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의 ‘자산운용 실패’ 책임론과 선수금 사금고화 논란, 상조업에 대한 금융산업식 과잉 규제, 그리고 정작 현장에서 제기되는 후불제 상조·장례 바가지 등 소비자 피해 방치 문제를 짚기 위해 기획 인터뷰를 준비했다. 상조를 예금·적금 같은 금융상품이 아니라 국민의 마지막을 책임지는 장례·복지 서비스로 바라보고, 한국 특유의 다층적인 장례문화와 서비스 현실을 꾸준히 제기해 온 업계 목소리를 듣고자 (주)아가페라이프 김성익 대표를 만났다. 이번 대담은 상조·장례업계, 공정위, 국회의원 등을 차례로 만나는 연속 인터뷰의 시작이다. [편집자 주]

-공정위가 상조업계 폐업 원인을 ‘자산운용 실패’로 규정한 데 대해, 업계는 실제 폐업 원인과 이 같은 진단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 (이하 기자)
이는 사실과 다른 과도한 일반화라고 본다. 최근 5년간 폐업 신고 업체 중 자산운용 실패로 최종 판단된 사례는 극히 제한적이고, 실제 폐업 사유는 모객 부진, 경기 침체에 따른 해약 증가, 코로나 이후 장례시장 비용 구조 변화 등 전반적인 영업 환경 악화가 대부분이다.
상조업계의 평균 자산건전성은 대체로 안정적인 편이며, 금융권처럼 적극적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운용하는 구조도 아니다. 그럼에도 일부 사례를 전체 업계에 덧씌워 금융업 수준의 규제를 적용하고, 거의 모든 폐업을 자산운용 실패 탓으로 돌리는 것은 산업 현실을 왜곡하는 것이다. 잘못된 진단은 결국 잘못된 제도 설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우려된다. (이하 김성익 대표)
-공정위는 현행 법·감독 체계만으로는 ‘선수금 사금고화’를 막기 어렵다며 추가 규제가 필요하다고 한다. 업계는 지금 제도로도 통제가 가능한지, 이러한 진단과 규제 강화 움직임을 어떤 시각에서 평가하고 있나?
기존 할부거래법만으로도 충분히 감독·제재가 가능하다고 본다. 법에는 이미 부정행위 금지, 특수관계인 거래 제한, 보고 의무 등 핵심 규제가 들어가 있고, 문제는 ‘법이 없어서’가 아니라 이미 있는 법을 공정위가 얼마나 충실하게 집행해 왔느냐의 문제에 가깝다. 특정 업체의 불법이 문제라면 정기검사 강화, 공제조합 관리·감독 기능 보완, 보고 의무 위반 시 즉각 제재 등으로도 얼마든지 대응할 수 있다.
실제로 부정기형 선불식 계약의 해약환급금 고시도 대법원 판결 이후 현행 법 체계 안에서 조정된 사례다. 과거에는 부정기형 상조 상품을 해지하면 납입금의 85%를 일률적으로 돌려주도록 돼 있었지만, 지금은 소비자가 낸 돈에서 관리비와 모집수당(영업수당)을 뺀 금액을 환급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다만 기존 계약 내용이 소비자에게 더 유리하면 그 약정을 우선하도록 설계해, 소비자 보호와 사업자의 지속 가능성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려 한 것이다. 이런 식의 정교한 보완·집행만으로도 상당 부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데, 그럼에도 산업 전체를 옥죄는 방향으로만 가는 것은 사실상 과잉 규제에 대한 명분 쌓기에 가깝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최근 공정위와 금융당국이 상조업계에 준법감시인, 자산건전성 평가 등 금융권 수준의 규제를 적용하려 한다는 지적이 있다. 상조가 금융이 아닌 장례·복지 서비스 산업이라는 점에서, 업계는 이런 규제가 어떤 문제를 낳을 수 있다고 판단하나?
상조는 예·적금처럼 자금을 운용해 수익을 내는 금융업이 아니라, 미래의 장례·의전 서비스를 약정하고 제공하는 장기 서비스업이다. 그럼에도 준법감시인 제도, 금융권식 자산건전성 평가, 금융당국과의 공동 점검 같은 틀을 그대로 들이대면 업종 특성과 괴리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이런 규제가 과도하게 적용될 경우, 결국 회사 입장에서는 운영비를 줄이고 인력을 축소할 수밖에 없고, 이는 서비스 품질 저하와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중소업체는 버티지 못하고 시장에서 밀려나고, 소수 대형사 중심의 구조가 굳어질 위험도 크다. 결국 금융 규제를 그대로 옮겨오는 방식은 장기적으로 산업을 위축시키고, 소비자 선택권과 서비스 다양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해야 한다.
