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V 차용환 기자】법원이 6·3 지방선거 국민의힘 충북지사 공천 심사 과정에서 배제된 김영환 충북도지사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는 31일 김 지사가 국민의힘을 상대로 낸 공천배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고, 공관위의 배제 결정 효력을 정지했다.
재판부는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 결정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국민의힘이 컷오프 결정 과정에서 당헌·당규를 위반했거나 본질적 내용을 침해했고, 그 결과 김 지사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봤다.
특히 재판부는 이미 적법한 공천신청 공고와 접수, 신청자 명단 공고, 자격심사까지 마친 상태에서 김 지사를 공천에서 배제한 뒤 추가 공천신청 절차까지 진행한 점을 문제 삼았다. 법원은 이런 방식이 공천 절차의 정당성과 공정성을 해치는 방향으로 작동했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국민의힘은 지난 16일 추가 공천신청자를 모집한다고 공고하면서, 바로 다음날인 17일 오후 8시까지 접수하도록 했다. 재판부는 이를 두고 공천 신청 공고 기간을 3일 이상 두도록 한 당규를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균등한 정치 참여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 기간을 당이 임의로 축소한 것은 민주적 정당성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봤다. 추가 공모 자체도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제한적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이번 사안에서는 그런 사정이 충분히 확인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추가 공모와 컷오프를 동시에 결정한 방식도 법원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 재판부는 공관위가 김 지사 공천 배제와 추가 공모 필요성을 단계적으로 검토하지 않은 채 한꺼번에 처리함으로써 공천 과정의 공정성과 민주적 절차에 대한 신뢰를 스스로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추가 공모에 참여한 김수민 예비후보의 심사 과정도 별도로 짚었다. 김 전 의원은 김 지사가 컷오프된 이후 자격심사를 받게 된 만큼, 처음부터 같은 지위에서 같은 기준으로 심사를 받는다는 신청자들의 기대와 신뢰가 무너졌다고 봤다.
재판부는 국민의힘이 당헌에 따라 예비심사 차원의 컷오프를 한 것이므로 폭넓은 재량권이 있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당규에 예비심사제도의 구체적 방법이나 기준이 없고, 당헌상 예비심사는 후보자 난립 방지와 대표성 확보가 목적이지만 이번 사안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특히 최초 충북지사 공천 신청자가 4명에 불과했다는 점에서 예비심사제도를 적용해 현역 광역단체장을 배제한 조치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고 봤다. 이 판단은 공관위가 재량권 범위를 벗어나거나 남용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핵심 근거로 제시됐다.
재판부는 "이 사건 결정 효력이 유지될 경우 채권자로서는 객관적으로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에 따른 심사와 경선에 참여하지 못한 채 이 사건 선거 관련 공천절차에서 배제되는 불이익을 입게 된다"라고 밝혔다. 또 "정당의 공천 절차는 정당의 자치적인 내부 문제로서 성격을 갖기도 하지만, 당원들과 해당 정당을 지지하는 국민들의 정치적 의사를 유도·통합해 공직선거에 출마할 후보자를 정하는 절차로서 최종적인 공직자 선출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공적 문제로서의 성격도 가진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재판부는 "따라서 선거 전에 후보자 선정에 대한 유권자들의 의사가 적법한 절차를 거쳐 반영될 수 있도록 할 필요도 있다고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공천 절차가 당 내부 문제만이 아니라 공적 성격을 가진다는 점을 분명히 하며, 선거 전 단계에서의 사법적 통제가 가능하다는 점도 재확인한 셈이다.
앞서 국민의힘 공관위는 지난 16일 충북지사 공천을 신청한 김 지사를 컷오프했다.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에서 현역 광역단체장이 컷오프된 것은 김 지사가 처음이었다. 이에 반발한 김 지사는 다음 날인 17일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내며 공관위의 자의적 판단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김 지사의 가처분 신청에도 불구하고 기존 결정을 유지한 채 나머지 공천 신청자들을 대상으로 경선을 진행하기로 했었다. 경선 참여자는 윤갑근 예비후보와 추가 공모를 통해 합류한 김수민 전 국회의원이었다. 조길형 전 충주시장과 윤희근 전 경찰청장은 공천 신청을 했다가 내정설 등 공천 과정의 내홍 속에 중도 철회했다.
이번 가처분 인용으로 충북지사 후보 경선 일정은 다시 흔들리게 됐다. 국민의힘 충북도당 관계자는 가처분 인용으로 공관위가 김 지사의 컷오프 여부를 다시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재논의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도 함께 전했다.
김수민 전 의원의 거취도 주목된다. 김 전 의원은 앞서 김 지사의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 후보직에서 사퇴하고 김 지사를 돕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법원 결정 이후 충북지사 후보 공천 구도는 다시 크게 요동칠 가능성이 커졌다.
김 지사는 1일 오전 가처분 인용과 관련한 향후 계획을 직접 밝힐 예정이다. 법원 판단으로 공관위 결정 효력이 제동이 걸리면서, 국민의힘은 충북지사 후보 선출 절차를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