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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J news

죽음,상조·장례업은 문학 속에서 어떤 모습?…‘성찰이 필요한 사건’

『이방인』 『상실의 시간들』 『죄와 벌』 속 죽음이란 무엇인가

상조·장례업은 죽음을 다루는 업()이다. 사자(死者)를 위한 서비스업임과 동시에 살아남은 자를 위한 서비스업이다. 이 때문에 죽음의 의미를 끊임없이 되새김질하고, 이에 대한 근원적인 탐구를 멈출 수 없다.

 

상조·장례업은 본질적으로 사람이 죽은 후에 그 뒤처리를 아름답게 하기 위해 존재한다. 이 때문에 유족의 심리를 잘 헤아리고, 또 잘 다독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죽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문학 속에 등장하는 죽음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자.

 

미국의 대표적인 소설가 필립 로스의 에브리맨은 주인공의 장례식 장면에서 출발한다. 주인공의 형은 주인공을 애도하며 애도사를 읽는다. 주변 사람들은 모두 그의 죽음을 슬퍼한다. 하지만 그의 생전에 그를 신경쓰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사람이 떠난 뒤에나 추모하는 것은 같은가 보다.

 

이처럼 문학 작품에서도 죽음은 큰 슬픔과 단절로 다가오는 경우가 많다.

 

프랑스 소설 이방인에서 주인공 뫼르소는 어머니의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사회적 통념과는 다르게 뫼르소는 어머니의 죽음을 귀찮게 여긴다. 어머니의 죽음이 자신을 곤란케 하는 것을 꺼려한다. 어머니의 죽음이 그에게는 별다른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 뫼르소는 어머니가 숨진 직후 아는 여자를 우연히 만나 장난을 치고 사랑을 나눈다. 뫼르소는 살인죄로 기소를 당하고, 사형까지 언도받지만 그 배경에는 어머니에 대해 제대로 애도를 표하지 않은 괘씸죄도 포함된다.

 

 

레이먼드 카버의 별 것 아니지만 도움이 되는에서는 한 부모가 아이를 잃고 상심한다. 그 부모는 아이가 괜찮을 것이라는 말을 거듭해서 듣지만 아이는 순식간에 세상을 떠나고 만다. 가슴을 치며 우는 부모에게 빵집 주인이 계속해서 전화를 건다. 부모가 아이를 위한 케이크를 빵집에 주문해놨기 때문이다. 화가 난 부모는 빵집 주인을 찾아가 강하게 항의한다. 빵집 주인은 부모에게 사과를 하고 빵을 권한다. “별 것 아니지만 도움이 될 겁니다라는 말과 함께. 빵집 주인의 배려는 아이를 잃고 낙담하는 부모에게 삶을 이어갈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준다.

 

최지월의 소설 상실의 시간들은 어머니를 여의고, 탈상인 100일까지 세세하게 꼼꼼하게 묘사하고 있다. 어머니의 육체가 죽은 날부터 사회적인 죽음에 이르기까지 주인공 석희는 만가(挽歌)를 부른다. 어머니의 생() 아버지의 생을 돌아보고, 아울러 자신의 삶까지 되짚어보면서 죽음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가져다주는지 성찰하게 만든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에서 라스콜리니코프는 전당포 노파를 살해하고, 끝없이 번민하다 창녀 소냐를 만나 회개한다. 부르주아의 허위의식에 뒤덮여 살아가던 라스콜리니코프는 노파의 죽음이 아니었다면 깨닫지 못했을 자기 반성의 계기를 마련하고, 죗값을 치르며 새 사람으로 태어난다.

 

수많은 문학작품이 죽음을 사건의 극적인 반전계기나 인간의 성찰이 필요한 사건으로 조명하고 있다. 현실에 살고 있는 우리도 이처럼 죽음의 다양한 의미를 곱씹어보고, 삶을 더 알차게 살아갈 수 있도록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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