라는 문구가 나와요. 미디어 노출이 잦아지면서 장례지도사가 되려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만 여전히 장례 분야는 편견에 시달리고 있는 것 같은데요. 이러한 편견을 불식시키기 위해 장례 분야 종사자들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책에도 썼지만 천만 명의 관객이 드는 영화에서 장례지도사를 ‘관 뚜껑 열어가지고 돈 꺼내 가는 사람’으로 표현되잖아요. 그런데 (현장) 인터뷰 가서 (그 이미지에 대해) 그분들이 화내시는 거 보고 ‘어머, 이게 잘못된 이미지구나’, ‘누군가 상처 입힐 이미지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죽음을 보는 우리 사회의 태도가 경외하면서도 경시하잖아요. 죽음이 삶에서 뚝 떨어진 것으로 치부하기 때문에 경외되고 경시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삶과 죽음이 좀 맞닿는 방식으로 가려면 다양한 사람들이 장례지도사나 장례인이 되어야 된다고 얘기를 했어요. 교육원에 갔을 때 아쉬운 건 장례학, 애도, 무덤의 형식, 법령 등 다양하게 배우지만 그 외에 현실적인 부분들이에요. 예를 들어 장애를 가진 몸도 있고 퀴어의 몸도 있는데 이건 되게 인권적인 측면이기도 해서 인권 교육도 해야 될 것 같고요. 무연고자 장례나 공영 장례에 대한 부분도 다뤄야 될 것 같아요."
-그 부분에 대해 상조·장례업계가 변화할 수 있을까요.
"저는 요즘 ‘내가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가’를 얘기할 때 방향보다 더 중요한 건, 내가 그 방향으로 갈 수 있게 뭘 감수할 수 있느냐를 얘기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봐요."
-'죽은 다음' 책 표지가 깔끔하면서도 예쁩니다. 어떤 독자들은 꽃으로 구성된 표지를 보면서 “꽃길 같다”라고 말하기도 했는데, 작가님 마음에 드시는지요.
"표지 후보를 출판사에서 5개를 주셨어요. 안을 놓고 이야기하면서 편집자 선생님들 사이에서는 ‘죽음에 대한 이미지가 각자 이렇게 다 다르구나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라고 얘기를 하셨어요. 저는 속으로 지금 이 표지를 픽(pick)하고 있었거든요. 이걸 뽑은 이유는 삶이랑 제일 가까워 보였어요. 슬프면서도 아름답고 어두우면서 밝고 이러잖아요."
-인터뷰 녹취를 글로 옮기는 건 취재 대상의 언어를 작가님의 언어로 저는 옮기는 작업이라, 번역자의 작업과 비슷해 보여요. 상조·장례업계는 고유의 언어가 있는데 옮기는 데 고민을 많이 했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재구성하는 데 좀 어려움은 없으셨는지, 이 책을 쓰면서 가장 고민했던 지점은요.
"수위를 조절하느라고 좀 힘들었어요. 우리는 다 누구나 사별자가 되거나 또는 고인이 돼야 하는데 장례업에 대해 일반적인 비판만 해서 막연한 불안감을 심어주는 것도 옳지 않을 것 같고 또 되게 일부의 얘기가 전체로 퍼져나가는 것도요. 이 직업(군)에 대해 어떤 편견이 있잖아요. 그걸 강화시키는 방식으로 가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이들의 문제점을 짚으면서도 서로가 편견과 불안감을 높여가지 않는 방식이 뭐가 있을까를 표현하면서 고민했어요."
업계에 대한 편견·불안감 조장하지 않으려 노력…관계자들 칭찬에 기뻐
-상조·장례업계 관계자들도 '죽은 다음' 을 보면서 “진작 나왔어야 할 책이 드디어 나왔다”라고 말합니다. 이처럼 알찬 책을 만들기 위해 긴 원고를 압축하는 과정을 거치셨을 것 같습니다. 혹시 이 책에는 담지 못했지만, 작가님 마음에 오래도록 남아있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상조·장례 업계 관계자분들이 좋게 봐주신다 해서 질문을 듣고 기뻤어요. 원래 이 책은 지금보다 훨씬 두꺼웠죠. 초고에서 원고지 200매는 줄였어요. 이것이 죽음에 관련된 키워드이기 때문에 두께까지 두꺼워지면 (독자에게) 가닿지 못할 수 있다라는 생각 때문에 (내용을) 많이 뺏어요. (소재가) 죽음이기 때문에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담을 수 있는 얘기인가 없는가를 굉장히 고민을 하면서 담았어요. 인터뷰에서 들려주신 얘기라 할지라도 어느 정도는 재구성을 했고요."
-어떤 독자들이 '죽은 다음' 을 읽기를 바라시나요? 또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어떤 이야기를 나누면 좋을까요?
"이 책을 ‘4월에 출간하자’라고 오래전부터 저랑 편집자님이 약속을 했거든요. 그 이유는 자살 시도율이 봄에 굉장히 올라가요. 겨울을 보내고 봄이 왔을 때 시도율이 높아져요. 지금 혹시라도 마음이 그럴 사람들이 이 책을 보고 내 삶에 대해서 또는 내가 이미 앞서 떠나보낸 사람들을 애도하는 삶에 대해서 생각을 한 번만 해 봤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니까 ‘안 죽었으면 좋겠어’ 감히 이런 거보다 봄에 무언가를 마음 먹기 전에 이 책 한 권만 거쳐서 가줬으면 좋겠다 생각했어요. 또 한편으로는 북토크를 하면 자살 사별자들이 얘기를 많이 하시는 거예요. (자살자) 그 사람이 죽었다는 사실조차 말할 수가 없게 된다고. (사람들이) 편견을 다 드러내니까. 그래서 한강 작가의 소설에서 ‘네가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다’(소설 '소년이 온다')는 의미를 조금씩 더 알 것 같아요. 그래서 남겨진 사람들한테도 '죽은 다음' 이 읽혔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마지막으로 상조·장례업계 종사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격려의 말씀도 좋고요.
"제가 뭐라고 격려를.(웃음) 저는 그냥 직업훈련을 받은 사람이고 주변에 젊어서 이 일을 해보려는 사람들이 있어요. 젊거나 다른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 이곳에 와서 오래 일할 수 있는 곳이 되면 좋겠어요. 그건 국가가 할 일만이 아니라 사실 상조·장례업을 하고 계신 선배들이 해야 하실 일도 있을 거예요. 이 일자리가 (어떻게 하면) 자부심과 복지를 다 가질 수 있게 될 것인가를 같이 고민해야 하죠. 다양한 장례지도사들도 보면서 ‘이것은 좋은 일이다’ 생각했어요. 책에도 썼지만 이 사회는 계속 죽음을 숫자로 치환하는데 그럼에도 숫자를 사람으로 만드는 것도 저는 (상조·)장례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라고 생각해요. (고인을) ‘사람처럼 대했다, 사람처럼 보내줬다’라는 말이 가진 힘이 있어요. 그런 존경심을 (담아서 '죽은 다음'을) 썼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