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자들 "악법 아닌가" 불만 폭발
공정위 "악법이라도 시행 앞뒀으니 지켜야"
상조사업자들-공정위 인식의 간극만 드러내
"이거 악법 아닌가" "악법이라도 시행 앞두고 있으니 (걸리지 않도록) 주의 하셔야 한다"
9일 오후 연세 세브란스 빌딩 지하 1층 대회의실서 개정 할부거래법령 주요내용에 대한 설명회가 열렸다. 설명회에 대한 상조 사업자들의 불만은 하늘을 찌를듯이 높았다.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정재찬)가 최초로 주요 개정법령에 대한 최초의 설명회는 공정위와 상조사업자들의 갈등만 확인하고 막을 내렸다.

김정훈 사무관이 할부거래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상조뉴스 자료-1>
이날 설명회는 할부거래과장 대신 김정훈 사무관이 대신 진행했다. 김 사무관은 개정안에 관한 일반적인 내용 위주의 설명에 주력했다. 그는 정부측의 원래 입장은 다소 소극적이었으나 의원들의 입법의지와 악화된 여론 때문에 불가피하게 생겨난 법이라고 강조했다. 설명회에는 한국상조공제조합 장득수 이사장 및 좋은상조 김호철 대표, 한강라이프 김옥권 대표 등 상조업 관련자들 150여명이 운집해 할부거래법 개정안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드러냈다.
김 사무관은 "작년부터 올해 초까지 상조업에 대한 여론이 안 좋아져서 기존 법에서 개정안이 전반적으로 강화됐다"고 운을 떼고 "원래 정부측은 소극적으로 대처하려 했으나 국회의원들의 의지가 커서 통과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처음 개정안을 만들 때 국회의 의문은 '상조업 규모에 비해 상조업체가 너무 많다'였다"라면서 "초기에는 '자본금을 50억원으로 맞추자'는 얘기도 나왔으나 공정위에서 '상조업 다 망한다'고 만류해 많이 낮춘 것이 15억원"이라고 말했다. 이어 "15억은 타협의 산물이므로 3~5년 후 시장이 정리되고 안정되면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2016년 1월25일부터 시행될 할부거래법 개정안은 상조회사 합병과 회원인수 간에 차이가 없다. 회원을 넘기면 계약 이전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일부이전은 허용치 않고, 전부이전만 허용하기 때문에 이를테면 '돈 되는 소비자만 인수하는 것'도 허용하지 않는다. 회원을 이전할 때는 반드시 전부 이전해야한다.
김 사무관은 "원래 상조업자 결격사유가 없었는데 이것이 문제가 많아 개정안은 금융회사만큼 도덕성을 요구한다"면서 "2016년 1월25일 이후 할부거래법 위반으로 벌금형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경우 할부거래법상 벌금형 선고는 3년간, 금고형 선고는 집행이 끝나거나 면제된 날부터 5년간, 금고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집행유예기간 중은 지배주주 및 임원의 결격사유가 된다"고 밝혔다.

150여명의 상조업 관련자들이 설명회에 참석했다.<상조뉴스 자료-2>
이 같은 결격사유 규정과 관련해 사업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한 사업자는 "임원 결격사유 규정에 지배주주가 해당될 경우에는 어떻게 되나"라고 질문했고 김 사무관은 "등록취소 사유가 된다. 대책을 세우는 게 좋다"고 딱 잘라 답변했다. 이 사업자는 "(문제가 되는) 임원은 해임 시키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되물었고, 김 사무관은 "지금(개정안 반영 이전)도 등록취소 되는 사항"이라면서 "(형 확정 판결이) 선고 되기 전에 해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정위는 (이 규정이) 과한 규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 사업자는 "(규정이 너무 과도한) 악법 아니냐"고 반발했다. 김 사무관은 "악법이라도 시행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주의하셔야 한다"고 답했다. 다른 사업자는 "할부거래법 뿐만 아니라 다른 법을 어겨도 등록취소가 되나"라고 물었고, 김 사무관은 "할부법 외에 모든 법이 적용된다"고 밝혔다.
또 다른 사업자가 "등록이 취소되면 회원들은 어떻게 하나"라고 묻자 김 사무관은 "그러니까 조심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김 사무관의 앞뒤 꽉 막힌 답변에 상조 사업자들 사이에서 실소(失笑)가 터져나왔다. 송기호 미래상조119 대표는 마이크를 잡고 "공정위가 사법권에 행정권도 휘두르려고 하는데 아예 입법권까지 가져가서 다 해라"고 격앙된 톤으로 강하게 항의했고, 순간 회의장 분위기는 싸늘해졌다.
회의장 일각에서는 "어느 정도 합리적으로 해야지, 이건 너무 말이 안 되는 것 같다"고 볼멘 소리도 터져나왔다. 김 사무관은 "의원들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되고 여론도 안 좋아서 통과된 것"이라고 진화를 시도했다.
싸늘한 상조사업자들의 시각에 공정위가 쩔쩔 매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부실 사업자에 대한 단호한 단속 의지는 결코 감추지 않았다. 설명회가 끝나고 김 사무관은 "오늘(9월9일)부터 10월19일까지 41일 간 건의가 가능하다"면서 "건의사항이 있으신 분은 공정위 할부거래과로 연락 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상조사업자는 "할부거래법 개정안은 상조업을 말살하려는 법"이라면서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다 죽는다"고 위기감을 드러냈다.

상조사업자와 공정위의 갈등만 확인한 설명회<상조뉴스 자료-3>
한편 공정위는 오는 23일 부산에서도 할부거래법 개정안에 대한 설명회를 열 예정이다.
<상조뉴스 김충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