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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J news

장례지도사와 무연고 장례를 그린 점퍼

한양대 예비예술인, 죽음과 애도를 다시 묻다

【STV 박란희 기자】한양대 연극영화학과 예비예술인들이 장례지도사를 주인공으로 한 창작극 점퍼를 통해 죽음과 애도, 남겨진 이들의 마음을 대학로 무대에서 풀어냈다.

이번 작품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비예술인 현장연계지원사업 블렌디드 온 시어터 2025의 일환으로 제작됐으며, 학생들이 기획부터 제작, 공연 운영까지 전 과정을 직접 맡았다.

극은 장례지도사 김미정 앞에 도착한 한 구의 시신에서 시작된다. 바디백의 지퍼를 내린 순간, 시신이 10년 전 스스로 생을 마감한 친구 강지윤을 빼닮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러나 시신의 이름은 장하나다. 무연고자로 처리될 위기에 놓인 하나와 대화를 이어가던 미정은 그의 마지막을 제대로 마무리하겠다고 약속하며 가족을 찾아 나선다.

연출자 이서우는 죽음과 애도가 사람을 압도하고 고립시키지만, 때로는 예기치 않게 사람과 사람을 다시 연결하는 경험이 되기도 한다고 말한다.

무대 위 다섯 인물은 모두 어딘가 결핍돼 서로를 후벼 파기도 하지만, 결국 그 결핍 덕분에 서로를 살려 내고 엇갈린 시선과 시간이 하나의 박자를 맞춰 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연출의 말에 따르면 점퍼는 한 사람을 시신에서 이름으로 되돌리는 여정이다. 지윤의 죽음 이후 십 년째 멈춰 있던 미정의 시간은 화장을 준비하는 동안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미정은 무엇을 지키기 위해 무엇을 놓아야 하는지 배워 가며, 기록과 소문 사이에 남겨진 이름들의 진실을 좇고 말할 수 없는 죽은 이를 대신해 소리를 낸다.

그렇게 모인 인물들의 발걸음은 결국 한 사람의 손을 붙잡기 위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무연고 장례를 둘러싼 책임과 연대의 의미를 함께 묻는다.

연출자는 우리가 한 사람을 완전히 이해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느낀다며, 그 사람을 둘러싼 오해를 닦아낼 때 비로소 조금이라도 가까워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점퍼의 여정은 한 사람을 되돌려 놓는 동시에, 우리가 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책임을 직시하고 다른 이에게 손을 내밀 용기를 배우는 길이 되었다고 설명한다.

공연이 끝난 뒤 관객이 아무리 나아질 것 같지 않은 상처도 시간이 흐르면 분명 나아진다는 감각을 안고 극장을 나서길 바라는 메시지도 담겼다.

사는 일이 두렵게 느껴지는 순간에도 그 두려움 속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아주 작은 믿음만큼은 관객의 마음에 남았으면 한다는 것이 연출의 바람이다.

점퍼는 지난 11월 2∼8일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전 회차 매진에 가까운 관객 성과를 기록하며 젊은 창작진의 완성도와 문제의식을 입증했다.

한양대는 2023년부터 같은 사업을 통해 총 10편의 창작 공연을 올리며 예비예술인이 실제 공연계와 예술 현장으로 나아가는 발판을 꾸준히 넓혀 왔다.

한양대 산학협력단은 “지난 3년간의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예비예술인들이 졸업 후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블렌디드 온 시어터 프로그램을 계속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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