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V 김형석 기자】지난해 물가 상승을 고려한 실질 소비지출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5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고물가와 고금리 여파로 가계가 의류, 여행, 교육 등 비필수 항목을 중심으로 지갑을 닫았으나, 장례와 혼례 등 피할 수 없는 서비스 비용은 오히려 급격히 늘어나며 가계 경제에 큰 부담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데이터처가 26일 발표한 2025년 4분기 가계동향조사 및 연간 지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93만 9000원으로 전년보다 1.7퍼센트 증가했다. 하지만 물가 변동을 제거한 실질 소비지출은 오히려 0.4퍼센트 줄어들었다. 연간 실질 소비지출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2020년 이후 처음이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장례 관련 지출이 포함된 기타상품 및 서비스 부문이다. 이 항목의 지출은 연간 9.4퍼센트 급증하며 전 품목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특히 납골당 이용료와 제사 비용 등 장례 서비스와 결혼 식비 등이 포함된 기타 서비스 지출은 전년 대비 27.8퍼센트나 폭등했다. 국가데이터처는 납골당·제사 비용 상승과 결혼 증가로 인해 결혼·장례비가 포함된 기타 서비스 지출이 27.8퍼센트나 늘어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가계는 장례비 등 필수 경조사비 부담을 이기기 위해 선택적 소비를 과감히 줄이는 불황형 소비 행태를 보였다. 실질 기준 가정용품과 가사서비스 지출은 6.1퍼센트 감소했으며, 학원비 등 교육비는 4.9퍼센트, 오락 및 문화 지출은 2.5퍼센트 뒷걸음질 쳤다. 식료품과 비주류음료 역시 명목 지출은 소폭 늘었으나 실질 소비량은 1.1퍼센트 감소하며 5년 연속 줄어들고 있다.
주거와 보건 등 생존 필수 비용의 압박도 지속됐다. 연료비와 월세 등 실제 주거비가 오르면서 주거·수도·광열 지출은 2.6퍼센트 상승했고, 의료 서비스 이용에 따른 보건 지출도 1.1퍼센트 늘었다. 재정경제부는 혼례·장례 비용 증가와 보험·복지시설 이용 확대가 기타상품·서비스 지출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소득 계층별 격차도 더욱 벌어졌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소득 상위 20퍼센트인 5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187만 7000원으로 6.1퍼센트 증가한 반면, 하위 20퍼센트인 1분위 가구는 126만 9000원으로 4.6퍼센트 증가에 그쳤다. 특히 1분위 가구는 소득보다 지출이 많은 적자 가구 비율이 58.7퍼센트에 달해 고물가와 급등한 장례비 등 경조사비 부담에 더욱 취약한 모습을 보였다.
결국 지난해 가계는 3고 현상 속에 먹고사는 필수 항목과 피할 수 없는 장례 및 혼례 비용에는 더 많은 돈을 썼지만, 실제 소비의 질은 후퇴한 것으로 풀이된다. 4분기 들어 실질 소득이 소폭 반등했으나, 장례 서비스 등 관혼상제 비용의 고공행진이 이어지면서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 경기는 여전히 위축되어 있다.
가계가 교육과 여가 비용까지 깎아내며 장례비와 주거비 등 고정 지출을 감당하고 있는 상황은 향후 내수 시장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와 통계 당국은 이러한 소비 구조 변화가 일시적인 현상인지 혹은 장기적인 추세인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