-선수금 100% 예치 주장이 나오는 상황에서, 공정위는 “그런 과도한 규제를 우리가 막고 있다”고 강조한다. 업계는 이 같은 발언과 동시에 추진되는 규제 패키지의 실제 효과를 현장에서 어떻게 체감하고 있나?
현장에서 느끼기에는 ‘과도한 규제를 막고 있다’는 표현이 현실과 다소 동떨어진 이미지 관리처럼 들린다. 실제 개정안에는 금융권 수준의 자산운용 규제, 각종 추가 보고 의무, 공제조합 지배구조 규제, 감독기관 이중화 등이 포함돼 있어 업계의 고정비와 규제 대응 비용을 크게 늘리는 방향이다. 준법감시인, 자산건전성 평가, 보고 의무 강화는 결과적으로 회사가 활용할 수 있는 운영자금을 줄여, 선수금 보전율을 실질적으로 100%에 가깝게 만드는 효과를 낸다. 선수금 100% 예치 주장이 계속 나오는 상황에서, 업계 입장에서는 “그럼 영업사원 수당과 일반 관리비는 어디에서 집행하라는 것이냐”는 근본적인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선수금을 전액 묶어두는 구조라면 영업·관리·서비스 인력을 유지할 수 있는 재원이 사실상 사라지기 때문에, 이는 일부 부실업체만이 아니라 대형 상조사를 포함한 모든 상조회사가 장기적으로는 살아남기 어려운 제도라고 본다. 겉으로는 “100% 예치를 막고 있다”고 말하지만, 업계가 체감하는 규제 강도는 이미 100% 보전에 준하는 수준으로 다가가고 있다는 것이 솔직한 평가다.
-후불제 상조나 장례 바가지, 개인정보 유출 등 실제 피해가 많이 나는 영역은 규제·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크다. 선불식 상조만 강하게 조이고 정작 이런 분야는 왜 방치된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고 생각하나?
업계 역시 이 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지만, 공정위는 관할이 아니라는 이유로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소비자 민원이 대량으로 발생하는 곳은 후불제 상조, 장례식장 바가지 요금, 장례 과정에서의 개인정보 유출 등인데, 이들 상당수는 현행 할부거래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규제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 선불식 상조는 이미 강한 규제와 감독을 받고 있는 반면, 실제 피해 규모가 더 클 수 있는 후불제·무등록 장례 영업은 사실상 무규제 상태에 가까운 것이 현실이다. 피해가 실제로 발생하는 영역부터 우선적으로 손보지 않고, 선불식 상조에만 금융업 수준 규제를 집중하는 것은 정책 우선순위가 뒤집힌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통합 정보제공 플랫폼을 만들어 노령층 등 취약 소비자에게 상조 정보를 한눈에 보여주겠다는 취지는 공익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예산 축소, 보안 리스크, 잦은 데이터 갱신 요구 등으로 업계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은데, 이런 플랫폼 도입 방향과 설계에 대해 업계는 어떤 점을 가장 우려하고 있나?
취지 자체에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현재 거론되는 설계 방향과 예산, 보안 체계, 업계 부담 수준은 현실과 다소 괴리가 있다고 느낀다. 민감한 개인정보를 다루는 플랫폼을 축소된 예산으로 구축·운영하는 것은 보안 측면에서 위험할 수밖에 없고, 사실상 ‘데일리 갱신’에 가까운 잦은 정보 업데이트를 업체에 요구하면 전산·인력 비용이 급증해 중소업체는 버티기 어렵다. 이미 운영 중인 내상조찾아줘와 기능이 상당 부분 겹치는 만큼, 우선 그 플랫폼을 고도화하고 활용도를 높이는 방안부터 충분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새 플랫폼을 만든다면 단순히 이름과 화면 구성만 바꿀 게 아니라, 업계·소비자 단체·보안 전문가 등과 충분히 논의해 공익성과 비용 부담 사이의 균형을 맞춘 정교한 설계가 전제돼야 한다고 본다.
-공정위는 “일부 업체의 일탈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설명하는데, 업계에서는 이러한 규제 방향을 어떤 성격의 조치로 인식하고 있나?
