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V 박상용 기자】초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요양, 임종 돌봄, 장례를 아우르는 생애말기 필수 인프라 부족이 현실적인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사망 전 집중 돌봄이 필요한 고령 인구는 급증하고 있지만, 수요가 몰리는 대도시의 요양시설과 화장시설은 이미 한계에 가까운 상태다.
한국은행 BOK 이슈노트에 따르면 생애말기 고령인구는 2025년 29만2000명에서 2050년 63만9000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단순히 고령자가 증가하는 수준을 넘어, 요양·의료 연계·임종 준비가 필요한 인구가 25년 사이 2배 이상 늘어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가족 돌봄 부담과 병원 장기입원, 장례 지연 문제가 함께 커질 가능성이 높다.
시설 수급의 지역 격차도 뚜렷하다. 서울의 노인요양시설 잔여 정원은 생애말기 고령인구 대비 3.4%에 그친 반면, 전북은 12.4%의 여유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숫자상 지방 시설에 여유가 있어도 요양은 생활권과 가족 방문, 의료 접근성이 중요한 서비스다. 서울에 살던 고령자가 자리가 없다는 이유로 연고가 약한 지역 시설로 이동해야 한다면 돌봄의 질과 삶의 안정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화장시설 부족은 유족에게 더 직접적인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2024년 기준 서울의 화장시설 가동 여력은 사망자 수 대비 -11.7%로 과부하 상태였고, 전북은 116.2%의 여력을 보여 지역 간 불균형이 컸다. 여기에 2025년 3일차 화장률도 75.5%에 머물러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수요가 집중되는 대도시의 공급 부족이 장례 일정 지연으로 이어지면서, 전통적인 3일장 관행도 흔들리고 있다.
공급 부족의 배경에는 높은 지가와 입지 갈등, 행정 규제가 함께 놓여 있다. 요양시설은 수요가 많은 도심에 있어야 접근성이 좋아지지만, 도심일수록 토지와 건물 비용이 높다. 현행 일당 정액수가 체계는 지역별 부동산 비용 차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민간 사업자가 도심 시설 확충에 나서기 어렵다.
한국은행 보고서는 노인요양시설의 토지·건물 비용을 별도 비급여 항목으로 분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도심의 높은 임대료 부담을 일정 부분 가격 체계에 반영해야 민간 공급자가 진입할 수 있다는 취지다. 다만 이용자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소득 수준에 따른 지원과 공공형 시설 확충이 함께 논의돼야 한다.
화장시설도 대형 시설 신설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주민 반발과 인허가 문제로 새 화장장 건립은 쉽지 않다. 병원 장례식장과 연계한 소규모·분산형 화장시설, 광역 단위 공동 이용 체계, 예약 시스템 효율화 등이 대안으로 검토될 필요가 있다. 화장 수요가 계속 늘어나는 만큼 시설 확충과 운영 개선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일본의 민간 요양시설 운영 모델도 참고할 만하다. 토지 소유와 운영을 분리하고, 전문 운영사가 장기 임차 방식으로 시설을 운영하는 마스터리스 방식은 초기 투자 부담을 낮출 수 있다. 한국에서도 도심형 요양시설을 늘리려면 규제 완화와 서비스 품질 관리, 이용자 보호 장치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
생애말기 인프라는 장례업계나 요양업계만의 문제가 아니다. 병원 병상, 건강보험 재정, 가족 돌봄, 도시계획이 모두 연결된 사회 기반시설이다. 요양시설이 부족하면 의료기관 장기입원이 늘고, 화장시설이 부족하면 장례 일정이 지연된다. 그 부담은 결국 가족과 지역사회, 공공재정으로 돌아간다.
초고령사회에서 존엄한 마무리는 개인의 선택만으로 보장되지 않는다. 가까운 곳에 믿고 이용할 수 있는 요양시설이 있고, 장례와 화장이 지연 없이 이뤄져야 한다. 생애말기 인프라 부족은 이미 예고된 위험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지역 갈등을 이유로 시설 확충을 미루는 것이 아니라, 요양과 장례를 필수 공공 인프라로 보고 선제적으로 공급 체계를 바꾸는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