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V 차용환 기자】6·3 지방선거 공천 마감 시한이었던 지난 8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석은 끝내 비어 있었다. 현직 프리미엄을 가진 오세훈 시장이 후보 등록을 거부하며 배수진을 쳤기 때문이다. 오 시장의 요구는 명확하다. 당이 이른바 ‘윤 어게인(again)’ 식의 낡은 노선과 결별하고, 국민의 상식에 부합하는 ‘절윤(絶尹)’을 선언해 선거 승리를 위한 최소한의 토양을 만들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정현 공관위원장과 장동혁 대표는 이러한 시대적 요구를 외면한 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정현 공관위원장은 ‘공천은 정당의 미래를 결정하는 일’이라고 호언장담했지만, 정작 당의 상징적 인물인 서울시장의 고언조차 수용하지 못하는 불통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오 시장이 지적한 ‘당 노선 정상화’라는 선결 과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기계적인 일정만 밀어붙이는 공관위의 모습은 혁신이 아닌 ‘퇴행’일 뿐이다. 지도부의 안일함이 당의 가장 강력한 카드를 스스로 사장시키는 자해 정치를 초래했다.
장동혁 당 대표의 리더십 부재는 더욱 뼈아프다. 민심은 이미 ‘윤 어게인’ 노선에 싸늘한 심판을 내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 대표는 용산의 눈치만 보며 당의 체질 개선을 회피하고 있다. 오 시장이 “이기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을 갖춰야 한다”며 후보 등록을 보류한 것은 지도부의 무능에 대한 마지막 경고다. 그럼에도 장 대표는 절윤이라는 결단 대신 현상 유지에만 급급하며 당을 혼란의 늪으로 밀어넣고 있다.
지도부가 갈팡질팡하는 사이, 예비 후보들은 각자도생의 길을 택했다. 강남구청장 후보에 무려 14명이 몰린 현상은 그저 ‘번호표 만지작’ 수준의 우연이 아니다. 후보들이 보기에 지금의 지도부 체제로는 서울 전체의 승리가 불투명하며, 오직 ‘보수의 성지’인 강남만이 생존을 보장해 줄 유일한 해방구라고 전략적 판단을 내린 결과다. 당의 비전보다는 각자의 당선 가능성만 따져 험지를 피하고 안방으로 숨어드는 기회주의적 풍토가 만연해진 것이다.
결국 이 모든 사달의 책임은 ‘절윤’이라는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이정현 공관위와 장동혁 지도부에 있다. 서울시장 후보 하나 제대로 세우지 못해 허둥대면서, 강남구청장에 몰린 14명의 후보를 놓고 공천권을 행사하려는 모습은 국민 눈에 기만적인 기득권 지키기로 비칠 뿐이다. 당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라는 현장의 목소리를 ‘내부 총질’로 치부하며 외면하는 한, 국민의힘에 미래는 없다.
국민의힘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살아남을 길은 단 하나뿐이다. 이정현 위원장과 장동혁 대표는 지금이라도 오세훈 시장이 던진 ‘당 노선 정상화’의 화두를 정면으로 마주해야 한다. 과거와의 단절 없는 공천은 그저 ‘그들만의 리그’일 뿐이다. 지도부가 끝내 절윤의 결기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강남 사수에는 성공할지 몰라도 서울과 대한민국 전체를 잃는 처참한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