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V 박상용 기자】친오빠 계좌와 법인카드 동원한 치밀한 수법… 재판부 "시장 신뢰 훼손" 질타
사업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불법 장례사업 및 수목장 관련 청탁을 받고 거액의 금품을 챙긴 혐의로 기소된 서울경찰청 소속 고위 간부 김 모 경무관(여성)이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오세용)는 지난 13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를 받는 김 모 경무관에게 징역 10년과 벌금 16억 원, 추징금 약 7억 5천만 원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경찰 내 고위직인 김 모 경무관과 장례 사업가 간의 부적절한 유착 관계다. 판결문에 따르면 김 모 경무관은 지인 소개로 알게 된 사업가 A씨로부터 강원도 지역의 수목장(자연장) 인허가 및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형사 사건을 담당 경찰관에게 청탁하거나 알선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김 모 경무관은 2020년 6월부터 약 3년간 그 대가로 현금, 물품, 카드 대납 등 다양한 방식으로 총 7억 7천만 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장례 관련 청탁의 구체적 윤곽은 병원 장례식장 영업권과 결합하며 더욱 선명해졌다. A씨는 병원 장례식장 영업권을 확보할 경우 부속 카페와 베이커리 운영권을 김 모 경무관 측에 제공하겠다는 ‘이익 약속’을 주고받았으며, 이 과정에서 김 모 경무관의 친오빠 B씨가 운영하는 업체가 실질적인 이권 통로 역할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장례식장 운영권은 수익구조가 복잡해 분쟁이 잦은 영역인데, 이러한 시장 특성이 권력 네트워크를 통한 ‘청탁의 창구’로 악용된 것이다.
수수 수법 또한 매우 치밀했다. 김 모 경무관은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고자 본인이 직접 금품을 받지 않고, 친오빠 B씨나 지인의 차명계좌를 통해 현금을 송금받았다. 또한 A씨 법인 명의의 신용카드를 건네받아 자녀의 학원비나 고가의 가전제품 구매 등 사적 생활비로 사용하며 공직자로서의 청렴성을 완전히 저버린 모습을 보였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고도의 도덕성이 요구되는 고위직 경찰공무원임에도 불구하고, 장례 사업과 관련한 알선 합의를 맺고 장기간 거액을 수수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차명계좌를 이용하는 등 범행 수법이 불량하고, 공무 집행의 공정성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처참하게 훼손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함께 기소된 뇌물 공여자 A씨에게는 징역 3년의 실형이, 범행을 도운 친오빠 B씨에게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 각각 선고됐다.
이번 판결은 장사시설 확충 및 운영 과정에서 법적 절차를 우회하기 위해 권력기관과 결탁하는 행위에 대해 사법부가 얼마나 엄중한 잣대를 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인허가가 까다로운 수목장과 수익성이 높은 장례식장 운영권을 매개로 한 부적절한 로비는 결코 성공적인 사업 수단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각인시켰다.
장례 시장과 상조 산업은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수록 공공성과 규범성이 더욱 강하게 요구되는 산업이다. 이번 사건은 불법 유착이 산업 전체에 불신의 비용을 전가한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었다. 이제 업계는 성장 논리 못지않게 투명한 거래 구조 설계와 준법경영을 통해 스스로 신뢰를 증명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