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V 신위철 기자】‘민생 유턴’을 선언했던 국민의힘이 다시 강경한 대여 투쟁으로 방향을 틀 가능성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합의 없는 법안을 본회의에서 처리하면서 ‘날치기’ 논란이 불거지자 당내 분위기가 급속히 격앙된 것이다.

민주당은 지난 29일 온실가스 배출 관련 법안을 단독 처리했다. 국민의힘은 쟁점법안인 국회 증언·감정법 표결에 불참한 상태에서 비쟁점 법안까지 처리된 데 강하게 반발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교섭단체 간 합의된 안건만 본회의에서 처리하는 게 상식”이라며 “민주당이 의회주의 정신을 파괴하고 힘으로 국회를 짓누르는 행태를 포기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곽규택 원내수석대변인도 “절차를 무시한 기습 날치기 처리”라며 유감을 표했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은 다음 달 2일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인 비쟁점 법안 60여 건 전체를 대상으로 필리버스터를 진행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이미 당내에서는 “거대 여당의 입법 독주에 맞서려면 더 강력한 필리버스터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다. 정성국 의원은 “마지막으로 국민에게 호소할 수 있는 방법이 필리버스터”라며 절박함을 강조했고, 강명구 조직부총장도 “민주당의 극악무도함을 막기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내 일각에서는 무리한 전면 투쟁이 민심의 역풍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권영진 의원은 “국민을 위한 민생 법안까지 필리버스터하는 것은 무리”라며 “인내심을 갖고 지혜롭게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필리버스터로 국정감사 일정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국민의힘은 지난 28일 서울 집회를 끝으로 ‘경부 상행선 민심 몰이’ 행보를 마무리하고, 장동혁 대표가 “민생의 최전선으로 빠르게 달려가겠다”고 선언하며 ‘민생 유턴’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민주당의 단독 법안 처리 이후 기류가 바뀌며, 다시 강경 노선으로 회귀할지 지도부가 고심하는 상황이다. 한 당 핵심 관계자는 “연휴 전 시급히 처리할 법안이 없다면 본회의를 열 이유가 없다”며 “필리버스터 여부는 지도부 논의를 거쳐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