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심(天心)으로 통하는 대전 천명도인 김종월 선생.
“진짜 신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싶습니다.”
“나를 만나기 전에 선생님 건강부터 챙기세요.”의외였다. 육중한 범부의 몸매를 간파라도 한 듯, 선생의 충고에 잠시 두려움이 일기도 했다. 무심코 내 뱉는 말이 아닌 면전에서 바로 보고 말하는 듯, 전화 한 통화만으로도 상대의 몸 상태를 훤히 꿰고 있는 선생의 직감에 범부 특유의 호기심이 일었다. 일단은 내방이 급선무였다. 선생을 조르고 졸라 지난 4월 선생이 주석하고 있는 대전 유천동으로 발길을 향했다.
두 자녀가 반갑게 맞이했다.
큰딸은 경찰행정학과를 수료하고 지금은 전공을 바꿔 간호학을 전공하고 있는 대학생이고, 막내딸로 고등학생이란다.
우선 그들의 당당함이 범부를 당혹케 했다.
그 당당함이 요즘 애들 같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엄마가 제자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을 다소 숨길법도 한데, 그들은 어느 곳에서든 엄마가 자랑스럽다고 했다. 타고난 운명을 거부하지 못하고 엄마가 제자의 길을 걷는데, 그것이 흠이 될 이유가 없다며, 우리 사회의 일부 무속에 대한 편견과 터부시를 당당하게 반박했다. 일순간 범부의 뇌리에는 선생의 자식교육에 대한 존경심마저 일었다.
전화 한 통화로도 상대의 몸 상태를 정확하게 진단하는 도통의 여인.
당당한 딸들의 모습을 보며, 선생도 딸들이 대견하고 자랑스럽다고 했다.
대전 최고의 유명 무녀로 자타가 공인하는 제자답지 않게 그녀의 딸자식 교육만큼은 무척 엄격하다고 했다. 숱한 예언으로 각 언론사의 화제의 인물 대상이 되기도 했고, 덕분에 상담을 받고자 내방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지만, 선생은 극구 언론에 나서는 것을 탐탐치 않게 여기고 있었다.
제자로서 자신의 종교적 신념과 철학이 본의 아니게 탈색되지 않을까 매우 조심스럽다고 했다. 자신은 결코 대단한 도인이 아니며, 한낮 평범한 무녀에 불과한데도 언론에서 자꾸만 도인으로 몰아 때로는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장성한 딸들의 어머니로서, 그리고 신의 제자로서 김종월 선생의 일상은 바쁘게 돌아간다.
하지만 이제는 적어도 한 시름은 놓았다고 한다.
남편을 일찌감치 보내고, 가족의 밥도 챙겨야 하고, 빨래 등 해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는데, 이제는 장성한 딸들이 엄마의 몫을 거들어 주고 있으니, 딸들이 늘 고맙고 자랑스럽고 대견하다는 것이다.
선생은 하늘과 도통하고 있다.
신의 딸로 제자가 되기 전, 하늘로부터 “인간의 목숨을 구하라!” 천명을 받고 그 큰 뜻을 펼치기 위해 숱한 세월 지극정성 발원기도와 해원상생의 수행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고 한다. 큰 뜻을 품고 세상을 밝게 하고 싶다는 소망 때문이라고 했다.
특히 선생은 친견 상담뿐만이 아니라 전화로도 신도들의 점사를 봐 주고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름과 목소리 톤만 들어도 상대방의 전생과 현생 , 미래를 훤히 꿰뚫고 있기 때문이다.
“저의 선생님은 이름만으로도 조상대까지 점을 볼 수 있는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계십니다. 때로는 자상하고 친 언니 같기도 하지만, 신의 제자로서 바른 길을 인도하실 때에는 너무나도 엄격하셔서 눈물을 흘린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어요!”
때 마침 선생의 제자로 신 내림굿을 받은 지, 불과 3개월 남짓 된 전주 김 보살(가명)이 선생님 자랑에 열을 올린다. 그 환한 웃음이 결코 꾸밈이 없음은 분명했다.
