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박상용 기자】퇴우 정념 스님이 대한불교조계종 제38대 총무원장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교구 자립과 지방분권을 중심으로 한 종단 혁신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정념 스님은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직책의 권위보다 수행자의 초심으로 대중 곁에 서겠다”며 출마 의사를 밝혔다. 이날 회견에는 스님과 불자 등 사부대중 300여 명이 참석해 정념 스님이 내놓은 종단 운영 방향과 공약에 관심을 보였다.
정념 스님은 출가자와 신도 감소, 불교계에 대한 사회적 신뢰 저하, 1994년 종단 개혁 체제의 구조적 한계를 한국불교가 직면한 ‘3대 위기’로 진단했다. 이어 ‘오래된 미래, 새로운 화엄’을 출마 화두로 내걸고 위기 극복을 위한 3대 전략과 10대 핵심 공약을 발표했다.
핵심은 총무원에 집중된 권한과 재정을 교구로 이전하는 지방분권형 종단 운영이다. 지역 종무는 해당 지역 대중이 우선 결정하는 ‘보충성의 원칙’을 도입하고, 교구 자치의 법적 근거를 종헌·종법에 명문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총무원의 승인 절차를 정비하고 말사 주지 임명권을 교구로 이관해 교구가 지역 특성에 맞는 종무행정을 펼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중앙 예산의 30%를 포교 기반 조성에 배정하고 ‘교구 상생 공동발전 기금’을 만들어 재정 여건이 어려운 교구와 소속 스님들의 생활 및 노후 의료를 지원하는 방안도 내놨다.
수행과 행정 분야에서는 총무원장 단임제, 차세대 통합 종무시스템 구축, 행정·재정 정보 공개와 외부 회계감사 의무화를 약속했다. 승려 의료비 전액 지원과 신청주의 폐지를 통해 출가부터 입적까지 종단이 능동적으로 돌보는 생애주기별 복지체계도 마련하겠다고 했다.
특히 승려 복지를 개인의 신청이나 사찰의 형편에만 맡기지 않고 종단이 책임지는 구조로 전환하겠다는 공약은 수행자가 의료비와 노후에 대한 걱정 없이 수행과 포교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를 담았다.
미래전환 전략으로는 ‘불교 AI 윤리 선언’ 제정과 팔만대장경·고승 어록의 AI 학습용 메타데이터 전환 및 공개를 제시했다. 불교 지식 자원을 누구나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는 이른바 ‘법자유’를 통해 전통 불교의 가르침과 첨단기술을 연결하겠다는 계획이다.
출가자 감소에 대응하기 위한 ‘출가 1천명 프로젝트’도 추진한다. 오대산 단기출가학교 운영 경험을 전국 교구로 확산하고 단기출가 프로그램을 체계화해 연간 출가자 수를 200명대로 회복하겠다는 목표다. AI와 명상 지도를 정규 교육과정에 포함하는 등 시대 변화에 맞춘 승가교육 개편도 함께 추진한다.
사찰이 지역사회와 국민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공공적 역할도 확대한다. 도심 사찰의 유휴 전각을 청년 멘토링 공간과 무료 학습실로 개방하고, 인구감소지역에서는 방과 후 돌봄과 노인 대상 강좌를 상설 운영하겠다는 구상이다.
한국사찰음식전승원 건립과 사찰음식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남북 불교 교류 복원, 북한 전통 사찰 59곳에 대한 역사 고증 자료 발간 등 한국불교의 문화적·국제적 위상을 높이기 위한 공약도 제시했다.
정념 스님은 선언에 그치지 않도록 공약별 이행 일정도 구체화했다. 올해 하반기에는 ‘종단 혁신 교구분권화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모바일 화쟁토론방을 개설해 스님과 재가불자의 종단 운영 참여를 확대한다.
2027년에는 교구 자치 관련 법제 마련과 말사 주지 임명권 이관을 추진하고, 2028년 이후에는 승가 생애주기 복지망과 탄소중립 사찰 인증제를 정착시킨다는 단계별 계획이다. 종단 개혁의 방향뿐 아니라 실행 순서와 시기까지 제시했다는 점에서 준비된 행보라는 평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정념 스님은 “권력은 교구와 대중에게 내려놓고 사찰의 담장을 넘어 국민의 아픔을 보듬는 자비의 불교로 회향하겠다”며 “불교의 오래된 가치를 오늘에 되살려 한국불교의 새로운 100년을 열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