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신' 외친 국민의힘, 결국 도로 친윤당?

2025.07.04 09:15:55


【STV 박상용 기자】국민의힘이 대선 패배와 대통령 탄핵이라는 정치적 격변 이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며 쇄신을 천명했다. 그러나 출범한 지도부를 보면,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뼈아픈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도로 친윤당으로의 회귀, 그것도 '영남-친윤' 중진들로 채운 지도부는 국민이 기대한 변화와는 거리가 멀다.

당 지도부의 핵심 3인방 송언석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경북 김천), 김정재 정책위의장(경북 포항 북구), 정점식 사무총장(경남 통영·고성) 모두 영남권 3선 의원이자, 윤석열 전 대통령과 정치적 혈맥을 나눈 친윤계로 분류된다. 특히 정점식 의원은 검사 시절 윤 전 대통령과 임관 동기로, 윤 대통령 체포 당시 관저 앞에 집결한 ‘친윤 충성파’로 이름을 올렸다. 김정재 의원 역시 대통령 당선인 시절 특별보좌역을 지낸 바 있다.

이러한 인선은 정치적 안정을 위한 전략일 수 있다. 하지만 혁신이라는 이름 아래 기존 권력구조를 그대로 재편하는 방식이라면, 그것은 쇄신이 아니라 ‘구조 보전’에 가깝다. 국민은 이미 오래전부터 윤석열 정부와의 거리 두기를 요구해왔다. 대선 참패와 탄핵이라는 결과는 그 요구가 ‘민심’이었음을 입증한다.

송언석 위원장이 당 안팎의 시선을 의식해 안철수 의원에게 혁신위원장직을 맡긴 것은 분명 ‘비윤계 포섭’이라는 정치적 의도가 엿보인다. 하지만 실질적 권한이 없는 혁신위원회가 과연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 이미 친윤 중심으로 짜여진 권력 구조 속에서 안 위원장이 주도권을 행사할 여지는 크지 않아 보인다. 친한(한동훈)계 일각에서조차 “안 의원은 입장이 모호하다”며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 이유다.

혁신의 요체는 구호가 아니라 실천이다. 특히 혁신의 핵심은 낡은 권력구조를 허무는 데 있다. 그러나 현재 국민의힘 지도부는 그 반대 방향으로 달려가고 있다. 변화의 요구가 쏟아지는 가운데, 당 지도부는 여전히 '내 사람 챙기기'에 몰두한 모양새다. 쇄신은 혁신의 겉포장만 입힌 채, 기득권 중심의 정치문법을 반복하고 있다.

정치는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정치적 계파의 재정비가 아니라, 민생을 향한 책임 있는 변화다. 지도부의 구성이 이대로 굳어진다면, 국민의힘은 ‘변하지 않는 당’이라는 오명을 안고 다시 한 번 민심의 심판대에 오르게 될 것이다.

안철수 혁신위가 ‘허울뿐인 명패’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실권을 보장하고, 혁신안을 실천할 수 있는 당내 구조 개편이 선행돼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 혁신위는 시작도 전에 ‘명분 없는 소모전’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쇄신이란 결국, 자신이 쥔 권력을 내려놓을 수 있을 때 비로소 시작된다. 국민의힘은 지금이라도 진정한 혁신의 의미를 되새겨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도로 친윤당’이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박상용 기자 stp711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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