선생은 상대방의 이름만 알아도 천명의 힘으로 상대의 점사는 물론 조상들의 내력까지도 모두 알아맞힌다고 한다. 그리고 그런 자신만의 능력으로 고객들이 만족해하고 흡족해 할 때 그때가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누군가의 인생에 끼어든다는 것은 설레면서도 힘든 일이다.
혹자는 그것이 마치 연애와 같다고 했다. 선생은 점사를 볼 때, 그 순간만큼은 상대방에게 오롯이 집중한다. 그리고는 단순히 상대방의 오늘만이 아니라 어제와 내일에까지 관여하고 조언을 해주기도 한다.
“단순히 사람을 만나서 상대방에게 점사만을 공수해서는 안 됩니다. 소통하고 교류하는 마음으로 나로 인해 상대방의 인생이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서 제자로서의 사명감에도 충실해야 합니다.”
선생은 모든 제자들이 막중한 책임감으로 정직을 생명처럼 여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사회의 무속에 대한 편견도 어찌 보면 당연히 우리 제자들에게 그 책임의 일부가 있다는 주장이다. 그리고 그 편견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제자들 모두가 정직하고 책임 있는 자세로 전통문화의 계승과 발전에 일익을 담당한다는 자부심으로 제자의 길을 걸어야 한다는 했다.
“세상사에 지친 중생들의 고민을 속 시원하게 점괘로 해결해 드리고 싶어요. 그리고는 먼 훗날 깊은 산 속에 고즈넉한 황토방이라도 하나 지어서 평생을 기도처로 삼아 진실을 추구하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선생은 사회적 약자, 제도권의 보호 장치로부터 벗어나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 그들에게 꿈과 희망, 사랑과 소망을 키워갈 수 있도록 그들을 위해 진심으로 지극정성 발원기도를 한다고 했다.
“때로는 점괘가 상대방의 불운을 예고하는 점사가 나올 때가 있어요. 그때는 저도 정말이지 울고 싶어요. 하지만 점사를 거짓으로 꾸며댄다면 그것은 진정한 제자의 자세가 아닙니다. 그에 따른 묘책을 세워 방책을 세우는 것도 바로 제자들이 해야 할 몫이지요.”
다소 겸연쩍어 하며 얼굴에 옅은 미소를 보이는 그녀의 모습이 아름다운 이유는 뭘까!
참고로 선생은 타고난 미인으로 그 단아한 자태가 마치 선녀의 모습과 흡사해 하늘과 소통하고 천문을 여는 천상의 보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삼 점을 보러오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노력하는 선생의 모습에서 우리나라 무속의 미래가 밝다는 희망을 볼 수 있었다. 단언하건데 제자로서의 사명감을 망각하고 잿밥에만 눈이 어두운 일부 몰지각한 제자들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 민족 고유의 토속신앙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은 우리사회의 무관심과 편견도 있기는 하지만, 사실은 제자들 책임이 더 큽니다.”
선생은 그 자신 항상 자성하고 성찰하는 자세로 제자의 바른 길을 가기 위해 노심초사한다고 했다. 한편 선생의 점술의 영역은 일상적인 점사뿐만이 아니라, 풍수와 수맥. 묘 자리를 봐주는 지관. 병마 치유 등 실로 다양하다. 지관의 경우에는 직접 삽을 들고 찾아가는 적극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방에 앉아서 머리와 마음만으로 점을 보는 게 아니라 밖으로 나가서 행동으로까지 점을 본다는 것이다. 그렇게 바깥을 돌아다니며 신도들과 소통할 때 자신의존재감을 느낀다는 선생의 말에서 차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묘한 감정이 일기도 한다.
그것은 곧 선생에 대한 정감이었고, 존경심이었다.
선생은 손톱으로 침을 놔 병을 치유해 몸에 열을 내리게 하기도 한다.
