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V 박란희 기자】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12년 만에 다시 마주했다. 두 사람의 마지막 만남은 2013년 박 전 대통령 취임식이었으며, 17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중앙일보 창간 60주년 기념식에서 손을 맞잡으며 재회했다.
행사장에 먼저 도착해 있던 이 전 대통령은 뒤이어 모습을 드러낸 박 전 대통령을 향해 다가가 "아, 오랜만이에요. 여전하시고? 건강하시고요?"라며 손을 내밀었다. 박 전 대통령도 웃으며 "오랜만에 건강한 모습으로 뵙게 돼 반갑다"고 화답하며 손을 맞잡았다. 이 전 대통령은 "오늘 참석자 중에서 (박 전 대통령이) 가장 멀리서 오셨다"고 말했는데, 실제로 박 전 대통령은 대구 달성 사저에서 차를 타고 약 4시간 만에 행사장에 도착했다.
두 전직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서 악수를 나눈 것은 무려 12년 만이다. 2017년 문재인 전 대통령은 취임식이 없었고, 2022년 윤석열 전 대통령 취임식에는 이 전 대통령이 수감 중이라 불참했다. 지난해 이재명 대통령 취임 당시에도 별도 취임식이 없어 두 사람은 만날 기회가 없었다.
이번 만남이 특히 주목받은 것은 과거 두 사람이 보수 정치권을 양분했던 ‘앙숙 관계’로 기억되기 때문이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치열하게 맞붙었던 두 사람은 이후 세종시 수정안 갈등, 공천 배제 논란 등을 거치며 ‘친이·친박 갈등’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이 전 대통령은 다스·BBK 의혹으로,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각각 수감되며 정치적 몰락을 겪었다. 박 전 대통령은 징역 22년을 선고받고 4년 9개월 복역하다 2021년 말 특별사면으로 풀려났고, 이 전 대통령도 다스 횡령과 뇌물 혐의로 17년형을 받았다가 2022년 말 사면됐다.
행사장에서 두 전직 대통령은 지난 앙금을 내려놓은 듯 덕담을 주고받으며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였다.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과 나란히 앉아 자리를 함께했고, 행사 뒤에도 손을 굳게 잡으며 작별 인사를 나눴다. 이 전 대통령은 "우리 박근혜 대통령님, 조심히 가세요"라고 말했고, 박 전 대통령도 환하게 웃으며 응답했다.
이번 재회는 단순한 인사를 넘어 보수 정치사의 굴곡과 갈등을 다시금 환기시키는 상징적 장면으로 기록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