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V 박란희 기자】공정거래위원회가 웅진프리드라이프로부터 배당에 상한을 두겠다는 내용의 확약서를 받아냈다.
레버리지 인수 이후 과도한 배당으로 상조 회사 자산이 유출돼 소비자 피해로 이어졌던 전례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웅진이 프리드라이프를 인수한 뒤 사명을 웅진프리드라이프로 변경한 만큼, 이번 조치는 새 사명을 단 회사의 향후 경영 행태에 대한 일종의 기준선 역할도 하게 됐다.
웅진그룹은 공정위에 웅진프리드라이프의 배당 성향을 당기순이익의 100% 이내로 제한하겠다는 내용의 피해 예방 방안 확약서를 제출했다.
지주회사인 웅진이 자회사 웅진프리드라이프로부터 가져갈 수 있는 배당금 규모에 명시적으로 상한선을 둔 것이다.
웅진은 이와 함께 계열사 간 자금 이동을 모니터링하는 내부거래심의위원회를 설치하고, 상호거래에 대한 내부 통제를 강화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가 이례적으로 배당 제한 확약을 끌어낸 배경에는 웅진프리드라이프 인수 구조에 대한 부담이 자리하고 있다.
웅진은 지난 6월 사모펀드 VIG파트너스로부터 프리드라이프 지분 99.77%를 8천879억 원에 인수했다.
이 가운데 약 1천300억 원만 자기자본으로 조달하고, 나머지는 인수금융(차입)에 의존했다.
이 때문에 인수 이후 이자 상환 재원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웅진프리드라이프의 이익과 현금흐름이 고배당 형태로 모회사로 이전될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전 소유주였던 VIG파트너스가 2020년 프리드라이프(현 웅진프리드라이프)를 인수한 뒤 공격적인 배당 정책을 펼쳐 논란이 됐던 점도, 공정위의 경계심을 높인 요인으로 평가된다.
공정위는 이번 인수에서 자산 유출 가능성을 애초에 차단할 수 있는 이중·삼중의 안전장치를 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고, 영업이익을 초과하는 배당을 구조적으로 막는 방향의 확약을 이끌어낸 것으로 보인다.
선불식 상조 상품 구조 역시 강경한 접근의 근거가 됐다.
상조 계약은 30대에 가입해 실제 장례·추모 서비스를 이용하기까지 수십 년이 걸릴 수 있는 장기 약정 상품이다.
이 때문에 상조사가 소비자가 미리 납부한 선수금을 오랜 기간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하고, 특정 시점의 재무 압박이 소비자 서비스 이행 능력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번 배당 상한 확약은 이러한 선수금 보호 원칙을 기업결합 심사 단계에서 구체적인 조건으로 반영한 사례로 볼 수 있다.
공정위는 지난 6월 웅진의 웅진프리드라이프 기업결합 심사를 승인하는 과정에서 이 확약서를 제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차입을 활용한 인수 구조에서 이자 부담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배당을 통해 상조 계열사 자금이 과도하게 빠져나가는 것을 사전에 막아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또 웅진프리드라이프가 상조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은 만큼, 이 회사의 재무 불안이 곧 업계 전반의 신뢰 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해석된다.
웅진 측은 과도한 배당 우려를 부인하고 있다.
웅진은 인수 초기부터 웅진프리드라이프의 배당 정책을 회사의 중장기 재무 계획 범위 안에서 운영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고 설명한다.
기업결합 심사 과정에서도 배당 관련 내용을 공정위와 지속적으로 논의해 왔으며, 이번 확약은 이러한 방향을 공식 문서로 명시한 성격이 강하다는 입장이다.
이번 확약은 상조회사 입장에서 긍정과 부담이 혼재된 조치다.
우선 웅진프리드라이프와 같이 선불금을 대규모로 보유한 회사 입장에서는 자산 유출 우려를 낮추고, 재무 건전성을 강조할 수 있는 근거가 하나 더 생겼다.
