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김충현 기자】상조가 단순히 상품을 판매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사별자를 위로하는 ‘애도’ 시장을 사로잡아야 발전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상조업계에 따르면 상조는 1980년대 부산상조로부터 시작됐다. 일본의 호조회를 본따 처음 도입된 상조업은 부산지역부터 퍼져나갔다.
상조업 도입 초기에는 장례업을 대행해주는 일종의 서비스 역할로 런칭됐다. 그간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된 장례식이 규격과 체계를 갖춘 것도 상조의 도입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수의, 관부터 염습 과정 등 하나하나 점검하고 체계를 도입한 것은 상조회사들이었다.
상조업은 여기에 멈추지 않고 상조 결합상품을 도입해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전자제품을 결합상품을 내세운 업체들이 가파르게 성장하며 상위권으로 튀어오르는 성과를 보였다.
또한 크루즈 여행 등 여행상품에다 웨딩, 어학연수 등의 상품까지 서비스하며 업의 영역까지 확장했다.
급기야 상조는 펫, 바이오 등으로 영역을 넓혀가는 상조 3.0 시대를 맞이했다. 이제 상조업체들은 ‘토탈 라이프케어 서비스’를 표방하며 소비자들의 생애주기에 맞춰 광범위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상조업종의 발전을 위해서는 물질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영역까지 커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조의 이상적 형태인 '사자 복지사업'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사별자의 애도를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1인가구와 고독사가 폭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고인의 사망에 따른 사별자들의 애도를 상조가 담당하면 상조의 가치가 더 오를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한 상조·장례업계 관계자는 “3일간 정신없이 장례식을 치르다보면 고인을 돌아볼 틈이 없다”면서 “장례식이 끝나고 정작 ‘복합애도’로 빠져드는 경우가 있다”라고 말했다.
복합애도(Complicated Grief)란 사별 후 슬픔 반응이 정상적 애도 과정을 벗어나 6개월 이상 지속되거나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주는 비정상적이고 병리적인 애도 반응이다. 반려동물을 잃고 큰 슬픔에 빠지는 ‘펫로스 증후군’도 같은 맥락에 있다.
복합애도를 사전 예방하기 위해 상조상품에 애도를 돕는 기능을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 상조업체가 ‘심리상담’을 상품에 포함하고 있지만, 본격적인 심리상담이나 애도상담은 활성화되지 않은 상황이다.
A상조업체 관계자는 “애도와 관련한 상품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라면서 “장기적으로 이를 상품에 포함시키면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했다.
다만 현실적으로 상조업체가 장례가 치러지는 3일의 시간동안 애도상담을 하기 어렵다는 반론도 있다.
K상조업체 관계자는 “장례지도사가 염습하고, 화장시설로 고인을 모시기도 바쁜 상황에서 애도상담을 진행하기 어렵다”면서 “따로 애도상담가를 쓰려면 비용적 문제가 걸린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