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V 박란희 기자】미국인 교황 레오 14세가 아프리카 순방 중 전쟁을 부추기고 종교를 정치적 도구로 악용하는 지도자들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커지고 있다. 미국 출신 교황과 미국 대통령 사이의 공개 충돌 구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가톨릭계 복지단체의 이민 아동 보호 예산까지 중단하면서 양측 갈등은 더 선명해지는 분위기다.
외신에 따르면 레오 14세는 16일 카메룬 바멘다에서 열린 행사 연설에서 세계가 소수 폭군들의 손에 의해 파괴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종교와 신의 이름이 군사적·경제적·정치적 이익을 위해 조작되고 있다며, 파괴에는 한순간이면 충분하지만 재건에는 오랜 세월이 걸린다고 지적했다. 또 살상과 전쟁에는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면서도 치료와 교육, 복구를 위한 재원은 외면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발언에서 교황이 특정 인물을 직접 거명한 것은 아니지만, 시점상 트럼프 행정부를 겨냥한 메시지라는 해석이 뒤따랐다. 최근 트럼프는 교황을 향해 범죄 대응에 약하고 외교 정책에도 부적절하다는 취지로 비판했고, 백악관 주변 인사들 역시 교황의 반전 메시지에 공개적으로 반발해 왔다. 이런 흐름 속에서 나온 이번 발언은 단순한 원론적 평화론을 넘어선 정치적 함의를 지닌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레오 14세는 최근 전쟁과 종교 수사의 결합을 반복적으로 문제 삼아 왔다. 그는 전쟁을 정당화하는 언어와 신의 이름을 앞세운 권력 행사를 비판하며, 평화를 외치는 종교 지도자의 책무를 거듭 강조해 왔다. 그 과정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정책 기조와 정면으로 부딪히는 장면도 이어지고 있다.
갈등이 확산하는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내 가톨릭계 복지단체가 맡아온 이민 아동 보호 사업 예산도 끊었다. 보도에 따르면 행정부는 마이애미 지역 가톨릭 자선단체가 운영하던 보호자 없는 이민 아동 지원 프로그램의 1100만달러 규모 연방 계약을 중단했다. 현지 교회 측은 수십 년 이어진 정부와 교회의 협력 체계가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고, 행정부는 보호 대상 아동 수 감소와 시설 통폐합 필요성을 이유로 들었다.
결국 이번 카메룬 발언은 미국인 교황과 미국 대통령 사이의 충돌을 다시 국제무대 한복판으로 끌어올린 장면이 됐다. 교황은 반전과 평화의 언어를 앞세우고 있고, 트럼프는 이를 외교·안보 현실을 외면한 발언으로 맞받아치는 구도다. 여기에 이민 아동 지원 예산 중단 문제까지 겹치면서, 교황청과 백악관의 긴장 관계는 당분간 쉽게 가라앉지 않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는 공개된 발언과 후속 조치를 종합한 해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