업계가 체감하는 현실은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기보다는, 사실상 전 업계를 금융규제 틀 안으로 끌어들이는 수준에 가깝다. 시장 정화의 필요성에는 모두 공감하지만, 규제의 방향과 속도가 과도하면 산업 자체가 위축되거나 소멸 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 특히 중소업체 비중이 높은 상조 산업 구조를 감안하면, 동일한 잣대를 일괄 적용하기보다 단계적 규제, 규모별 차등 규제, 충분한 유예기간 부여가 필수적이다. 정상적으로 운영하는 다수 사업자까지 잠재적 위험군으로 취급하는 방식은 오히려 산업 전반에 대한 불신을 키워, 궁극적으로는 소비자 신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본다.
-향후 상조산업 제도·규제 개편을 논의할 때, 규제의 범위와 속도, 적용 대상, 그리고 소비자 보호의 우선순위는 어떤 원칙과 기준으로 설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나?
규제는 범위와 속도를 조정하면서, 무엇보다 실효성을 중심에 두고 정비하는 방향이 돼야 한다. 업계는 규제 자체를 전면적으로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꼭 필요한 부분을 효율적으로 고치자는 입장이다. 모든 업체에 동일한 잣대를 일괄 적용하기보다는 대형사·고위험사를 중심으로 한 타깃 규제를 도입하고, 중소업체에는 완화된 기준이나 충분한 유예기간을 두는 방식이 더 합리적이라고 본다.
대표적인 예가 최근 부정기형 상조 상품의 해약환급금 산정 방식 개편이다. 예전에는 ‘해지하면 납입금의 85%를 무조건 환급’하는 단순 기준이었지만, 지금은 소비자가 낸 돈에서 관리비와 모집수당을 뺀 금액을 돌려주는 구조로 바뀌었다. 대신 기존 계약 내용이 소비자에게 더 유리하면 그 약정을 우선하도록 해, 소비자 보호와 사업자의 비용 구조를 함께 고려했다. 일률 85% 환급에서 ‘납입금 – (관리비 + 모집수당)’ 산식으로 전환한 것은, 과도한 부담을 줄이면서도 해지 시 환급의 틀은 유지하는 절충안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가 바라는 규제 개편 방향도 이런 식의 정교한 조정이다.
또한 실제 피해가 많이 발생하는 후불제 상조, 장례 바가지 요금, 불법 영업 등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 소비자 보호의 실질적인 효과를 높이는 것이 우선 과제가 돼야 한다. 새로운 규제를 계속 만들어 내기보다는, 이미 존재하는 법·제도의 집행력을 높이고 사각지대를 메우는 편이 훨씬 더 명확하고 효과적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상조업을 둘러싼 논란과 규제 논의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국민과 정부에 꼭 전하고 싶은 업계의 메시지는 무엇인가?
상조업은 국민의 마지막 순간을 책임지는 공공성이 강한 서비스 산업이다. 대부분의 업체는 10~30년에 이르는 장기 계약을 성실히 수행해 왔고, 일부 문제 사례를 전체 업계에 투영해 ‘잠재적 부실 집단’처럼 보는 시각은 소비자에게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60~70년대까지만 해도 장례 문화는 불투명한 장례용품 가격 구조 속에서 서민들에게 폭리를 취하는 관행이 만연했다. 80년대 장례식장이 본격 등장한 이후에도 장례식장 중심의 독점적·불투명한 장례용품 가격 책정으로 장례비는 서민 가계에 큰 부담이었다. 이런 환경에서 상조회사가 등장하면서, 그동안 음성적으로 이뤄지던 장례 문화가 제도권 안으로 들어오고, 패키지 상품을 통해 장례용품 시장에 일정한 기준 가격과 경쟁이 형성되면서 가격 혁신이 이뤄졌다. 그 결과 과거에 ‘해봐야 아는’ 깜깜이·바가지 비용이 크게 줄어들었고, 서민들이 장례비로 겪던 막막함과 과도한 부담도 상당 부분 완화되는 효과가 있었다고 본다. 이런 점에서 상조회사는 장례 문화의 양성화와 비용 투명성 제고라는 측면에서 분명한 대국민적 순기능과 사회적 기여를 해왔다고 자부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부와 업계가 서로를 불신의 대상으로만 대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의 실제 상황과 소비자 피해 양상을 정확히 들여다보는 일이다. 그 위에서 진짜 필요한 규제는 강화하고, 불필요하거나 실효성이 떨어지는 규제는 조정하면서, 합리적인 제도와 감독 체계를 함께 만들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산업을 무너뜨리는 방향이 아니라, 건강하게 유지·개선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설계하는 것이 결국 국민의 마지막을 더 안전하고, 더 투명하게, 더 존엄하게 지키는 길이라는 점을 국민과 정부 모두가 함께 고민해 주셨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