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신위철 기자】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논란과 관련해 위원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노 위원장은 5일 경기 과천 중앙선관위 청사에서 대국민 사과를 하며 선거관리 과정에서 발생한 혼선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서울 일부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 유권자들이 장시간 대기하고, 일부 지역에서는 투표 시간 연장과 개표 지연까지 이어진 데 따른 책임 표명이다.
이번 혼선은 선거관리기관의 기본 책무가 제대로 작동했는지를 묻는 문제로 번졌다. 투표소에 도착한 유권자가 투표용지 부족으로 제때 투표하지 못했다면, 이는 현장 실무상의 작은 착오로만 보기 어렵다. 유권자의 한 표를 차질 없이 보장해야 하는 기관에서 벌어진 일이기 때문에 선관위가 직접 책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허철훈 중앙선관위 사무총장도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위원장과 사무총장이 함께 물러나겠다고 밝힌 것은 내부 책임론의 무게를 보여준다. 다만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인적 책임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선거인 수 산정, 투표용지 인쇄 물량, 예비 용지 배치, 투표소 현장 보고 체계가 모두 검증 대상에 올라야 한다는 것이다.
중앙선관위는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진상규명위원회를 설치해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핵심은 어느 단계에서 수요 예측이 빗나갔고, 현장 대응이 왜 늦어졌는지 확인하는 일이다. 특히 잠실7동 등 일부 투표소에서 투표함 이송과 개표가 지연된 과정까지 함께 살펴야 선거관리 전반의 허점을 파악할 수 있다.
이번 일은 선관위의 독립성과 책임성이 함께 시험대에 오른 사례다. 독립기관이라는 지위는 외부 압력에서 자유롭게 선거를 관리하라는 뜻이지, 관리 실패에 대한 검증을 피할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니다. 선관위가 신뢰를 되찾으려면 조사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책임자 조치와 제도 개선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노 위원장의 사의 표명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다음 선거에서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투표용지 준비 기준, 긴급 공급 체계, 현장 대응 매뉴얼을 다시 짜야 한다. 유권자가 투표소에서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 선거, 투표함 이동과 개표 절차를 의심하지 않아도 되는 선거를 만드는 것이 선관위가 국민에게 답해야 할 과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