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정치팀】= 홍준표 전 경남지사가 자유한국당의 신임 대표로 선출되면서 더불어민주당 내에는 향후 정국을 유연하게 풀어나갈 것이란 기대감과 함께 이념 대결로 치달을 것이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민주당으로서는 여소야대 국회에서 제1야당 대표의 협조가 절실한 탓에 홍 대표의 행보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홍 대표에 대한 기대감은 그가 취임 직후 잇따라 내놓은 메시지의 영향이 크다. 홍 대표는 야당이 부적격자로 지명한 송영무·조대엽 장관 후보자와 관련, "판단은 국민 몫이다. 거기에 당력을 쏟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비정상적으로 태어난 정부가 내각 구성도 못 하도록 우리가 방해한다는 인상을 줘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그간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을 향해 강한 어조로 비판해왔던 것과는 사뭇 다른 뉴앙스다. 실제 홍 대표는 추미애 민주당 대표를 만나서는 "여야가 협조해서 나랏일을 잘 좀 이끌어 갔으면 (좋겠다)"며 협치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홍 대표는 그러면서 "당론이나 당의 방침과는 배치되는 그런 원내 활동은 바람직스럽지는 않다"며 향후 원내 협상에서도 본인의 목소리를 내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민주당의 한 재선의원은 이에 대해 "홍 대표가 자기 힘으로 당의 지지율을 끌어올리려고 노력할 것"이라며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당내에서 실권이 없는 사람이라 협상이 어려웠는데, 홍 대표는 상대적으로 주도적인 협상이 가능할 것"이라고 환영했다.
특히 협상 파트너가 생긴 추 대표는 반색했다. 추 대표는 홍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저는 한국당 전당대회를 기다렸다. 지도부 체제가 완전히 되고 또 이렇게 정치적 파트너가 생겼기 때문에 앞으로 어려운 숙제를 풀어갈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추 대표는 사법연수원 동기인 홍 대표에게 팔짱을 끼자고 제안을 하는 등 친밀감을 과시했다. 홍 대표 역시 국민의당, 바른정당 대표와는 만나지 않음으로써 향후 추 대표와 양자협상에 나설 방침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와관련 추 대표 측 관계자는 "가장 큰 파트너인 한국당 대표가 선출되면서 당대표가 주도적으로 정국을 풀어 갈 여건이 마련됐다"며 "그동안은 협상을 하고 싶어도 만날 사람이 없었다. 정식 선출 과정을 통해서 뽑힌 정통성이 있는 대표인 만큼 협상의 여지가 커질 것"이라고 반색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향후 정국 경색이 길어질 경우 원내를 넘어 당 지도부간 협상 테이블이 마련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간 원내대표에게 모든 사안이 집중돼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낮았던 추 대표로서는 존재감을 과시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셈이다.
그러나 홍 대표 체제에 대한 당내 우려도 만만치 않다. 민주당의 한 중진의원은 "지금 추 대표도 강하고, 홍 대표도 강한 사람인데 어떻게 협상이 되겠냐"라면서 "대선에서 진 사람이 무슨 타협을 하겠냐. 오히려 자유한국당은 내부 투쟁에 집중할 것이다. 한국당이 자체적으로 시끄러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 대표의 이념적 강성발언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실제로 홍 대표는 전당대회 기간 내내 문재인 정부를 '주사파 운동권 정권' 규정하며 "오래 못 갈 것"이라고 비난의 강도를 높인 바 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대여 관계에서는 오히려 더 강해진다고 봐야 한다"며 "정부여당을 공격하면서 말을 심하게 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내부에서는 홍 대표와의 협상 공간을 주도적으로 열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의 G20 정상회의 참석 이후 성과보고 형식으로 야당 대표를 청와대로 초청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민주당의 한 초선의원은 "홍 대표가 과거 정치 활동을 할 때는 대화할 수 있는 상대로 여겨졌는데 지난 대선을 거치면서 지나치게 이념적 색채를 강하게 띄었다"며 "우리 당이 홍 대표의 양면 중에서 어느 쪽을 강하게 끌어내느냐에 따라서 결과물이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