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V 이영돈 기자】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야심 차게 던진 조국혁신당과의 '지방선거 전 합당' 카드가 당내 거센 반발에 부딪히며 사실상 무산 수순에 돌입했다. 10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대다수 의원은 합당 추진의 명분에는 공감하면서도, 추진 과정에서 불거진 내홍과 시기적 부적절성을 이유로 지방선거 전 합당은 불가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의총 후 브리핑에서 "의원들은 대체로 통합 필요성은 공감했으나, 현 상황에서 합당 추진은 명분은 있더라도 추진이 어렵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합당 제안이 지선 압승을 위한 진정성에서 비롯됐다 하더라도, 사전 교감 없는 일방적 발표가 당내 갈등을 증폭시켜 국정 동력을 약화했다는 냉정한 평가가 내려진 셈이다.
합당 추진 동력 상실의 배경에는 정 대표를 향한 친명계의 누적된 불신과 최근 불거진 '2차 종합특검 후보 추천 논란'이 결정타로 작용했다. 청와대와 법사위 의견 수렴 없이 독단적으로 후보를 추천했다가 이재명 대통령으로부터 질타를 받은 사태는 정 대표의 당 장악력에 한계를 드러냈으며, 비당권파 최고위원들의 공개적인 반발을 불러오는 촉매가 되었다.
비청계 최고위원들은 정 대표의 행보를 본인의 정치적 입지 강화를 위한 ‘자기 정치’로 규정하며 대표의 사과와 진퇴 여부까지 거론하는 등 공세 수위를 높였다. 특히 이해찬 전 총리 빈소에서조차 의원 권한 축소를 골자로 한 공관위 구성을 밀어붙인 것은 의원단 내 반발을 확산시켰고, 모든 사안을 당원 투표로 결정하려는 시도 역시 내부 소통 부재라는 비판을 받았다.
조국혁신당 측도 민주당의 미숙한 대응에 불쾌감을 드러내며 적절한 수준의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박병언 조국혁신당 대변인은 "저희는 가만히 앉아 있다 맞았으니 민주당이 상처에 어떻게 반창고를 붙여줄 건지 얘기를 좀 해주셔야 될 것 같다"고 말하며, 일방적 합당 제안으로 인해 입은 정치적 타격에 대한 민주당의 결자해지를 압박했다.
결국 정 대표는 의총 결과를 수용해 지선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고, 대신 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를 통해 지선을 치르는 방향으로 출구 전략을 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합당을 둘러싼 격한 논란 끝에 여권 내 균열만 확인되면서, 정 대표는 당권파와 비당권파로 쪼개진 지도부를 이끌고 선거를 승리로 이끌어야 하는 무거운 과제를 떠안게 되었다.
일부 중진 의원들은 지선 이후 별도의 통합 논의 기구를 구성하자는 중재안을 내놓았으나, 선거 준비 과정에서 경선 룰이나 전략공천을 두고 재차 충돌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당장의 합당론은 물밑으로 가라앉겠지만, 이번 사태로 상처 입은 정 대표의 리더십이 지방선거라는 큰 시험대를 어떻게 통과하느냐에 따라 8월 전당대회 향배가 결정될 전망이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선거 목전에서 정청래 리더십에 균열이 발생했다"며 합당 카드가 결과적으로 정 대표의 고립을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이제 민주당은 합당 논쟁을 멈추고 입법과 국정 과제에 집중해야 한다는 안팎의 압박 속에 놓였으며, 무산된 합당 추진이 지선 결과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