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V 김형석 기자】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로 기소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첫 재판에서 “계엄은 국가 발전 차원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행위”라고 밝히며 자신의 입장을 드러냈다. 계엄 논란이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와 헌정 질서를 다시 시험대에 올려놓은 셈이다.
3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 심리에서 열린 첫 공판에서 한 전 총리는 재판부의 질의에 “40년 가까이 공직 생활을 하면서 시장경제와 국제적 신용을 믿어왔다”며 “그런 차원에서 계엄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는 피고인 신분임에도 계엄의 정당성 자체를 부정한 발언으로, 재판의 쟁점을 단순 법리 다툼을 넘어 정치·역사적 차원으로 확장시켰다.
특검은 “한 전 총리가 지난해 12월 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집무실에서 계엄 계획을 보고받고도 권한을 행사하지 않았다”며 방조 혐의를 강조했다. 이어 “오히려 국무회의 정족수 충족을 조언하고, 단전·단수 등 계엄 집행 논의에 관여했으며, 해제 결의 이후에도 문건을 허위 작성·보관했다”고 주장했다. 더 나아가 “탄핵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계엄 문건 수수 여부에 대해 허위 증언했다”며 위증 혐의도 제기했다.
변호인 측은 “위증 혐의 중 일부만 인정하고 나머지는 전면 부인한다”며 맞섰다. “기억이 없었던 부분을 그렇게 진술한 것이므로 위증의 고의가 없다”고 강조하며 허위공문서 작성, 공용서류 손상 혐의 역시 법리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의 사회적 파장을 고려해 이례적으로 공판 전 촬영과 중계를 허용했다. 다만 법원이 직접 영상을 제작·공개하기로 하면서 개인정보와 피고인 안전을 고려했다. 그러나 대통령실 CCTV 영상 공개 여부를 둘러싸고 특검과 변호인 측이 충돌했다. 특검은 “국민적 관심이 큰 만큼 공개 절차를 밟겠다”고 했지만, 변호인 측은 “여론재판화가 우려된다”고 맞섰다.
이번 재판은 단순히 한 전 총리 개인의 형사 책임을 넘어 민주주의 제도의 견고함을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계엄이란 극단적 비상조치가 절차적 정당성 없이 추진됐는지, 국무총리와 장관들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가 규명된다면 향후 헌정사에 중대한 이정표로 남을 수밖에 없다.
2차 공판은 10월 13일 열린다. 이 자리에서는 대통령실 CCTV 증거조사와 함께 김영호 전 통일부 장관,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에 대한 증인신문이 예정돼 있다. 재판의 향배가 한국 정치의 거대한 파장을 불러올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