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V 김형석 기자】더불어민주당이 헌법재판소가 법원 판결을 심사하는 '재판소원제' 도입을 추진하는 가운데, 국회 토론회에서 헌법재판소와 법원이 찬반으로 갈려 날 선 공방을 벌였다. 헌재는 국민 기본권 강화를 위한 필수 장치라고 주장한 반면, 법원은 재판 지연과 권리 구제 후퇴를 우려하며 강하게 반대했다.
이날 범여권 소속 국회 법제사법위원들이 주최한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한 재판소원제를 논한다' 토론회는 재판소원제를 둘러싼 양 기관의 시각 차이를 그대로 드러냈다. 재판소원은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 심판 대상으로 삼는 제도로, 현행법상 헌법소원 대상에서 제외돼 있는 법원 판결까지 헌재가 심사할 수 있도록 하자는 구상이다. 민주당은 이를 사법개혁 과제 중 하나로 추진하고 있다.
헌재 측은 재판소원이 국민 기본권 보장을 강화하는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남상규 헌재 선임헌법연구관은 "헌재 설립과 헌법소원제 도입 이래로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강화하기 위해 재판소원 도입이 필요하다는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남 연구관은 특히 법원과 헌재의 헌법해석이 엇갈릴 경우 헌법 질서의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법원이 헌재와 다른 헌법해석을 해 재판하면 상이한 헌법해석이 병존하게 되고 이는 헌법의 통일성을 저해해 법치국가의 기능장애로 이어진다"며 "재판소원을 도입함으로써 헌법해석의 통일은 헌법재판권을 가진 헌법재판소의 기능과 과제로 분배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헌재 업무 과부하 우려에 대해서도 남 연구관은 "단지 현재 헌재의 인력이나 시설 현황만을 들어 밀려드는 사건을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고 단정하고 국민 기본권 보장을 한층 더 강화하는 방안을 처음부터 포기하는 것은 적절한 접근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반면 법원 측은 재판소원이 오히려 재판 당사자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안승훈 서울고법 판사는 "재판소원 제도 도입으로 승소한 당사자의 헌법상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제한된다"며 "양쪽 당사자 모두 분쟁의 장기화와 재판비용 증가로 인한 부담을 떠안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헌재와 대법원의 민주적 정당성 문제도 제기했다. 안 판사는 "대법원의 경우 대법원장과 대법관 전원에 대해 국회 동의를 받아 대통령이 임명한다"며 "헌재의 경우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각 3인의 헌법재판관은 국회가 그 구성에 참여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대법원의 구성에 비해 민주적 정당성이 높지 않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재판소원 도입 방식 자체가 헌법 문제라고도 비판했다. 안 판사는 "재판소원 제도 도입 결정은 헌법에서 먼저 확정적으로 선언해야 하는 헌법 사항이지 그 도입 여부를 법률에서 판단해 정할 수 있는 법률 사항이 아니다"라며 "그렇지 않다고 보면 대한민국 헌법은 사실상 존재 이유를 상실한다"고 주장했다.
재판소원 도입을 둘러싼 헌재와 법원의 입장 차가 공개적으로 드러나면서, 향후 입법 과정에서 제도 도입의 필요성과 실효성, 헌법 체계와의 정합성을 둘러싼 논쟁이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