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정치팀】= 국민의당이 13일 당의 향후 노선과 더불어민주당 집권 상황에서 정부여당과의 관계설정을 두고 난상토론을 벌였다. 특히 창당 기반이자 당 주요 지지기반이었던 '호남'을 두고 치열한 토론이 오갔다.
김태일 국민의당 혁신위원장은 이날 강원도 국회고성연수원에서 열린 국회의원-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강연을 통해 "호남 없는 개혁은 공허하고, 개혁 없는 호남은 맹목"이라며 "지역을 빼면 남는 게 뭐냐. 거꾸로 지역만 가지고 사람을 설득할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국민의당 지지기반인 호남을 포기하지 않되 개혁적 정책·비전으로 외연을 확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개혁이 없는 지역은 애당초 김대중 정신도 아니고 '맹목'이다. 정말 정당이 아니다"라며 "무슨무슨 지역정당에 대해 비아냥거리는 당 이름이 있지 않나. 그런 이름을 듣기 십상"이라고 국민의당이 줄곧 시달려온 '호남당 논란'을 시사했다.
워크숍에 참여한 원외 지역위원장 일부는 해당 발언에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정두환 금천구 지역위원장은 "호남 없는 개혁이 공허하고 개혁 없는 호남이 맹목이라면 이 당의 목표는 집권이 아니다"라며 "이 당이 호남을 극복하지 못하면 어떤 개혁이든 공허하고 국민의당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정 위원장은 이어 "우리의 목표는 두 개다. 정체성과 내년 지방선거의 승리"라며 "우리 당은 개헌을 주장하고 진보와 보수를 넘고 영호남을 넘는다고 하면서도 대다수 현역 의원은 호남이고 나머지는 원외라는 숙명적인 숙업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내년 지방선거에 서울시장, 경기도지사, 충청, 영남 후보는 있을까. 광역단체 후보가 있다면 그 밑의 후보가 존재할까 등의 문제와 연결돼 있다"며 "호남과 개혁을 동일시하고 호남과 국민의당을 일체화하면 스스로 앞으로의 비전, 정체성이 그 속에 갇히게 된다"고 했다.
우일식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지역위원장은 "호남에 대한 논의만 있다. 우리가 대선에서 2등도 아니고 3등을 한 건 영남에서 3등을 해서"라며 "호남도지사, 호남광역시장을 위한 당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집권여당을 꿈꿔야 하는데 논제 자체가 아직 호남"이라고 꼬집었다.
김태일 위원장은 이에 "개혁세력은 호남이라는 지역에 대해 여타의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지역주의의 하나로 여기는 오류를 범하는 것"이라며 "호남은 우리나라 민주화의 동력을 만들어왔던 일종의 기관차 역할을 했고 영남 지역주의의 공세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지역주의에 대응해서 나타나는 방어적인 민주주의와 결합한 지역성이다. 이런 역사적 성격에 대해 개혁세력이 소홀히 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호남의 입장에서 보면 개혁이라는 것이 때로는 불편하고 생경하기도 한 인식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그런데 호남지역이 개혁성을 상실해버리면 손가락질을 받는 지역이 된다. 양자의 결합은 숙명과 같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정부 및 민주당과의 관계 설정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박주선 비대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실패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의 혁신으로 더 유능한 변화, 비전, 전략, 정책으로 국민의 지지를 다시 받아야 한다"고 했다. 비대위원장 취임 직후 주장해온 '야당일 땐 야당, 협조할 땐 협조' 기조를 재확인한 것으로 읽혔다.
반면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에 대한 비토 목소리도 높았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미세먼지 대책, 비정규직 제로 선언, 통신비 인하 정책 등을 거론,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이벤트가 될지는 몰라도 협치도 아니고 국민과의 진정한 소통도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수십 년간 누적된 우리 사회 구조적 문제를 이렇게 졸속적, 단기적인 처방으로 해결하겠다는 발상은 실패로 가는 길"이라고 했다.
김 원내대표는 "책임총리, 책임장관을 얘기하면서 아직 장관 임명이 안 된 상태에서 해당 부처의 진정한 진단과 분석도 없는 상태에서 청와대가 원맨쇼를 벌이는 것이야말로 실패의 길로 가고 있다"고 원색 비난했다.
그는 아울러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중심 일자리 81만개 창출 공약 및 이를 실행하기 위한 추경 추진과 관련,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공약은 이명박 정부의 4대강 공약과 너무나도 비슷한 점이 많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언주 원내수석부대표는 "지금도 문재인 정부가 협치를 한다면서 여러 가지를 하고 있다. 말로는 협치를 한다면서 민주당이야말로 끊임없이 자유한국당의 극우적 세력 부활을 부추기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대선 때도 민주당이야말로 '보수를 궤멸시킨다' 이런 얘기를 계속하면서 우리 사회 극우세력이 다시 부활하는 것을 방조한 게 아니냐"라며 "이제 분열과 증오의 정치를 그만해야 될 때가 왔다"고 했다.
한편 대선 패배 책임 및 비대위 체제에 대한 날 선 지적도 있었다.
우일식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지역위원장은 "지금 박지원 전 대표가 물러난 것 외에 대선 참패, 인사 참패를 책임지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며 "과연 당 지도부는 비대위 기간을 즐기는 건지, 문제를 찾아내서 비상사태를 언제 벗어날 것인지 플랜을 제시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당은 앞서 지난 12일 의총을 통해 8월까지는 전당대회를 치르기로 했지만, 구체적인 전당대회 방식 및 차기 지도체제 등에 대해선 이날 워크숍을 포함해 추가 의견 수렴을 거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