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V 박상용 기자】초고령사회 진입 이후 삶의 마지막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가 사회적 과제로 떠오르면서, 장례와 장사 방식까지 생전에 정리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 마련이 추진되고 있다. 국민의힘 안상훈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른바 웰다잉 3법은 연명의료 결정, 임종돌봄, 긴급 치료비 지원을 중심으로 하지만, 그 흐름은 장례·장사문화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죽음 이후 절차를 유족이 급하게 결정하는 기존 구조에서 벗어나, 본인의 뜻을 미리 확인하고 존중하는 방향으로 제도와 현장이 함께 움직일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번 개정안은 통합돌봄법,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 금융실명법을 손질하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핵심은 생애말기 돌봄과 자기결정권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 안에 두는 것이다. 기존 웰다잉 논의가 연명의료 중단이나 호스피스 선택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다면, 이번 법안은 장례 및 장사 방식, 장기기증, 상속 준비, 가족의 치료비 접근 문제까지 삶의 마무리 전반을 폭넓게 다룬다.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 개정안은 ‘죽음 준비’를 고령사회 정책의 한 영역으로 포함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법안은 고령자가 연명의료 결정, 호스피스·완화의료 이용, 장기기증, 장례 및 장사 방식 등을 사전에 준비할 수 있도록 국가와 지자체가 필요한 기반을 마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장례가 사망 이후 유족이 처리하는 절차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생전에 당사자가 자신의 마지막 의례와 장사 방법을 선택하는 방향으로 전환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생전 장례 의향 확인, 유족 갈등 줄이는 장치로 부상
현재 장례 현장에서는 고인의 뜻이 명확히 확인되지 않아 유족 간 의견이 엇갈리는 일이 적지 않다. 화장 여부, 봉안당 안치, 자연장, 수목장, 산분장, 종교 의례, 무빈소 장례, 가족장 등 선택지가 다양해졌지만, 사망 직후 유족이 짧은 시간 안에 모든 결정을 내려야 하는 구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특히 가족 구성원이 떨어져 살거나 1인 가구, 무연고·저연고 고령층이 늘어나는 상황에서는 생전 의사 확인의 중요성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장례 방식은 단순한 절차 선택이 아니다. 비용, 장지, 의례 방식, 가족관계, 종교, 지역 관습이 함께 얽혀 있다. 고인이 생전에 원하는 장례 형식을 남겨두지 않으면 유족은 어떻게 모시는 것이 맞는지를 두고 심리적 부담을 크게 느낀다. 장례비 부담이 큰 경우에는 장례 규모와 장지 선택을 둘러싼 갈등도 생길 수 있다. 웰다잉 3법이 장례와 장사 방식의 사전 준비를 제도권에서 다루려는 것은 이런 현장의 혼란을 줄이기 위한 흐름으로 볼 수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상조와 장례 서비스의 역할 변화로도 이어질 수 있다. 지금까지 상조 상품은 장례 발생 이후 제공되는 의전 서비스와 물품, 장례지도, 의례 진행에 초점이 맞춰져 왔다. 그러나 웰다잉 논의가 확산되면 생전 상담, 장례 의향서 작성 지원, 장사시설 정보 제공, 장례비 설계, 유족 부담 완화 상담 등 사전 서비스의 비중이 커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상조 서비스도 장례 발생 이후 의전 제공에 머무르지 않고, 생전 상담과 사전 장례 설계 기능을 함께 갖추는 방향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장사 방식 선택지는 과거보다 훨씬 다양해졌다. 봉안당 중심의 추모 방식이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자연장과 수목장, 산분장에 대한 관심도 꾸준히 늘고 있다. 장례 규모 역시 일반 장례식장 중심의 3일장뿐 아니라 가족장, 무빈소 장례, 간소화 장례 등으로 세분화되고 있다. 이런 변화 속에서 본인의 의사를 생전에 확인하고 기록하는 체계가 마련되면, 장례 서비스는 소비자에게 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불필요한 선택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재편될 수 있다.
