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V 이영돈 기자】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정부 외교·안보 라인의 인적 개혁을 촉구하며 한미동맹을 우선시하는 이른바 ‘동맹파’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26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안보통일자문회의 세미나에 참석해 "이른바 동맹파들이 너무 많다. 대통령이 앞으로 나갈 수 없도록 붙드는 세력"이라고 지적했다.
정 전 장관은 "미국이 싫으면 아무것도 못 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대통령 주변에 있다. 이렇게 되면 '문재인 정부 시즌2'가 된다"며 "대통령 측근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도 동맹 자주파가 있으면 전진할 수 있었지만 동맹파가 가까이 있으면 아무것도 못 했다. 지금 그렇게 돼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발언은 한미동맹을 중시해온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제기된다. 정 전 장관은 남북 관계 중심의 외교를 강조하는 ‘자주파’의 대표적 인물로, 이종석 국정원장,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박지원 민주당 의원 등이 함께 언급된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페이스북에서 “‘똥별’이라는 과한 표현까지 쓰면서 외국 군대 없으면 국방을 못 한다는 식의 인식을 질타한 노무현 대통령이 떠오른다”고 쓴 것을 인용하며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와 관련해 군 내부 저항이 있다는 방증"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민간 출신 국방부 장관을 겨냥해 "군을 장악하라 했더니 끌려다니면 뭘 하느냐. 이렇게 되면 이 대통령은 바보가 된다"며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또한 정 전 장관은 이 대통령이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제시한 '엔드(END) 이니셔티브'를 비판하며 "참모들이 (북핵) 동결의 조건과 방법론을 제시해야 하는데 멋있는 글자만 만들었다. 대통령님 끝장낼 일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북한 비핵화의 전제 조건으로 ‘북핵 동결’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정청래 민주당 대표와 조정식 외교안보통일자문회의 의장, 민주당 의원들뿐만 아니라 박윤주 외교부 1차관, 임성남 전 외교부 1차관 등 정부·전직 관료도 함께 자리했다.
정 대표는 "외교, 안보, 통일 모두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실사구시적, 실용주의적 국익 중심 외교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경제부터 안보까지 다양한 과제가 산적해 있다.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흔들림 없이 하나하나 풀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남북 관계가 부침을 겪지 않도록 법제화를 통해 국회가 뒷받침하겠다"며 "평화보다 앞서는 남북 관계는 없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