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는 책임의 언어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 정치의 가장 큰 문제는 “책임 없는 말”이 국회에서 너무 쉽게 흘러나온다는 점이다. 그 배경에는 국회의원에게 주어진 면책특권이 있다. 권력의 압력에서 자유롭게 토론하고 입법 논의를 보장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가 이제는 ‘아니면 말고’ 式 폭로정치의 안전판으로 악용되고 있다.
최근 민주당이 앞장서 제기한 ‘조희대 대법원장–한덕수 전 총리 회동설’은 상징적이다. 당사자들이 “사실무근”이라 일축했음에도, 민주당은 국회 연단에서 이를 반복하며 사퇴와 특검을 요구했다. 출처 불명의 유튜브 녹취, AI로 조작됐을 개연성이 제기되는 음성 파일까지 들고 나왔다. 국민은 이미 “청담동 술자리 의혹”이라는 허위 전례를 경험했지만, 민주당은 같은 수법을 다시 꺼내들었다.
문제는 이 모든 과정에서 의원 개인이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회에서 한 발언은 면책특권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개인과 사법부, 나아가 국가 시스템의 신뢰가 짊어진다. 법원이 “허위사실”이라 판결해도, 이미 정치적 목적은 달성됐고 책임은 사라진다. “국민을 향한 배신”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민주당은 스스로를 ‘사법개혁의 선두’라 포장하지만, 실제 행태는 사법 신뢰를 허무는 데 앞장서고 있다. 면책특권을 방패 삼아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공세 수단으로 남발하는 것이 개혁인가. 스스로 ‘정의’를 말할 자격이 있는가. 집권 여당의 힘은 의석수가 아니라 책임성과 도덕성에서 나오는데, 지금 민주당은 그 기반을 스스로 허물고 있다.
이제는 결단이 필요하다. 면책특권의 범위를 축소해 입법 목적과 직접 관련된 발언만 보호해야 한다. 허위 발언에 대한 사후 책임을 명확히 하여, 법원이 허위로 판명하면 동일한 공개 수준으로 사과·정정하게 해야 한다. 가짜뉴스 가중처벌 등 입법을 통해 국회 내 발언이라도 국민 피해가 발생하면 민·형사적 책임을 지게 만들어야 한다.
국민은 더 이상 국회의 ‘카더라 정치’에 속지 않는다. 청년세대는 특히 “정치가 혐오를 조장한다”는 냉소 속에서도 끝까지 지켜보고 평가한다. 민주당이 과거 광우병 괴담, 청담동 술자리 의혹에서 배우지 못하고 여전히 같은 방식으로 정치공작을 반복한다면, 결국 국민의 심판만 앞당기게 될 것이다.
면책특권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장치다. 그러나 지금 그것은 민주당에게 국민 위에 군림하는 특권으로 전락했다. 민주당이 진정 ‘개혁’을 말하려면, 특검을 외칠 것이 아니라 먼저 자신들의 입에 법적·도덕적 책임을 묻는 개혁을 시작해야 한다. 면책특권을 내려놓는 순간, 국회는 비로소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국민이 묻고 있다. “가짜 뉴스에 기대는 정치, 언제까지 국민의 인내로 감당해야 합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