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공석 200일 넘어…제청·임명권 충돌 장기화

조희대 재제청 거부로 교착 심화…국민의힘 권한쟁의심판도 변수

 

【STV 박상용 기자】노태악 전 대법관의 후임 자리가 200일 넘게 비어 있는 가운데 청와대와 대법원이 후보 제청 절차를 놓고 정면으로 맞서면서 공석 장기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쟁점은 대법원장의 제청권과 대통령의 임명권이 실제 인선 과정에서 어디까지 작용하는지에 모아진다.

 

헌법은 대법관을 대법원장이 제청하고 국회의 동의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규정한다. 하지만 대법원장이 제청한 후보자를 대통령이 받아들이지 않았을 때 이후 절차를 어떻게 진행할지는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 이번 갈등이 단순한 후보자 선택 문제를 넘어 헌법기관 간 권한 해석 문제로 번진 배경이다.

 

인선은 지난 1월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노 전 대법관 후임 후보 4명을 추천한 뒤부터 지연됐다. 청와대와 사법부가 최종 후보를 놓고 접점을 찾지 못했고, 조희대 대법원장은 지난달 손봉기 후보자를 제청했다. 청와대는 실질적인 협의 없이 이뤄진 제청이라며 다른 후보를 다시 제청해 달라고 요청했다.

 

조 대법원장은 22일 재제청 요청 문서에 구체적인 사유와 이를 정당화할 헌법적 근거가 없다며 응할 수 없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 대법원장의 제청권을 대통령의 임명권보다 우위에 두는 해석이라며 유감을 표했다. 양측이 서로 다른 헌법 해석을 고수하면서 현재로서는 인선을 재개할 뚜렷한 절차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정치권의 법적 대응도 변수다. 국민의힘은 대통령의 재제청 요구가 국회의 대법관 임명동의권을 침해했다는 취지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헌법재판소가 본안 판단에 들어갈 경우 대법원장의 제청권과 대통령·국회의 권한 범위를 둘러싼 논의가 더욱 구체화될 가능성이 있다.

 

조 대법원장의 임기는 내년 6월까지다. 청와대와 대법원이 기존 입장을 유지할 경우 노 전 대법관 후임 인선은 상당 기간 더 지연될 수 있다. 다만 현재 단계에서 조 대법원장 임기까지 공석이 이어진다고 단정하기보다는 양측의 추가 협의와 헌법재판 절차 등을 지켜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