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김형석 기자】국화꽃이 놓인 제단, 조문객을 맞는 유족, 밤새 이어지는 접객과 음식 준비. 오랫동안 한국 장례식장에서 익숙하게 이어져 온 풍경이다. 그러나 최근 장례 현장에서는 부고를 널리 알리지 않거나 빈소를 차리지 않은 채 가족과 가까운 사람들만 모여 고인을 보내는 사례가 늘고 있다.
SBS 뉴스토리는 오는 20일 토요일 오전 8시 방송되는 ‘판박이 장례’를 거부한 사람들을 통해 변화하는 장례문화를 조명한다. 방송은 빈소를 생략한 장례, 짧은 추모식, 살아 있을 때 가족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생전 장례식 사례를 소개한다.
이 같은 방식은 장례식장에 별도 빈소를 마련하지 않거나 조문객 접객을 최소화하는 형태다. 기존 3일장이 고인의 사회적 관계 속에서 조문을 받고 유족이 위로를 나누는 구조라면, 빈소 없는 장례는 가까운 가족과 지인이 제한된 시간 안에서 고인을 기억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다만 이러한 변화가 기존 3일장을 부정하는 의미는 아니다. 3일장은 오랜 시간 한국 장례문화의 중심에 있었고, 고인을 사회적으로 추모하며 유족이 친지와 지인들로부터 위로를 받는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빈소와 조문, 접객 과정은 단순한 형식이나 불필요한 비용 지출이 아니라, 슬픔을 나누고 고인의 삶을 함께 기억하는 공동체적 장치이기도 하다.
방송에 소개되는 조호진 씨는 어머니의 뜻에 따라 가족 중심의 간소한 장례를 선택했다. 생전 주변 사람들에게 부담을 주지 말라는 어머니의 바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비용 절감보다 가족끼리 조용히 슬픔을 나누고, 지인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았다는 점에서 위로를 받았다고 말한다.
또 다른 사례로 등장하는 고영란 씨는 과거 일반적인 3일장을 치르며 조문객 접객과 비용 부담으로 정신없이 시간을 보냈던 경험이 있었다. 이후 어머니 장례에서는 빈소를 차리지 않고 약 3시간 동안 추모식을 진행했다. 가족과 지인들은 고인의 삶을 함께 떠올리며 형식적인 접객보다 기억과 애도에 집중했다.
방송은 ‘생전 장례식’도 함께 다룬다. 김홍섭 씨는 백 번째 생일을 맞은 어머니를 위해 살아 계실 때 감사와 사랑을 전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세상을 떠난 뒤 뒤늦게 슬퍼하기보다, 살아 있는 동안 가족이 마음을 표현하고 함께 웃을 수 있는 시간을 만든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가 가족 구조와 사회관계 변화, 경제적 부담과 맞물려 있다고 분석한다. 가족 규모가 작아지고 사회적 관계가 약해지면서, 일정한 형식을 따르는 장례뿐 아니라 유족의 상황과 고인의 뜻에 맞춘 장례를 선택하려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빈소를 두지 않는 방식이 늘어난다고 해서 전통적인 빈소 장례의 의미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기존 장례는 고인의 삶을 사회적으로 알리고, 조문객이 유족을 위로하며, 남은 사람들이 죽음을 함께 받아들이는 절차다. 반면 조문 절차를 줄인 장례는 가까운 사람 중심으로 고인을 보내고자 하는 유족에게 맞는 방식이다.
간소한 장례를 선택할 때도 확인할 부분은 있다. 빈소를 차리지 않더라도 안치, 입관, 발인, 화장 등 기본 절차는 필요하다. 장례비가 낮게 안내되더라도 운구비, 안치료, 입관 비용, 화장장 비용, 수의, 유골함 등 추가 항목이 발생할 수 있어 계약 전 포함 항목과 별도 비용을 확인해야 한다.
최근 장례문화의 변화는 특정 방식이 옳고 그르다는 문제가 아니라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흐름에 가깝다. 가족장, 하루장, 소규모 추모식, 빈소 없는 장례 등 다양한 방식이 등장하고 있지만, 전통적인 3일장 역시 여전히 많은 유족에게 필요한 장례 방식이다.
장례는 고인을 떠나보내는 마지막 의례이자 남은 사람들이 애도를 정리하는 시간이다. 조용하고 간소한 이별이 필요한 유족도 있고, 3일장을 통해 고인을 함께 추모하고 위로를 나누고자 하는 유족도 있다. SBS 뉴스토리가 조명하는 사례들은 한국 장례문화가 획일적인 형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이별 방식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