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견기업 A씨는 모친이 사망하자 큰 체육관을 빌려 성대하게 장례식을 치렀다. 장례식에 온 사람들마다 “옛날 황제의 장례식인 것 같다”며 혀를 내둘렀다.
제단에 쌓인 국화만 해도 수천 송이에 달했고, 지인들이 보내온 근조 화환은 수백여 개에 달했다. 조문객도 거의 천명 가까울 정도였다.
A씨의 모친은 우리 장례 관습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엠바밍(시신복원) 작업을 통해 관 속에 곱게 누워있었다. 미국이나 유럽 등지에서는 엠바밍이 활발하지만 국내 정서상 시신을 꺼리는 문화 때문에 엠바밍이 드물다. 하지만 A씨는 과감히 엠바밍을 선택했고, 조문객들은 A씨의 모친을 보면서 명복을 빌어줄 수 있었다.
A씨의 장례식을 진행한 의전팀장은 “근래에 보기 드물 정도로 성대한 장례식이었다”면서 “1년에 손 꼽을 정도이긴 하지만 이런 화려한 장례식이 꼭 진행되더라”고 귀띔했다.
#지방의 모 장례식장의 가장 작은 빈소에 조그마한 영정사진이 놓였다. B씨는 부친이 사망 후 빈소 차리기를 고민하다 일가 친척들의 권유에 어쩔 수 없이 빈소를 차렸다. 찾아오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 흔한 근조 화환도 없었다.
B씨는 “가능하면 빈소를 차라지 않고 가족들끼리 추모하고 싶었다”면서 “만약 다음 장례식을 치르게 된다면 그때는 반드시 가족장(葬)으로 치르겠다”고 말했다.
경제가 양극화 되면서 중산층이 줄어들고, 더불어 장례식 규모도 양극화 되고 있다.
사회적 명망가나 저명한 기업가가 사망했을 때는 떠들썩한 장례식이 진행되지만 삶이 팍팍한 서민들의 장례식은 규모가 축소되는 분위기다.
이미 일본에서는 가족장이나 직장(直葬)이 보편화되는 분위기다. 고령화로 인해 조문객이 줄어들면서 적은 부의금으로 대규모 장례식을 치르기가 부담되기 때문이다.
장례 전문가들은 “한국 상조·장례 업계도 일본의 사례를 참고해 소규모 장례식 상품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 상조업체 관계자는 “경제의 흐름을 면밀히 살피면서 고객들의 니즈(필요)에 맞는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