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박상용 기자】상조회사가 소비자에게 받은 선수금을 운용할 때 수익률보다 계약 이행과 해약환급금 지급 능력을 우선 점검하도록 내부통제 기준이 강화된다. 선수금 1000억원 이상 업체에는 별도의 운용심의위원회를 두는 기준이 마련돼 대형사를 중심으로 경영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선불식 할부거래에서의 소비자보호 지침’ 개정안을 9월 14일까지 행정예고한다. 선수금은 장례나 여행 등 미래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계약 해지 때 환급금을 지급하는 재원이어서 일반적인 기업 여유자금보다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취지다.
개정안은 선수금 운용 과정에서 안정성과 유동성, 수익성을 함께 고려하도록 했다. 파생상품 등 손실 위험이 큰 자산에 투자할 때는 규모와 조건, 회수 가능성, 재무상태에 미칠 영향을 사전에 검토해야 한다. 지배주주·특수관계인을 위한 채무보증과 담보 제공, 정상가격과 차이가 나는 계열사 주식·부동산 거래도 점검 대상이다.
모든 선불식 할부거래업자는 투자 가능 자산과 승인 절차, 위험관리 기준을 담은 자체 운용지침을 마련해야 한다. 유동성·투자·위험관리 계획도 회계연도마다 수립해 이사회에 보고해야 한다. 선수금이 1000억원에 미치지 않는 업체도 이러한 기본적인 내부통제 기준에서는 제외되지 않는다.
선수금 1000억원 이상 업체는 운용지침과 연간 계획의 변경, 고위험 투자, 특수관계인 거래 등을 선수금운용심의위원회에서 다루게 된다. 해당 안건을 심의할 때 공제조합·은행 등 지급의무기관 임직원과 외부 회계·재무 전문가의 의견까지 들어야 해 경영진이 단독으로 투자 방향을 결정하기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는 심의기구 운영과 자료 작성, 자산운용 전문인력 확보, 외부 자문 등에 따른 비용 부담이 추가될 수 있다. 저위험·현금성 자산 비중이 높아지면 고위험 투자에서 기대할 수 있는 운용수익도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특히 선수금 운용수익 의존도가 높거나 계열사 거래 비중이 큰 회사에는 상대적으로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반면 보수적인 투자 원칙과 내부 심의체계를 이미 갖춘 회사는 기존 제도를 보완하는 수준에서 대응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과도한 투자보다 지급 능력과 자금 투명성을 중시하는 회사가 소비자 신뢰를 얻는 구조가 강화될 전망이다. 다만 이번 개정은 법률로 특정 투자를 직접 금지하는 방식이 아니라 소비자보호 지침을 통해 자율 준수를 유도하는 조치여서 시행 이후 실제 이행 여부를 점검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