장례식장과 봉안당, 추모공원 등 지역 장사 인프라와 연계된 사업을 함께 운영하거나 확대하려는 회사는 고객 선수금이 모회사 재무 부담을 해소하는 도구가 아니라는 점을 대외적으로 보여주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반면 배당 상한과 계열사 간 자금 이동 통제가 강화되면, 회사가 자체 보유 자금을 활용해 새로운 사업에 투자하거나 그룹 차원의 시너지를 내는 데 제약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상조 계열사를 보유한 기업 입장에서는 상조 회사를 통해 현금흐름을 유연하게 조정하기 어려워진다.
자본 조달 과정에서도 향후 규제 리스크를 반영한 추가 비용을 감수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이미 상조 회사를 매각해 출구 전략을 고민하는 기존 오너들에게는, 예비 인수자들이 배당 제한과 규제 환경을 이유로 인수가격을 보수적으로 책정할 여지도 생긴다.
상조 회사를 인수하려는 기업 입장에서도 유불리는 엇갈린다.
단기간에 대출을 크게 일으킨 뒤, 인수 이후 고배당으로 투자금을 빠르게 회수하는 방식의 레버리지 인수 전략은 이번 사례를 계기로 상조 업계에서 활용하기 어려워졌다.
재무적 투자자에게는 상조 인수·합병의 매력이 과거보다 줄어들 수 있다.
반대로 장기 보유를 전제로 장례, 요양, 장사 인프라를 연계하려는 전략적 투자자에게는 이러한 규제가 일종의 진입장벽이자 보호막이 될 수 있다.
배당과 자금 이동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수록 단기 차익을 노리는 경쟁자는 줄고, 장기 투자 의지가 있는 사업자 중심으로 인수전이 재편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향후 다른 대형 그룹이 상조 회사를 인수할 경우에도, 웅진프리드라이프에 적용된 수준의 확약이 시장의 암묵적 기준처럼 요구될 것이라는 전망도 가능합니다.
공정위의 관심은 특정 기업에 그치지 않고 상조 업계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다.
올해 11월 말 기준 국내 상조 가입자는 약 1,000만 명, 소비자가 선납한 선수금은 10조 5천 억 원에 달한다.
불과 4년 사이 가입자가 40% 늘고, 선수금이 4조 원 가까이 증가하는 등 시장이 빠르게 확대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공정위는 한국상조공제조합과 상조보증공제조합을 잇따라 불러, 담보 비율 상향과 공제료율 조정 등 재무 건전성 강화 방안을 논의해 왔다.
이 과정에서 상조보증공제조합은 2029년까지 담보비율과 공제료율 인상을 추진 중이고, 한국상조공제조합도 단계적 인상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 흐름은 상조업계 전반의 재무 관리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자산과 부채 구조를 보다 보수적으로 관리하고, 선수금 운용에서도 안전성과 투명성을 중시하는 경영이 요구되는 환경으로 바뀌고 있는 셈이다.
동시에 규모와 관계없이 자본 확충 여력이 부족하거나 재무 구조가 취약한 회사들에게는 만만치 않은 부담이 될 수 있다.
추가 담보 적립과 공제료 인상은 곧바로 비용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중소형 상조사뿐 아니라 일정 규모 이상의 회사들도, 자산·부채 구조 개선과 사업 구조 조정을 함께 고민해야 하는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국회에는 상조업체가 특수관계인에게 제공하는 신용공여 한도를 자기자본의 50%로 제한해 자금 유출 위험을 줄이는 내용을 담은 할부거래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공정위는 웅진프리드라이프의 배당 제한 확약 이행 상황을 점검하는 한편, 이 법안 논의에도 참여해 상조 업계의 선수금 관리와 자산 유출 방지 장치를 제도적으로 정착시키겠다는 방향을 유지하고 있다.
상조·장례업계에서는 이번 확약을 단순히 특정 기업에 대한 규제 조치가 아니라, 어떤 자본이 상조업에 참여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을 다시 묻는 계기로 보고 있다.
단기 수익에 초점을 맞춘 자본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장례·추모 서비스의 공공성과 안정성을 함께 추구하는 자본에게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 보호와 산업 지속 가능성 사이에서 어떤 균형을 설정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한국 상조·장례 서비스의 구조와 품질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