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은행의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 대출금리에서 예금금리를 뺀 예대금리차 확대로 순이자마진(NIM)이 좋아졌기 때문인데, 은행들이 여전히 '이자놀이'로 쉽게 돈을 벌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이 1일 발표한 '2017년 국내은행 경영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들의 당기순이익은 11조2000억원으로 전년(2조5000억원) 대비 8조7000억원 증가했다.
이는 2011년(14조4000억원) 이후 6년 만에 최대 수준이다.
시중·지방·인터넷을 포함한 일반은행의 당기순이익이 8조4000억원으로 전년보다 2조원 늘었다. 특수은행은 2조8000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은행들의 수익성이 개선된 것은 지난해 대손비용이 크게 감소한 가운데 이자로만 거둔 이익이 37조3000억원으로 전년(34조4000억원) 대비 2조9000억원 늘었기 때문이다.
이자이익 증가는 예대금리차 확대에 따른 NIM 개선이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대출금리(평균 3.23%)에서 예금금리(평균 1.20%)를 뺀 예대금리차는 2.03%로 2016년(1.95%)보다 0.08%포인트 상승했다.
이에 따라 채권 등 유가증권 이자까지 더한 NIM은 1.55%에서 1.63%로 0.08%포인트 개선됐다.
금감원은 은행의 예대금리차 확대를 금리 상승기에 통상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분석했다.
금리 상승기에는 장기 시장금리가 단기 시장금리보다 가파르게 상승한다. 만기가 긴 대출금리는 장기 시장금리 상승으로 빠르게 오르는 반면 만기가 짧은 예금금리는 단기 시장금리 적용으로 천천히 오르는 만큼 예대금리차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은행들이 이러한 구조적인 이유로 금리 상승기에 예대금리차를 확대해 자기 배만 불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승원 금감원 은행 담당 부원장보는 "추세적으로 보면 예대금리차의 상승폭은 더 커질 수 있다"며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금융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은행들이 금리를 합리적으로 산정하는지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은행이 배당이나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수익이 나면 주주에게 환원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은행의 자율"이라면서도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한 기초 자본인 만큼 적정성 여부를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말 국내 은행의 총자산은 2363조5000억원으로 전년말(2268조1000억원)보다 4.2%(95조4000억원) 늘었다.
원화대출 잔액은 1508조원으로 5.7% 증가했다. 기업대출(817조3000억원)이 중소기업 대출을 중심으로 증가한 반면 가계대출(660조4000억원)은 리스크 관리 강화 등으로 증가세가 둔화됐다.
자본적정성을 나타내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총자본비율은 15.21%로 전년말(14.81%) 대비 0.40%포인트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