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박상용 기자】공정거래위원회가 19일 발표한 2026년 선불식 할부거래업체 주요 정보에 따르면 선불식 할부거래 시장의 선수금 규모가 11조 원을 넘어섰다. 2026년 3월 말 기준 등록업체는 76개사, 전체 계약자는 1,131만 명, 선수금은 11조3,544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계약자는 약 171만 명, 선수금은 1조196억 원 증가했다.
이번 수치는 상조서비스가 장례를 미리 준비하는 생활형 상품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선불식 할부거래에는 상조상품과 적립식 여행상품이 함께 포함돼 있지만, 시장의 대부분은 상조상품이 차지하고 있다. 상조상품 계약자는 1,107만 명으로 전체의 97.9%, 선수금은 11조2,426억 원으로 전체의 99.0%에 달했다.
업체 유형별로는 상조상품만 판매하는 업체가 60개사로 가장 많았다. 이들 업체의 계약자는 783만 명, 선수금은 7조6,045억 원이었다. 상조상품과 적립식 여행상품을 함께 판매하는 업체는 10개사, 여행상품만 판매하는 업체는 6개사로 나타났다.
시장 확대와 함께 대형업체 중심의 집중 현상도 뚜렷해졌다. 계약자 10만 명 이상 업체는 17개사로 전체 업체의 22.37%지만, 이들 업체의 계약자는 1,027만 명으로 전체의 90.79%를 차지했다. 선수금도 10조2,189억 원으로 전체의 90%에 달했다.
선수금 규모 기준으로도 비슷한 흐름이 확인됐다. 선수금 1,000억 원 이상 업체는 16개사이며, 이들의 선수금은 10조2,669억 원으로 전체의 90.42%를 차지했다. 반면 선수금 10억 원 미만 업체 19개사의 선수금은 60억 원으로 전체의 0.05%에 그쳤다.
지역별로는 수도권 집중이 이어졌다. 서울·경기 소재 업체는 49개사로 전체의 64.5%였고, 수도권 소재 업체와 계약한 소비자는 910만 명으로 전체 계약자의 80.5%였다. 전국 영업망을 가진 대형 업체의 본사가 수도권에 집중된 구조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선불식 상조상품은 소비자가 실제 장례서비스를 이용하기 전 장기간 납입하는 구조다. 이 때문에 선수금 보전은 소비자 신뢰와 직결된다. 현행 제도상 선불식 할부거래업체는 소비자로부터 받은 선수금의 50%를 은행 예치, 지급보증, 공제조합 가입 등 방식으로 보전해야 한다.
올해 3월 말 기준 전체 선수금 11조3,544억 원 가운데 보전금액은 5조7,492억 원이었다. 전체 보전비율은 50.6%로 집계됐다. 상조상품만 보면 선수금 11조2,426억 원 중 5조6,944억 원이 보전돼 보전비율은 50.7%였다.
보전 방식은 공제조합 가입, 은행 예치, 은행 지급보증, 복수 보전기관 체결 등으로 나뉜다. 공제조합 가입 업체는 31개사, 은행 예치 업체는 34개사, 은행 지급보증 업체는 7개사였다. 2개 이상의 보전기관을 이용하는 업체는 4개사로, 이들 업체의 선수금은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소비자 보호 문제도 함께 부각되고 있다. 최근 1년간 할부거래법 위반으로 경고 이상의 조치를 받은 업체는 11개사였다. 주요 유형은 거짓·과장 설명, 기만적 소비자 유인, 선수금 관련 통지의무 미준수, 영업정지명령 불이행 등이었다.
이번 통계는 상조시장이 양적으로 확대되는 동시에 책임 경영의 기준도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계약자 1,100만 명 돌파는 상조서비스가 고령사회 속 생활밀착형 서비스로 자리 잡고 있다는 의미다. 다만 선수금 규모가 커진 만큼 자금 운용의 투명성, 정확한 상품 안내, 해약환급 기준 고지, 장례 현장 서비스 품질 관리가 더욱 중요해졌다.
앞으로 상조시장의 경쟁력은 단순한 가입자 확대보다 신뢰 확보에 달려 있다. 대형 업체는 재무 안정성과 서비스 품질을 강화해야 하고, 중소업체는 차별화된 장례서비스와 투명한 운영으로 소비자 선택을 받아야 한다. 소비자 역시 계약 전 등록 여부, 선수금 보전기관, 총 납입금, 해약환급금, 실제 제공 서비스 범위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선불식 상조시장은 이제 11조 원대 산업으로 성장했다. 다음 과제는 외형 확대를 넘어 장례서비스 본연의 전문성과 소비자 신뢰를 함께 높이는 일이다. 투명한 선수금 관리와 현장 중심의 서비스 개선이 병행될 때 상조산업은 고령사회에 필요한 생활 인프라로 더 단단히 자리 잡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