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V 박상용 기자】국민의힘 지도부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1심 무기징역 선고라는 초유의 사태 앞에서도 과거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소모적인 공방만 일삼고 있다. 장동혁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민심의 냉혹한 심판을 직시하기보다 당원 지지율 뒤에 숨어 사실상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거부하는 윤어게인 노선을 고수하며 당을 벼랑 끝으로 몰아가고 있다.
당내 초·재선 개혁 성향 의원들이 주축인 소장파 모임 대안과 미래는 24일 오전 모임 뒤 지도부에 의원총회 재소집을 공식 요구했다. 이들은 장 대표가 20일 기자회견에서 밝힌 입장이 국민들에게 윤어게인 노선으로 비치고 있다며, 과연 이 노선으로 다가올 지방선거를 치를 수 있는지 의원들의 허심탄회하고 격렬한 토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소장파 의원들이 이처럼 강하게 반발하는 배경에는 전날 열린 의원총회의 파행이 자리 잡고 있다. 당 지도부는 3시간가량 진행된 의총에서 무려 2시간을 당명 개정과 행정 통합 문제 등 지엽적인 현안에 할애했다. 정작 당의 운명을 결정할 절윤 문제에 대해서는 안건에 한정해 발언할 것을 유도함으로써 일각에서 입틀막 의총이라는 비난까지 쏟아지는 실정이다.
대안과 미래 간사인 이성권 의원은 어제 의총은 총의를 모으는 장이 되지 못했다며 격렬한 토론 이후 의원들의 비밀투표 형태로 표결을 통해 최종적으로 노선을 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는 지도부가 당내 비판 여론을 묵살하고 일방적으로 노선을 결정하는 독단적 행태에 대해 의원들이 직접 행동으로 제동을 걸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특히 장 대표가 자신의 노선을 정당화하기 위해 제시한 여론조사 결과는 통계 왜곡 논란까지 불러일으켰다. 장 대표는 당 지지층의 70% 이상이 윤 전 대통령과 함께 가야 한다고 응답했다는 비공개 자료를 내세웠으나, 소장파 측은 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상당히 왜곡되고 필요한 부분만 뽑아서 해석한 것이 명확했다고 폭로하며 지도부의 자의적 해석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러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장 대표는 오히려 소장파 의원들에게 책임을 돌리는 적반하장격 태도를 보였다. 그는 절연 논쟁은 민주당이 파놓은 프레임이며 낮은 지지율을 갖고 우리끼리 여론조사 결과가 맞느냐고 토론하는 게 맞느냐고 반문했다. 이는 당내 건강한 비판을 외부의 프레임으로 치부하며 논의 자체를 원천 봉쇄하려는 지도부의 옹졸한 인식을 드러낸 대목이다.
지도부의 무책임한 회피 전략은 일정 조정에서도 여실히 나타났다. 소장파의 즉각적인 의총 소집 요구에 대해 지도부는 필리버스터 정국이 끝나는 3월 3일 이후에나 논의해보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당의 명운이 걸린 노선 결정을 무려 일주일 넘게 뒤로 미루겠다는 것은 현재의 위기를 관망하며 시간만 끌겠다는 안일한 대응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그간 침묵으로 일관하던 중진 의원들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6선 조경태 의원은 침묵은 일종의 동의라며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현 지도부와 다를 바가 무엇이냐고 일갈했다. 중진들이 지도부의 독주를 방관하며 기득권 유지에만 급급하다는 당 안팎의 성토가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현재 윤 전 대통령의 실정에 대한 책임론과 지방선거 승리라는 두 갈래 길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지도부가 민심보다는 강성 지지층의 결집에만 매달리는 윤어게인 노선을 고수할 경우, 중도층의 외면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며 당은 정치적 효능감을 상실한 식물 정당으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
결국 25일 소장파가 제출한 의총 소집 요구서에 지도부가 어떻게 화답하느냐가 당의 진로를 결정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지도부가 끝내 민심의 소리에 귀를 닫고 입틀막 행보를 지속한다면, 당내 분란은 수습 불가능한 수준의 내홍으로 치닫게 될 것이며 이는 지방선거 참패라는 비극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