임종돌봄과 장례 절차 연계도 중요해질 전망
통합돌봄법 개정안은 지역사회 안에서 생애말기 돌봄을 강화하는 방향을 담고 있다. 이는 장례 현장과도 맞닿아 있다. 임종이 병원 중심으로 이뤄질 때는 사망진단, 장례식장 이송, 빈소 마련, 화장 예약 등 절차가 비교적 정형화돼 있다. 반면 재택의료와 방문진료, 지역사회 임종돌봄이 확대되면 자택이나 요양시설, 지역 돌봄 공간에서 임종을 맞는 사례도 늘어날 수 있다. 이 경우 사망 확인, 이송, 장례 상담, 장사시설 예약 등 절차를 더 체계적으로 연결할 필요가 있다.
임종 전 상담과 임종 후 절차를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체계도 필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환자와 가족이 생애말기 돌봄을 받는 과정에서 장례 방식과 장지를 미리 상담할 수 있다면, 사망 직후 혼란을 줄일 수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상업적 권유가 과도해지지 않도록 윤리 기준과 설명 책임도 함께 강화돼야 한다. 웰다잉 상담이 장례 상품 판매로만 흘러가면 제도의 취지가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실명법 개정안도 장례 전후 비용 문제와 연결된다. 생애말기 환자가 의식불명 상태에 있거나 직접 금융거래를 할 수 없는 경우, 가족이 치료비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있었다. 개정안은 의사소견서 등 증빙자료를 통해 가족이 치료비 목적의 금융거래를 대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방향이다. 직접적으로 장례비 인출을 다루는 법안은 아니지만, 임종 전후 가족이 겪는 긴급 비용 부담을 줄이는 제도적 장치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장례비 역시 유족에게는 현실적인 부담이다. 임종기 치료비, 간병비, 이송비, 장례비가 짧은 기간에 한꺼번에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웰다잉 제도화가 치료비 접근 문제에서 출발하더라도 향후 장례비 사전 준비, 장례비 투명화, 장례 계약 설명 책임 강화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상조 서비스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는 생전 계약 단계에서 제공 항목, 추가 비용 가능성, 장사시설 비용, 환급 조건 등을 더 분명하게 안내하는 체계가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장례·상조 서비스, 사후 의전에서 생전 설계로 이동 가능성
웰다잉 3법 추진은 장례산업의 역할 변화를 요구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초고령사회에서는 장례가 더 이상 사망 이후 단기간에 처리하는 절차에만 머물기 어렵다. 고령층이 자신의 마지막을 어떻게 준비할지 고민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가족 구조가 작아지면서 사전 상담과 정보 제공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장례·상조 서비스도 사후 의전 중심에서 생전 설계와 유족 지원 중심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높다.
이를 위해서는 현장 상담 역량 강화도 필요하다. 장례지도사와 상담 인력이 웰다잉, 연명의료, 호스피스, 장사법, 장례비 구조에 대한 기본 이해를 갖춰야 한다. 단순히 상품을 설명하는 수준을 넘어, 소비자가 자신의 상황에 맞는 장례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상담 역량이 중요해진다. 지자체와 공공기관이 웰다잉 교육을 확대할 경우 상조·장례 분야와의 협력 방식도 논의될 수 있다.
다만 제도화 과정에서는 주의할 점도 있다. 웰다잉이라는 이름 아래 장례 상품 판매가 과도하게 결합되면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불완전판매 우려가 커질 수 있다. 생전 장례 상담은 충분한 설명과 숙려 기간, 비용 비교, 계약 해지 조건 안내가 전제돼야 한다. 특히 독거노인, 인지기능 저하 고령자, 가족 지원이 약한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상담은 공공성과 윤리성을 더 엄격하게 갖춰야 한다.
이번 웰다잉 3법은 연명의료와 임종돌봄을 넘어 장례 준비까지 생애말기 정책의 일부로 끌어들이는 흐름을 보여준다. 제도가 실제로 자리 잡는다면 장례는 사망 이후 유족이 급히 결정하는 절차에서, 생전에 본인의 뜻을 반영해 준비하는 과정으로 조금씩 바뀔 수 있다. 상조와 장례 서비스 역시 장례 의전 제공을 넘어 삶의 마지막 준비를 돕는 전문 영역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