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V 박란희 기자】1심에서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항소심을 맡을 서울고등법원 내란전담재판부가 23일 배당을 마치고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갔다. 이번 항소심은 비상계엄 선포의 '우발성' 여부와 형량 산정의 결정적 변수인 '계엄 모의 시점'을 두고 특검과 변호인 간의 치열한 법리 다툼이 재점화될 전망이다.
서울고법은 이날 내란전담재판부로 지정된 형사1부(윤성식 부장판사, 민성철·이동현 고법판사)에 윤 전 대통령의 체포방해 사건 항소심을 배당했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 방조 사건 항소심은 형사12부(이승철·조진구·김민아 고법판사)가 맡게 됐다. 내란 본류 사건인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역시 서울고법에 접수되는 대로 이들 전담재판부 중 한 곳에 배당될 예정이다.
항소심 최대 쟁점은 12·3 비상계엄을 모의한 정확한 시기다.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은 윤 전 대통령과 군 수뇌부가 장기 독재를 목적으로 최소 1년 전부터 계엄을 치밀하게 준비해왔다고 주장하며 그 근거로 '노상원 수첩'을 내세우고 있다. 해당 수첩에는 계엄 핵심 인물들의 명단과 3선 개헌 등 구체적인 집권 계획이 적혀 있어 조직적 모의의 핵심 증거로 꼽힌다.
반면 1심 재판부는 수첩의 작성 시기를 단정할 수 없고 발견 장소 등을 고려할 때 결정적 증거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결과적으로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계엄 이틀 전인 12월 1일경 결심을 굳힌 '우발적 선포'에 가깝다고 보아 사형이 아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특검팀은 항소심에서 '1년 전 모의설'을 재입증해 양형 부당을 끌어내겠다는 방침이다.
특검팀과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1심 판결에 불복해 이번 주 중 나란히 항소장을 제출할 계획이다. 서울중앙지법도 이날 내란전담재판부를 별도로 신설하며 대응 진용을 갖춘 가운데, 비상계엄의 실체를 다루는 항소심 공방은 이르면 다음 달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달 시행된 ‘내란·외환·반란 범죄 등의 형사절차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무작위 추첨 방식으로 구성됐다. 이는 내란 관련 사건의 공정성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서울고법은 전체 판사회의를 통해 제척 사유가 없는 재판부들을 대상으로 엄격한 선정 과정을 거쳤다.
특히 형사1부를 이끄는 윤성식 부장판사는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사법연수원 수석교수 등을 역임한 정통 법관으로 평가받는다. 함께 배당된 민성철, 이동현 고법판사 역시 대법원 재판연구관과 사법연수원 교수 등 요직을 두루 거친 실력파들이어서 재판의 법리적 완성도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항소심에서는 1심에서 채택되지 않았던 추가 증거나 증인 신문 여부도 관건이다. 특검팀은 2023년 말부터 진행된 군 수뇌부와의 6차례 회동이 비상계엄과 무관하다는 1심 판단을 뒤집기 위해 보강 수사 내용을 제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변호인단은 계엄 선포의 헌법적 정당성을 강조하며 무죄를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2심 재판의 향방은 내란죄의 법정 최고형인 사형과 1심의 무기징역 사이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치밀한 계획에 의한 헌정 파괴'인가, 아니면 '우발적인 판단에 의한 실책'인가를 가르는 재판부의 최종 해석에 따라 대한민국 현대사의 한 페이지가 다시 쓰일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