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V 신위철 기자】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 이후 한 차례 고비를 넘긴 여야가 다시 ‘필리버스터 정국’으로 돌입할 조짐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10월 2일 본회의를 열어 비쟁점 민생 법안 60여 건을 처리하자고 제안한 데 대해 국민의힘은 재차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 돌입을 예고하며 정면 대립 구도가 재점화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 4박 5일간의 필리버스터로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는 내부 평가를 내놓으며, “이번에는 더 강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재선 의원은 “할 거라면 제대로 해야 한다”며 “발언 시간을 조정해 법안 표결 시점을 ‘황금시간대’로 옮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본회의장에 우리 의원들이 너무 없다”며 2교대·3교대식 참여 확대 요구도 나왔다.
반면 민주당은 “소모적인 필리버스터로 민생의 골든타임이 낭비됐다”고 비판하며 여야 협치를 재차 촉구했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언제든 협상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며 “민생 법안과 내란 청산 이슈를 분리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입법 독주를 위한 포장”이라며 응하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은 오히려 민주당이 추진 중인 ‘필리버스터 남발 방지법’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곽규택 원내수석대변인은 “야당을 향해 대놓고 ‘입틀막’을 시키겠다는 엄포”라며 “소수당의 최후 발언 수단을 봉쇄하겠다는 발상은 민주주의 부정”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2012년 국회선진화법으로 부활한 필리버스터는 여야 합의로 도입된 안전장치였다”며 “이 제도를 무너뜨리는 것은 곧 국회의 견제 기능 자체를 무력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 과정 역시 “숙려 기간도 없이 11일 만에 날치기 통과됐다”며 민주당의 ‘입법 독주 프레임’을 강화하고 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헌정사상 최악의 입법 폭거”라고 규정하며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원내 2당에게 돌려줘야 국회가 정상화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기국회 초반부터 격화된 여야 대립은 민생 법안 처리뿐만 아니라 오는 10월 13일 시작되는 국정감사 일정까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국회 안팎에서는 “10월 초 본회의 개최 여부가 올 정기국회 전체 일정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필리버스터가 장기화될 경우 민생·안보·외교 등 전 분야의 국정 운영에도 교착 상태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결국 이번 정국의 핵심 변수는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강도 ▲민주당의 제도 개선 입법 강행 여부 ▲이재명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판단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어느 쪽도 물러설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정치권 안팎에서는 “정치가 다시 국회 안이 아닌 ‘대결의 링’으로 변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