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차용환 기자】캐나다의 차세대 잠수함 도입사업에서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스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한국 방산업계가 기대를 걸었던 한화오션은 본협상 첫 순위에 오르지 못하고 예비 후보 지위를 유지하게 됐다.
이번 사업은 캐나다 해군의 노후 잠수함을 대체하기 위한 대형 전력 현대화 사업이다. 캐나다는 잠수함 12척을 새로 들여오고, 30년간 유지·보수와 운용 지원까지 포함하는 장기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전체 사업 규모는 약 60조원대로 평가된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현지시간 6일 노바스코샤주 핼리팩스 해군기지에서 관련 방침을 발표했다. 캐나다 정부는 TKMS와 먼저 협상을 진행하되, 협상이 원만하게 마무리되지 않을 경우 한화오션과 협의할 가능성도 열어뒀다.
캐나다가 독일 업체를 먼저 선택한 배경에는 납기, 안보 협력, 동맹 네트워크, 운용 경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TKMS는 독일과 노르웨이가 발주한 잠수함 물량 일부를 캐나다에 앞당겨 배정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캐나다는 이를 통해 2034년 첫 물량 인도를 기대하고 있다.
한화오션도 수주전에서 적극적인 조건을 내세웠다. 한국 측은 첫 잠수함을 2032년부터 인도할 수 있다는 점과 경제적 파급효과를 강조했다. 한국 정부와 군도 지원에 나섰고, 도산안창호함을 캐나다 인근 해역에 파견해 양국 해군 협력 가능성을 부각했다.
하지만 최종 판단은 독일 쪽으로 기울었다. 잠수함 사업은 단순히 함정을 구매하는 계약이 아니라, 수십 년 동안 유지·보수와 훈련, 부품 공급, 작전 운용 체계가 함께 묶이는 분야다. 캐나다가 나토 회원국 간 방산 협력망과 기존 유럽권 운용 경험을 더 안정적인 선택지로 본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결과는 한국 방산 수출의 확장 가능성과 현실적 한계를 동시에 보여준다. 한국은 전차, 자주포, 전투기, 함정 분야에서 빠른 납기와 가격 경쟁력, 생산 능력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워 왔다. 그러나 잠수함처럼 전략성이 큰 무기체계에서는 기술력 외에도 동맹 구조, 장기 정비망, 현지 산업 참여, 정치·외교적 신뢰가 결정적인 변수가 될 수 있다.
한화오션 입장에서는 아쉬운 결과지만 기회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캐나다 정부가 한화오션을 예비 공급업체로 남겨둔 만큼, TKMS와의 본계약 협상 과정에서 조건 조율이 지연되거나 결렬될 경우 재협상 가능성이 남아 있다.
캐나다 측도 한국과의 전략적 협력 관계를 계속 강조하고 있다. 잠수함 사업에서는 독일 업체가 앞섰지만, 인도·태평양 안보, 북극권 협력, 방산·조선 산업 교류 등 다른 분야에서 한·캐나다 협력의 여지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이번 캐나다 잠수함 수주전은 K-방산에 중요한 과제를 남겼다. 대형 해양 방산 사업에서는 가격과 성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현지 산업 생태계와의 결합, 장기 후속 지원 능력, 동맹국과의 군사 협력 체계, 정치적 신뢰를 함께 확보해야 한다. 한국 방산업계가 다음 대형 수주전에서 경쟁력을 높이려면 이 부분을 보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