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V 박상용 기자】국민의힘이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 체계 전반이 흔들리는 상황에 직면했다. 법원이 충북지사 공천 배제 결정에 제동을 걸면서 한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당 전체 공천 관리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고, 아직 판단이 남아 있는 대구시장과 포항시장 공천 분쟁까지 겹치며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이번 사태는 충북 공천에서 시작됐지만 파장은 충북에만 머물지 않고 있다. 핵심 지역 공천이 법원 판단에 따라 뒤집히는 일이 반복되면 남은 선거 전략 전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공천을 둘러싼 혼선이 더 길어질 경우 지방선거 국면 자체가 수세로 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 지도부는 충북지사 컷오프 효력 정지 결정을 두고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최근 법원이 배현진 의원과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 효력 정지 신청을 잇달아 받아들인 데 이어 이번에도 당 결정에 제동이 걸리자, 지도부는 사법부가 당무에 과도하게 개입하고 있다는 인식을 숨기지 않았다.
실제 당 지도부 인사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런 식으로 법원이 당무에 개입한 것이 벌써 세 번째"라며 "법원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 이건 불복 절차를 밟는 게 정도다"라고 말했다. 당 안에서는 단순한 판결 수용을 넘어 적극적인 법적 대응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지도부는 강경 발언과 달리 즉각적인 불복 절차에는 나서지 않았다. 가처분 이의신청과 재판부 기피신청, 즉시항고 등 여러 방안이 거론됐지만 일단 보류한 것이다. 법적 대응이 실제로 효과를 내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고, 그 사이 다른 지역 공천 분쟁까지 연쇄적으로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당은 충북 외에도 대구와 포항의 공천 배제 결정을 둘러싼 가처분 결과를 앞두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충북 건만 놓고 전면전을 벌였다가 후속 판결까지 비슷한 방향으로 이어질 경우 정치적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지도부가 격앙된 반응을 보이면서도 실제 행동은 신중 모드로 돌아선 배경이 여기에 있다.
장동혁 대표도 공개 발언에서는 판결에 대한 강한 문제의식을 드러내면서도 대응 방식에 대해서는 여지를 남겼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법리적으로 충북 컷오프 무효 결정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지만 이는 법원 결정에 대한 수용 문제"라며 "이번 결정을 어떻게 공천 과정에 녹여 더는 후보 간 갈등 없이 공천 작업을 잘 마무리하고 후보 경쟁력을 높일지는 또 다른 문제다. 여러 의견을 듣고 신중하게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도 비슷한 기조를 보였다. 그는 "실무적으로 준비는 시켜놓은 상황이고 앞으로 진행 상황을 봐 가며 준비된 절차를 밟아 나가겠다"며 "다만 이의 신청을 하게 되면 심의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이런 부분도 정무적 판단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 법률자문위와 지도부가 논의를 거쳐 법적 수단을 쓸지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법원 판단이 미친 직접적 충격은 충북 공천판에서 즉각 드러났다. 컷오프로 경선에서 밀려났던 김영환 지사는 다시 참여 자격을 회복했고, 이미 김 지사 배제를 전제로 움직였던 다른 주자들의 입장도 순식간에 흔들렸다. 경선 구도가 다시 짜이면서 충북지사 선거는 사실상 처음부터 다시 정리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김영환 지사 컷오프 이후 추가 공천 접수에 응했던 김수민 전 의원은 선거를 접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추가 공모 자체가 당규 위반이라는 취지의 법원 판단이 나온 만큼 더는 경선을 이어갈 수 없다고 본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내정설에 반발하며 예비후보를 사퇴했던 윤희근 전 경찰청장은 다시 경선 참여 가능성을 내비치며 판이 또 한 번 흔들렸다.
충북에서는 아예 새로운 해법으로 전략공천론까지 거론된다. 당 안팎에서는 충북 4선 이종배 의원을 전략공천해야 한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특정 후보 간 경쟁을 넘어 공천 절차 자체가 뒤틀린 상황인 만큼, 기존 경선 틀로는 수습이 어렵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읽힌다.
대구시장 공천 분쟁도 충북 판결의 영향을 직접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컷오프에 반발해 효력정지 가처분을 낸 주호영 의원은 CBS 라디오에서 "김영환 지사보다 제 사례가 오히려 위법성이 더 커 인용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장 대표를 어제 만나 가처분이 인용되면 법원 판결에 따를 수밖에 없지 않겠나. 인용되면 두 사람 모두 경선에 참여시키겠다는 취지의 답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 발언이 사실이라면 당 지도부는 이미 추가 법원 판단에 따라 공천 방침을 다시 조정할 가능성까지 열어둔 셈이다. 대구와 포항에서도 비슷한 결론이 이어질 경우 국민의힘 공천 시스템은 단순한 혼선을 넘어 구조적 실패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이 가장 민감한 후보 경쟁력 문제보다 절차 하자 논란에 더 발목 잡히는 형국이다.
국민의힘은 이런 악재를 수습하기 위해 서둘러 2기 공관위 구성을 추진하고 있다. 전날 이정현 전 공관위원장이 물러난 뒤 기존 공관위가 해산된 만큼, 남은 공천 절차를 새 틀에서 정리하겠다는 것이다. 지도부는 충북 4선 박덕흠 의원을 새 공관위원장으로 내정했고, 최고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곧바로 새 공관위를 가동할 방침이다.
새 공관위는 남은 지방선거 공천을 관리형으로 정리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지도부와 호흡을 맞춰 빠르게 잡음을 줄이고, 더 이상의 분쟁 확산을 막는 데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크다. 정희용 사무총장과 곽규택 의원을 제외한 공관위원을 대부분 교체하는 방안도 이런 판단과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공관위원장을 교체하고 조직을 다시 짠다고 해서 이미 벌어진 혼란이 저절로 수습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이 절차상 문제를 지적한 이상, 남은 지역에서도 비슷한 쟁점이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천에 대한 예측 가능성과 절차적 정당성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새 공관위 역시 임시방편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 내부에서는 지도부 책임론도 본격적으로 분출하고 있다. 박정훈 의원은 페이스북에 "법원 가처분 인용으로 충북지사 공천은 난장판이 됐다. 정당사에 유례없는 조롱거리 공천"이라며 "장동혁 지도부의 총사퇴가 가장 효과적인 선거운동"이라고 직격했다. 공천 혼란을 일선 후보 개인 문제가 아니라 지도부 차원의 실패로 보는 시각이 드러난 것이다.
결국 이번 사태는 단순히 충북 한 곳의 컷오프 판단이 뒤집힌 사건이 아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 절차의 공정성과 지도부의 위기관리 능력, 법원 판단 이후의 수습 역량까지 한꺼번에 시험받는 장면에 가깝다. 충북에서 시작된 후폭풍이 대구와 포항을 거쳐 국민의힘 전체 선거 전략에 어떤 상처를 남길지, 이제 당은 수습보다 신뢰 회복이라는 더 어려운 과제와 마주하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