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녹취록, 국정원 댓글 재판 '스모킹건' 됐다

2017.08.31 09:08:36

【stv 사회팀】= 원세훈(66) 전 국가정보원장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 받은 배경에는 원 전 원장의 전 부서장 회의 녹취록이 결정적인 증거로 작용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김대웅)는 30일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원 전 원장의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4년에 자격정지 4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이종명(60) 전 국정원 3차장과 민병주(59)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에겐 각각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 자격정지 2년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국정원 조직의 정점에 있던 원 전 원장이 전 부서장 회의 등에서 특정 후보나 정당을 지지하라고 명시적으로 지시하지 않았을지라도, 친정부 성향의 활동을 하도록 국정원 직원들에게 전체적인 지시를 내렸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엄격한 상명하복 관계에서 복종할 수밖에 없는 국정원 직원들로서는 선거 결과에 영향을 주기 위한 활동을 할 수 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최소 70여명의 사이버팀 직원들을 동원해 일사분란한 지시와 보고 체계로 조직적이고 분업적으로 범행을 실행해 전례 없는 대규모이자 조직적인 국가기관의 정치 관여 및 선거 개입이라고 평가했다.

 재판부의 이 같은 판단에는 검찰이 지난달 24일 파기환송심 결심공판 막바지에 제출해 증거로 채택된 원 전 원장 주재 전 부서장 회의 녹취록 및 보고서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제출한 녹취록에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 단계부터 잘 관리하라' '우호세력을 정확하게 알려라', '지금 현 정부 대 비 정부 싸움이다. 강 건너 불구경할 문제 아니다' 등 원 전 원장의 발언이 기록됐다.

 해당 내용은 기존에 재판부에 제출된 전 부서장 회의 등 문건에서 삭제되거나 수정됐던 부분을 국정원으로부터 최근 회신 받은 것이다.

 재판부는 원 전 원장이 회의에서 선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이 선거에 승리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함으로써 결국 국정원에 선거 활동 지시를 전체적으로 내렸다고 봤다.

 또 원 전 원장이 여러 차례에 걸쳐 회의 석상에서 국책사업을 홍보하거나 이전 정권을 '좌파정권'으로 말하는 등 당시 야당인 민주당 및 소속 정치인들을 공격하도록 지시했다고 인정했다.

 그 결과 국정원 사이버팀에 이 같은 기조가 반영된 지침이 만들어졌고, 결국 원 전 원장이 대북 심리전 수준을 넘어선 정치활동을 지시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이 같은 행위가 헌법이 규정하는 공무원으로서의 정치적 중립 의무에 위반하는 것으로, 공직선거법상 선거에서의 정치적 중립성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인터넷에 특정 정치 편향의 글을 퍼트림으로 개인이나 정당의 정치활동 자유를 방해하는 등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더불어 원 전 원장의 지시로 인해 직원들의 양심이나 정치활동 자유까지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원 전 원장이 국정원 수장으로서 부당한 관행을 타파했어야 했는데도 오히려 사이버 활동을 강화했다고 지적했다. 이 전 차장과 민 전 국장 역시 30년간 군이나 국정원에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원 전 원장의 부당한 지시를 막았어야 했지만 범행에 가담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결국 이들의 행위가 '자유와 진리를 행한다'는 국정원의 원훈을 무색하게 했다며, 국정원이 국론분열이나 편가르기가 아닌 국가안보를 위한 주춧돌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 같은 범행 정도를 고려했을 때 현행 국정원법 적정형에 따라 징역 7년 이하의 징역 및 자격정지에 처해야 하지만, 국정원법 개정 이전에 범행을 저지른 점을 적용해 구 국정원법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및 자격정지를 고려한 형량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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