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V 박상용 기자】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행정 전산망이 멈춰 선 시점에 대통령이 예능 프로그램 녹화를 강행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일정표는 단순한 방역이 아니라 메시지를 말해준다. 9월 28일 오전 10시 50분 비상대책회의를 주재한 뒤, 대통령은 곧바로 JTBC 예능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 촬영장으로 향했다. 중대본 회의는 오후 5시 30분에 열렸다. 비판의 핵심은 “회의를 했느냐”가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 무엇을 우선했느냐”에 있다.
야권은 이를 ‘재난 시국에 먹방 예능’이라 규정하며 강하게 공세를 펼치고 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가가 마비된 그 시각 대통령 부부는 카메라 앞에서 웃고 있었다”고 직격했고, 논란은 “홍보용 출연이냐, K-푸드 외교냐”를 넘어 “국정 우선순위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번졌다. 이천 쿠팡물류센터 화재 당시의 ‘떡볶이 홍보 영상’과 이번 논란을 연결하는 지적도 반복된다. 정치적 공격이라 치부할 수 있지만, 반복되는 유형이라는 점은 피할 수 없는 부담이다.
논란은 부속실 인사 문제로도 확장됐다. 김현지 대통령실 1부속실장 인사 이동으로 제2부속실장이 공석이 되자 송 원내대표는 “영부인 보좌보다 특정 인물 보호가 급선무였던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영부인보다 ‘존엄현지’의 권력서열이 높다”는 과격한 표현까지 등장한 것은, 최소한 외부에서 볼 때 대통령실의 메시지·조직 관리가 부실하다는 인식의 반영이다.
여권의 대응 논리는 비교적 단순하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대통령의 1인 다역은 필연적이고, K-푸드 홍보는 문화외교”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은 ‘출연 목적’이 아니라 ‘출연 시점’이다. 재난 대응 컨트롤타워는 존재감으로 신뢰를 확보하는 자리이지, 일정 병행으로 이해를 구하는 직책이 아니다.
비판 여론을 두고 방송사 채널 댓글 삭제 논란까지 불거진 것은 더 좋지 않은 신호다. 위기관리는 메시지의 통제보다 인식의 대응이 우선돼야 한다. 통제가 감지되는 순간, 위기는 더 오래간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치적 공방이 아니라 투명한 설명과 기준의 명확화다. 대통령실은 최소한 세 가지에 답해야 한다. 첫째, 재난 시 대통령의 현장 대응·지휘 시간표. 둘째, 위기 상황에서 문화·홍보 일정의 조정 기준. 셋째, 부속실 인사 공석 논란의 경위와 재발 방지 장치.
국민은 ‘방송 출연을 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우선순위를 국가에 두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대통령의 일정은 일정 그 자체가 국정 메시지다. 특히 재난 상황에서는 더 그렇다. 위기 대응의 진정성은 몇 마디 설명이 아니라 행동의 앞뒤로 드러나는 법이다. 지금 필요한 건 반박이 아니라 재정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