그리고 정치인들의 정치와 관련한 상담과 기업가들에게는 적절한 투자 시기 등 경영상 어려운 문제점에 대한 고민을 해결해주기도 한다. 그만큼 지역에서는 천명의 도인으로 유명세가 있기 때문이다.
강원도 원주에서 태어난 선생은 6살 때 큰 병치레를 했다.
당시에는 어린아이의 병치레가 특이한 일은 아니었다. 식량과 약이 부족해서 병치레를 하다가 죽는 경우도 허다했다. 선생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었다. 죽을 고비를 수차례나 넘겼다고 한다.
하지만 병치레 경험이 선생을 더 강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은행나무에 상처를 내면 더 많은 은행이 열리듯이 선생에게도 그 시련이 결국은 신의제자로 다시 태어나게 했지만, 선생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자신이 제자의 길을 걷고 있다는 것에 대하여 후회를 해 본적이 없다고 한다.
“다리를 절단해야 할 정도의 큰 고통을 겪은 적도 있습니다. 너무나도 고통스러워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지요. 하지만 쉽게 세상을 등질 수 없었던 것은 사랑하는 가족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선생은 누구보다도 자신을 사랑해주시는 부모님과 형제들 때문에 꿋꿋하게 견뎌야 한다는 용기를 얻었고, 이내 다시금 희망을 가지고 씩씩하게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살아야 한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고 한다. 돌이켜 보면 그때 그 고통을 잘 견뎌내고 용기를 내어 삶을 포기하지 않았던 자신이 때로는 스스로가 대견스럽기까지 했다고 회고한다.
“저의 선생님은 특히 병을 고치는 능력으로 유명합니다. 입이 돌아간 사람이나 앉은뱅이 등 을 숱하게 많이 고쳐주시어 지역에서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시고 계시지요.”
제자와 함께 묵묵히 곁에서 선생을 응시하고 있던 신도 한 분이 거들고 나섰다.
그 자신도 알 수 없는 희귀병으로 사경을 헤매고 있을 때, 선생의 기도와 방편으로 목숨을 구했다는 것이다. 선생의 신통한 능력을 새삼 입이 마르도록 칭찬하고 싶다는 의도였다.
선생은 과거 미국인의 병을 완치한 적도 있다고 한다.
인종을 초월해 선생의 명성을 교포를 통해 듣고 내방을 해 선생의 방편에 따라 씻은 듯이 병이 완치되었다는 것이다.
선생은 퇴마, 빙의 등에도 그 영역이 넓다.
심지어는 쓸개가 썩어가는 범사를 치료해 성공하기도 했다.
현대의학으로는 도저히 치료가 불가능한 불치의 병을 기도와 독특한 방편을 통해 완치시킨다는 것이다.
“현대의학만이 답이 아닙니다.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가 많습니다. 영적인 세계도 마찬가지이지요. 과학기술과 논리학으로 증명되지 않는다고 해서 그것이 없는 것이라고 보는 것은 정말이지 어리석은 일입니다.”
타당한 말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상식은 언젠가는 깨지게 마련이다.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이 진리로 받아들여질 때가 있었다. 당시 그 이상의 세상이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러다가 한 명의 천재 물리학자가 등장하는데, 그 주인공이 바로 아인슈타인이다. 그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으로 인해 시공간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상대적인 것으로 변한다는 것을 비로서 인류는 알게 되었다.
무속도 이러한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우리사회가 더 이상은 무속을 터부시 하거나, 편견을 가져서는 안 될 것으로 보인다. 기득권을 지키고자 하는 기성종교의 오만과 독선이 어쩌면 우리민족 고유의 토속신앙을 두렷한 명분도 없이 오직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수단은 아닌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선생과 같은 무속분야의 진정한 선지식들에 의해 올 바른 토속신앙의 전승과 계승발전을 조심스레 기대해 본다.
【하태곤 기자(kha715@poli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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